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걷는 이유 - 이부스키에서 왓카나이까지, 기억과 성찰의 2,600km
임병식 지음 / 디오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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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일본을 걷는 이유, 임병식 지음, 디오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알고 나면 예전에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깨닫게 된다.


아들과 일본 여행을 종종 간다. 일본의 대도시는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교통수단이 비교적 잘 되어 있지만 조금만 벗어나도 버스를 타는 것보다 걷는 것이 더 좋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일본여행을 가면 하루 2~3만보는 족히 걷곤 한다. 그래서 이 책 제목만 보고 걷는 것을 좋아하는 여행자를 위한 책인가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한 일본 여행기가 아니다. 그렇다고 무거운 역사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한국인들에게 일제 강점기는 너무가 가슴아픈 사건이었기에, 한국인들의 기억 속에는 일본은 가해자라는 인식이 강하게 뿌리 박혀 있다. 하지만 요즘은 일본가는 비행기가 제주도 가는 것보다 더 저렴할 때도 있고, 엔저 현상으로 비용이 저렴해서 일본 여행을 많이 간다. 이런 이중적인 인식 속에서 저자는 반일 감정이 아닌 현장으로 일본을 경험한 내용을 담았다.


이 책에서 걷는다는 것은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다. 저자는 일본 최남단 이부스키에서 최북단 왓카이나까지 약 2,600 km를 직접 걸었다. 여행지를 다닐때에도 차를 타고 가는 것과 직접 걸으며 다니는 것과는 다른 풍경을 마주한다. 천천히 걷다보면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저자는 일본의 곳곳을 직접 걸으며 일본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여행자의 시선과는 다른 시건으로 일본을 바라 본다.




이 책은 최대한 절제하며 중립적인 시선을 담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느껴진다. 뿌리깊은 반일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도 않고, 역사적 팩트에 근거하여 일본을 바라 볼 뿐이다. 그래서 독자들이 선입견을 갖거나 감정적인 판단을 하지 않도록 만든다. 영화 <동주>에서도 일본이 자행한 생체 실험이 나온다. 전쟁이 끝난 후 연합군은 큐슈대학 의대교수 5명을 기소했다. 세상에 폭로한 것은 당시 그곳에 생체실험을 했던 일본인 의대생의 증언이었다. 2015년 큐슈대학은 미군 포로의 생체 해부 기록을 전시하고 추모공간을 마련했다. 과거를 반성하는 사람들로 인해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물론 여전히 일본정부는 이 사실을 부정한다. 그리고 역사와 무관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내가 여행하는 동안 만난 일본인, 한국에 유학와 알게 된 일본인은 그냥 나와 똑 같은 사람일 뿐이었다.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주고, 선의를 베풀기도 했다. 국가와 국민은 다를 수 있음을 흑백논리가 아닌 복잡하고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함을 이야기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역사에 대해서는 분노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단 일본 문제 뿐만이 아니다. 감정적으로 대하면 사고가 막혀버리기 쉽다. 한 발짝 떨어져서 담담하게 사실 그대로를 바라보아야 사고가 확장될 수 있다. 다음 번 일본여행에서는 우리나라 역사와 관련된 흔적들을 찾아 걷는 여행을 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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