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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7년 8월
평점 :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
이외수 쓰고 정태련 그리다 (해냄)
오래간만에 만나게 된 이외수님의 책,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은 가을의 문턱에 들어 선 요즘 읽기 참 좋은 책입니다. 책 표지도 일반 종이가 아닌 고급스러운 다이어리에나 쓰일 법한 가죽느낌의 소재여서 이 책의 품격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1946년생 우리 친정 엄마와 동갑인 나이인 70대 초반 자칭 꽃노털 이외수님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70대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습니다. 이외수 작가님은 여전히 풍부한 상상력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언어선택으로 그의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편안한 감동을 주기도 하고, 날렵한 일침을 가하기도 합니다. 특히 이 책은 생각날 때마다 작은 노트에 끄적거렸을 법한 문장부터, 몇날 몇일을 고민하고 한자한자 써 내려갔을 것 같은 문장까지 편하게 읽지만 편하기 읽을수만은 없는 내용들도 있습니다. 이 책을 더욱 빛나게 해 준 정태련님의 세밀화는 이외수님의 글을 더욱 빛나게 해 줍니다. 생태 관련 세밀화를 주로 그렸던 분이어서 그런지 그림에 군더더기가 없이 깔끔한 느낌이 듭니다.
위암으로 8차 항암치료 까지 받은 이외수님의 최근 신작인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은 암을 견뎌내고 있는 동지로서의 느낌도 전해집니다. 술 좋아하고 사람좋아하고 담배를 좋아하는 그가 이제는 사람을 만나도 차를 마시고, 감성마을에서도 일년치 먹을 화개동천의 황로담을 구매해서 마신다는 말에 짠하기도 하고, 이제라도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으니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더 집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갖게 됩니다. SNS를 통해 뜨거운 감자가 되기도 했던 그가, 암환자에게는 스트레스가 독약보다 나쁘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상식을 벗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는 가급적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수양이 부족한 글쟁이라 수시로 복장이 터지기도 하지만... 그래서 그는 세상을 향히 거침없는 돌직구를 날리고, 정의를 위해 싸우고, 우리가 사는 세상이 똥밭이 되지 않도록, 똥을 보면 피하지 않고 솔선수범해서 치우겠다고 합니다.
한시간 남짓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을 읽으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무도 없는 홀로 있는 조용한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이 있다면 나는 어떤 생각을 할까? 앞으로의 미래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답답한 현실을 살면서 이 책은 잠깐의 휴식과도 같은 편안함을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