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떠나길 잘했어 - 청춘이 시작되는 17살 딸과 청춘이 끝나가는 41살 엄마, 겁 없이 지구를 삼키다!
박민정.변다인 지음 / 마음의숲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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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떠나길 잘했어(마음의숲)
 
유럽여행을 두 번 다녀온 후, 나중에 아이가 중학생 정도되면 같이 유럽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걸어다니면서 하나하나 찬찬히 둘러볼 것들이 많은 곳이 유럽을 아이와 함께 여행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엄마 떠나길 잘했어>는 저처럼 생각만 하고 있는 엄마가 아니라 직접 실천에 옮긴 엄마와 딸이 함께 여행을 떠난 여행이야기입니다.

 

열일곱살 고민도 많고 걱정도 많은 딸이 어느 날 문득, 공부는 왜 해야하는지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했고, 그런 딸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던 엄마가 다음 날 함께 세계여행을 가자고 제안합니다. 이것저것 따지면 이렇게 큰 일을 벌이지 못했을텐데, 엄마와 딸은 계획없이 발길 닿는 대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여행을 하면서도 딸은 내가 지금 여기 있어도 되는 걸까? 학원에 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되고 두렵기도 했지만,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이 책의 제목처럼 "엄마, 떠나길 잘 했어"라는 말을 합니다.

 

모녀의 첫 여행지는 러시아 모스크바였습니다.
저의 첫 외국여행지도 러시아 모스크바였습니다. 지금부터 약 20여년 전 22살 대학교 3학년 때 대학교 합창단에서 선교활동으로 간 곳이었습니다. 처음 외국으로 가는 것이었기에 얼마나 설레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당시만 해도 러시아는 개방을 한지 얼마 안되는 상황이었고 입국수속을 밟기 위해서는 입국심사대에서는 아무런 질문도 않고 가만히 있는 심사관에게 볼펜 한자루라도 건네야 겨우 입국을 시켜주던 때였지요.
더이상 이렇게 아름다운 건축물을 짓지 못하게 하려고 건축가의 눈을 멀게했다는 전설이 있는 성바실리성당. 테트리스 오락게임에도 등장하는 성당이지요. 한 시간을 헤매다 모스크바대학에 도착했다는 다인이의 글을 보면서 살짝 웃음이 났습니다.  성바실리성당이 있는 붉은 광장 뒤에 있는 아르바트거리를 지나 죽 가다보면 모스크바 대학에 갈 수 있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모스크바를 다녀왔던 기억이 선명하게 났거든요. 그들의 첫 여행지가 나의 첫 외국여행지와 같다는 동질감 때문인지 <엄마 떠나길 잘했어>는 옛 기억을 새록새록 추억하게 만듦과 동시에 나도 이들 모녀처럼 아이와 함께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엄마와 딸은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됩니다. 
어른이라고 해서 엄마라고 해서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걸 미술관사건을 통해 깨닫게 됩니다. 딸과 엄마는 각자 보고 싶은 것을 보고 푸시킨 미술관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그들이 서로 합의했던 건물이 푸시킨 미술관이 아니었습니다. 딸은 진짜 푸시킨 미술관을 구경하고 약속장소인 미술관에서 엄마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엄마는 푸시킨 미술관이라고 착각한 다른 건물에 들어가 관람을 하고 아르바트거리를 구경합니다. 엄마는 딸이 실수할 때마다 잔소리를 늘어 놓았지만, 딸은 엄마에게 화내지도 따지지도 않고 엄마를 만나 다행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가족이 문제다. 서로의 거리를 인정하지 못하고 탓만 하는 것이다. 마음의 안전거리를 유지하지 못해 수시로 사고가 발생하는 게 가족이다(31쪽).
살다보니 가족이라는 이름때문에 함부로 하거나 미안하다는 말도 덜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미안하다고 하면 될 것을 잘못한 사람이 오히려 더 큰소리를 치고 화를 내기도 합니다. 여행을 하면 서로의 거리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는 것 같습니다.

 <엄마 떠나길 잘했어>에서는 여행에 참고가 될만한 "소소한 팁"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짜여진 루트로 다닌 여행이 아니라 발품팔아 생계형 여행을 다닌 그들이었기에 그들이 직접 경험한 꿀팁을 쓸 수 있었겠지요.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와 함께 유럽여행을 하게 될 날을 꿈꿔 보았습니다. 5년 후에는 갈 수 있을까요? 아이와 꿈을 얘기하며 함께 여행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 이 책에서처럼 거창하게 계획하지 않더라도 현지에서 부딪히면서 실수도 하고 바보짓도 하면서 여행하다보면 더 많은 것을 생각하고 배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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