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서 시골에 왔습니다
안효원 지음 / 밤나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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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아파서 시골에 왔습니다: 전직 기자의 유쾌발랄 농부 도전기, 안효원 에세이, 밤나무


이 책은 귀농 에세이가 아니라, 건강으로 인해 삶의 방향을 바꿔버린 도전기를 담은 책이다. 컬쳐뉴스, 필름2.0에 책과 영화에 대한 글을 쓰던 저자가 병에 걸렸다. 아프고 지치고, 멈춰 설 수 박에 없던 상황에서 고향으로 돌아가 농부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솔직하고 약간은 유쾌하게 써 내려간 책을 읽다가 놀랐다. 엥? 저자가 남자였다고? 나는 왜 저자가 여자라고 생각했을까? 문체가 살갑게 느껴져서 그랬나? 아무튼 이 솔직함은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아파서 귀향한 저자는 병원에 정기검진 받으러 가는 기간이 한 달에서 한 번에서, 3개월에 한 번, 6개월에 한 번으로 늘어나면서 건강이 점점 회복되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서울려 돌려 보내려 하지만, 정작 아들은 서울가면 다시 아플것 같다며 서울로 갈 생각을 안한다. 도시에서의 삶은 바쁘고 빠르게 흘러갔을 것이다. 기자라는 직업은 더 했을 것이다. 이번 달 마감하고 나면, 다시 다음 달 마감이 기다리고 있다. 만약 아프지 않았다면, 어쩌면 저자는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상황을 지속하며 지쳐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다시 서울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흔히 귀농을 담은 에세이에서는 전원생활의 낭만이 담겨있다. 시골집을 멋지게 개조하고, 텃밭을 일구고, 지친 도시의 삶 대신 별을 보는 낭만을 시전한다. 하지만 저자의 시골생활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아들은 평생 농사를 짓고 있지만 손자는 서울가서 큰 일 할 거라고 하셨고, 아버지 역시 본인이 쓰러져 병원에 가는 한이 있어도 아들에게는 농삿일을 시키지 않으셨을까? 그런데 아들이 힘든 농사를 짓겠단다. 본인의 좌절된 꿈을 자녀들의 날개를 꺾고 싶지 않길 바라고, 자녀들은 자기들처럼 살지 않기를 바라는게 부모 마음 아닐까?


저자는 결혼까지 하고 아예 시골에 눌러 앉아 버렸다. 농부가 될 거라는 저자는 농사일이 처음이라 여러가지 크고 작은 사고를 친다. 콩밭에 아버지가 심어놓으신 옥수수를 모조리 뽑아버리고, 더덕 심어 놓은 걸 잡초인줄 알고 모조리 뽑아버렸고 아버지는 아들이 그런 줄은 추호도 모르시고 산짐승이 출몰했다고 생각하신다. 콩 북주러 가자는 말을 못알아 듣고 눈치게임을 한다.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데, 과연 농부가 될 수 있을까?


현대인들은 종종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고 바쁘게 살아간다. 그러다 번아웃을 경험하지만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다시 똑 같은 상황을 반복하며 점점 지쳐간다. 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자처럼 시골로 간다고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부모님이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계시니 집과 땅이 있으니 가능한 일이다. 비록 시골로 내려가는 것처럼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꿀 수는 없다 하더라도 삶을 대하는 태도는 바꿀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암에 걸렸을 때 먼저 암에 걸렸던 선배언니가 암과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해 주었다. 나에게 관심을 갖고, 아픔과 함께 살아가며, 삶의 속도를 늦추는 것도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실패가 곧 인생의 실패, 낙오자가 아님을 저자의 농부 도전기에서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한 역할을 했다. 언 땅에 새싹이 돋아나고, 말랐던 우물에 물이 차오르듯 우리 삶에도 새 기운이 솓아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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