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열의 교양 - 알고도 모른 척해야 하는 지위의 법칙 ㅣ 세계척학전집 7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8월
평점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서열의 교양, 이클립스, 모티브
"이력서에는 안적히지만 누군가에게 기억이될 만한 행동이 무엇일까?"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끊임없이 서열을 의식하고, 서열 싸움을 한다. 심지어 강아지를 키우는 집에서는 강아지가 서열을 매긴다고 한다. 경쟁에서 이기고, 남보다 앞서 나가는 것이 나의 능력과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나 역시 <서열의 교양>을 읽기 전까지는 정치싸움은 하고 싶지 않더라도, 서열에 뒤처지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책을 읽으며 흥미로웠던 것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순간을 나와 타인을 비교하며 산다는 것이었다.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서열 속에서 우리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나의 위치를 확인한다. 서열이 낮으면 만족감과 자신감이 떨어지고, 불안하고 초조해 지기도 한다.
호네트는 인정이 사랑, 권리, 연대, 이 세 가지 방식에서 온다고 했다. 자기신뢰는 내가 여기 있어도 된다는 감각이고, 자기존중은 나도 저 사람과 똑같은 자격이 있다는 감각이고, 자긍심은 내가 뭔가 보탬이 되고 있다는 감각이라고 한다. 인정의 반대는 무시다. 호네트는 무시가 단순히 기분 상함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맺는 관계를 파괴한다고 했다. 이 대목을 읽을 때 폭행이나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상대가 나를 무시했기 때문이라 말하는 장면이 떠 올랐다. 사랑받지 못한 사람은 자기를 신뢰하지 못하고,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은 자기를 존중하지 못하고,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사람은 자긍심을 갖지 못하게 된다.
호네트는 부당하다는 감각의 한복판에 인간다운 대우, 명예, 존엄이 있다고 했다. 사회적 투쟁은 많은 사람들이 무시당했다고 느낄때 일어난다는 부분을 읽으며 노동자나 비정규직의 투쟁이 단순히 임금 문제가 아님이 이해가 되었다. 그러니 무시당한 사람이 상처를 입는 이유는 단순히 마음이 상해서가 아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사람 취급을 해달라는 것이고, 이 회사의 일부임을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자기를 긍정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훼손되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고, 자기 존재가 걸린 문제이니 싸움은 계속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프란스 드 발의 침팬지 정치학(Chimpanzee Politics)의 "혼자 왕이 될 수 없다"는 내용은 매우 흥미로웠다. 네덜란드 아른험 동물원의 침팬지 집단에서 벌어진 권력투쟁은 가장 힘센 침팬지가 반드시 우두머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권력의 균형을 결정하는 킹메이커가 실세였임을 보여 주었다. 개인의 힘보다 주변의 지지가 권력을 결정하는 모습을 통해 서열과 실질적 권력이 동일하지 않다. 서열은 혼자 만들어 내는 절대적인 능력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이 그 지위를 인정하고 지지할 때 비로소 높은 서열이 된다. 내가 얼마나 강한가 보다 누가 나를 인정하는가, 누가 나와 연대하는가, 그리고 다른 구성원들이 나를 어떤 위치의 사람으로 받아들이냐가 서열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서열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아무리 높은 곳에 올라가도 또 다른 비교 대상이 생기기 마련이다. 2등을 한 사람은 자기 앞에 딱 한 명만 있는데도 패배감에 몸서리를 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부분에서 내가 못하는 게 있어도 좌절감을 느끼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그리스어를 못하는 것으로 좌절감을 느끼지 않는 것을 예로 들었는데, 매우 적절한 비유라 생각하다. 내가 무엇을 가치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는가가 오히려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죽었을 때 나를 평가하고 기억하는 것은 내 업적, 이력서가 아니다. 남들이 정한 성공의 순위보다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충실한 삶, 그것이 <서열의 교양>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