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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재산으로 가난을 샀습니다 - 불안을 설렘으로 바꾼, 두 사람의 인생 반전 스토리
고우서 지음 / 슬로우리드 / 2026년 1월
평점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전 재산으로 가난을 샀습니다, 고우서 지음, 슬로우리드
"세상에 우리 정말 여행을 떠났어"
<전 재산으로 가난을 샀습니다>. 돈으로 뭐든 살 수 있는 물질만능주의 요즘 세상에 돈으로 가난을 샀다고? 요즘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담긴 에세이를 즐겨 읽는 나는 책 제목을 보자 궁금해졌다. 가지고 있던 것을 모두 처분하고, 텐트와 최소한의 짐을 배낭에 챙겨 세계여행을 떠난 부부의 여행 에세이라니, 너무 설레였다.
이 책의 표지에는 배우 임시완님의 <쑈따리> 보는 순서가 추천사 대신 써 있다. 이미 4년전 유튜브 채널 @Showddary에 '시즌1: 전재산으로 떠난 부부의 세계일주'에 올라왔던 영상을 여행 에세이로 펴낸 것이 이 책이다. 임시완님은 유튜브를 보고, 책을 읽으라고 했지만, 나는 쑈따리 채널보다 이 책을 먼저 알게 되었기에 책을 다 읽은 후에 유튜브를 보았다. 책은 남편 우서의 시선에서 펼쳐지는 거라 책과 유튜브의 느낌은 약간 다른 느낌이다.
초긍정 아내 '수야'는 닫힌 건물 앞에서도 춤추며 어떡하지를 외치고, 인도에서는 세 얼간이의 명대사 '알이즈웰'을 주문처럼 외치며 다닌다. 아내에게 만큼은 세상 어떤 사람보다 든든한 남편이고 싶은 '우서'는 이름처럼 웃으며 살아가고 싶은 인물이다.
흔히들 가난은 부끄럽다기 보다 불편한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저자는 자발적으로 가난을 선택해 불편한 여행을 시작했다. 편한 여행보다는 고생을 하더라도 현지인들과 동화하며 여행을 하는 모습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특히 러시아 횡단열차에서 미하일 아주머니, 아이와 여행하는 가족과 친해지는 장면, 돼지국밥을 좋아하는 러시아 청년, 자고 일어났더니 미하일아주머니가 내리고 안계셔서 아쉬워하는 장면들에서, 1994년 내가 모스크바와 페테르부르크 여행할 때 만났던 러시아인들이 떠 올랐다. 진한 쓴 커피를 마시며 놀라는 나에게 비행기 옆자리 앉은 아저씨는 달콤한 과자를 나눠주었고, 지하철에서 만난 할머니는 내 러시아 발음을 교정해 주셨고, 교회에서 만난 할머니들은 우리를 따뜻하게 안아주셨다. 비록 말이 통하지 않아도,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그 미묘한 감정이 이 책에서도 잘 묻어난다.
담백하고 솔직하게 써 내려간 이 책은 이들 부부의 솔직담백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우린 가진 게 없으니까 떠날 수 있는거야"라는 말이 이들 여행의 모든 것을 대변해 준다. 전 재산을 털어 세계여행을 떠난 부부는 늦은 밤 숙소 사기를 당해 텐트노숙을 하다 관리인에게 쫒겨나기도 하고, 열심히 찍었던 영상이 담긴 카메라까지 도둑 맞았을때, 30만원 현금보다 더 허망했을텐데, 돈이 떨어져가서 힘들었을텐데, 심한 생리통으로 두 달에 한 번은 죽을 듯 아픈 아내이지만, 둘은 서로의 버팀목이 되고, 서로를 비난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 블라디보스톡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횡단 열차를 타면서 소풍가는 아이처럼 과자를 잔뜩 사고 좋아하는 그야말로 귀여운 부부이다.
재미 있었던 것은 의사결정을 할 때 '가족회의'를 통해 결정했다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는 거다. 사실 둘이 떠난 여행이니, 둘이 상의해서 결정했다고 표현해도 될텐데, 그들은 왜 거창하게 가족회의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이들 부부의 삶, 결혼, 인생에 대한 철학이 담겨져 있는 것을 아닐까? 이 책은 돈이 없어서 아무것도 못하는 것이 아님을 명백하게 증명해 준다. 실패와 두려움을 긍정의 에너지로 바꾸고, 내 것이 아닌 것에 욕심 부리지 않으며 괜찮다 생각하는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힐링이 되었다. 계획했던 게 모든 게 따 꼬여버린 날, 우서는 "뜻하는 대로만 되는 그게 여행이 아니지?" 라고 말하고, 수야는 '맞아요. 매번 원하는 게 다 이루어질 순 없잖아. 오늘처럼 안되는 날도 있는거지, 그래도 행복했어요."라고 말한다. 앞으로 이들의 인생에 어떤 다른 여행이 펼쳐질지 모르겠지만, 이들 부부는 어떤 고난이 와도 서로를 감싸주며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