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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의 함정
낸시 스텔라 지음, 정시윤 옮김 / 정민미디어 / 2025년 12월
평점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두려움의 함정(Fear Traps), 낸시 스텔라 지음, 정민미디어
이 책은 시작부터 너무 강렬했다. 심리치료사인 저자가 두려움의 함정에 빠지게 되고 거기서 수년간 헤어나오지 못한 당황스러운 순간이 그려진다. 심지어 저자는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트라우마에서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전문 심리치료사가 아닌가? 때때로 이론과 실제 생활의 적용은 갭이 있는 법이다. 시누의 황당한 전화로 시작된 당황스러움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결국 20년 결혼생활을 오랜 외도를 인지하고, 남편과의 이혼으로 마무리된다. 막장 드라마에 나오는 외도하는 남편들은 이런 상황에서 아내가 예민해서 그렇다며 진정제를 주거나 신경쇠약이 지나쳐 미쳐간다며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는 장면이 떠 올랐다. 남편은 저자가 싸 놓은 짐 가방을 들고 순순히 사라졌다. 솔직히 변명 조차 없는 이 상황에 더 화가 났다.
우리 대뇌 양 측두엽에 있는 편도체는, 작지만 매우 강력하다. 두려움과 스트레스 반응을 주관하고, 기억이 저장되는 방식에 영향을 주는 편도체는, 신체적 혹은 정신적 생존이 위협당하고 있다고 믿을 때 활성화되는데, 저자는 편도체를 공포 중추라고 부른다. 트라우마가 된 기억은 편도체에 기록되는데, 트리거가 작동할 때 뇌는 과거와 같은 수준의 위험에 처했다고 우리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고, 느닷없이 과거로 보내져 그 때의 트라우마를 다시 겪게 하고, 우리는 그 끔찍한 경험을 하면 느꼈던 감정에 압도당하고, 과잉반응하며 현재 닥친 위협의 크기를 넘어서 반응하게 된다. 이 보다 완벽한 설명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두려움에 함정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를 객관적으로 뇌과학적으로 볼 수 있었다. 나 역시 위기 상황에서 부모님, 언니,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 스스로 마음을 안정시키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그러다 위기 상황에서 나의 든든한 부모님이 더이상 곁에 없다는 생각이 트라우마로 작용했고, 나쁜 기억이 종종 트리거로 작동하여 마음을 안정시키지 못하고, 두려움의 함정에 빠졌다.
나 역시 저자처럼 자기 파괴 패턴 2단계를 경험했다. 사랑하고 믿었던 사람에게 당한 배신은 너무너무 끔찍했따. 나는 두려워하는 단계를 지나 분노와 함께 상대방을 벌주고 싶었고, 내가 당한 고통을 그 역시 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이런 상황은 패턴이 상대방에 대한 것이고 내 감정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은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신경계를 침수시키게 되고, 비참함을 느끼게 하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게 하며, 면역계를 손상시킬 뿐이다.
저자는 자신을 더 잘 돌보고 보호할 힘과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두려움이 힘을 잃고 희미해지기 시작했으며, 전두엽이 활성화되었고, 공포에 휩싸인 편도체의 손아귀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패배 패턴을 끊어낼 더 수준 높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고, 내가 그 결과를 감당할 능력이 있다는 걸 깨닫을 때, 내가 믿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용감하고 강인하며 더 역량이 있음을 인지했을 때, 우리는 회복력이 생기고, 새로운 자유와 자신감을 얻게 된다고 한다. 이것이 저자가 제안한 용기있는 사고 프로세스(Courageous Brain Process, CBP)이다. 너무 명쾌한 설명이라 나 역시 두려움의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나는 혼자라고 느끼거나 고립되어 있고 단절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아 힘들 때가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2018년 시그나(Cigna)에서 2만명을 대상으로 한 'UCLA 외로움 척도'를 보면, 응답자의 저의 절반이 가끔 혹은 항상 고독감과 소외감을 느끼고, 약 47%는 의미있는 대면 상호작용을 매일 하지 않는다고 느끼고, 43%는 다른 이들에게서 고립감을 느낀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나만 그런게 아니었다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되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혼자될까 두렵고, 거절당할까 두렵고, 대립이 두렵고, 무시당할까 두렵고, 실패가 두렵고, 미지의 것이 두려운 우리들에게 용기있게 사고하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알려준다. 오랜 상담가로서의 경험과 함께 본인이 겪은 감정들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던 구체적인 방법들을 소개함으로써 내용이 더 풍성해지고 신뢰도가 높아졌다. 두려움의 함정에서 빠져나오고 싶은 분들은 꼭 읽어 볼 것을 추천드린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용감하고, 강인하며, 능력이 있으니, 저자가 추천한 대로 하다보면 분명히 새로운 신경회로를 형성하고 더 잘 살아낼 수 있게 될 것이라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