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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 살고 있습니다 - 달콤쫄깃 시골 라이프 쌩리얼 생존기
원진주 지음 / 해뜰서가 / 2025년 11월
평점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시골집에 살고 있습니다, 원진주 지음, 해뜰서가
나이가 들수록 사람사는 이야기가 재미있어 져서, 유퀴즈 같은 토크쇼를 좋아하고, 책도 에세이를 종종 읽게 되었다. 오래간만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을 읽었다.
저자는 방송작가, 남편은 PD이다. 늘 시간에 쫒기듯 살는 딩크족이다. 스트레스가 심할 땐 저자의 남편은 한번씩 동굴로 들어가는데, 그때마다 저자가 꺼내주곤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도무지 헤어나오질 못했고, 저자의 한 때 로망이었던 5도 2촌을 실현하기 위해 시골집을 수배했다. 시골집을 사게 된 경위와 집을 사는 과정, 그리고 어릴 적 살았던 할머니댁이 있는 당진에서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져 있다. 역시 방송작가라 그런지 적절한 에피소드를 넣어서 흥미를 유발한다.
외지인들의 시골생활은 텃새가 심하다고들 한다. 게다가 저자가 정착한 곳은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마을이고, 젊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마을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텃새없이 당진에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이 어린시절 당진 할머니 댁에서 살기도 해서 낯선 곳이 아니기도 했지만, 일등 공신은 옆집이 작은 아빠의 친구인 기영이삼촌집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장님댁이 바로 그 옆집이라 무뚜뚝하지만 살뜰히 챙겨주신 덕분이기도 하다. 도시에 살 때처럼 시골에서도 늦은 시간에 배달음식을 시켜 먹었는데, 이장님이 부르시기에 배달 오토바이 소리가 시끄러워서 혼내시는 건가 싶어 갔더니, 직접 손두부를 쑤어서 식사 초대를 해 주셨다고 한다. 드라마에서만 보던 시골살이의 로망이 순탄하게 펼쳐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시골집을 개조해 통창도 내고, 청보리도 심고, 핑크뮬리도 심고, 잔디도 깔고, 그림같은 집을 만들고 있으니, 동네 어르신 뿐만 아니라 외지인들에게도 구경거리였다. 네집 내집이 없는 시골이 아직도 있을까 싶었는데, 그 동네는 그랬단다. 그냥 스윽 들어와 집안을 들여다 보는 것은 예사였다고 한다. 예전에 모델 한혜진씨가 강원도에 멋진 집을 지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집을 침입해서 주차하고, 집의 시설물을 함부로 사용하기도 했다는 에피소드를 본적이 있다. 주중에 아무도 없는 빈집을 지켜준 건 마을 이장님이었다고 한다.
제철 음식은 꼭 그 계절에 맛봐야 맛있다. 심지어 아침방송 작가로 일했기에 어떤게 언제가 제철이지 다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제철 음식으로 요리를 해 본 적이 없었다고 헌다. 그런 저자가 당진에 오고 나서야 제철음식의 맛이 배가 되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제철에 나는 음식을 좋은 사람들과 나눠 먹으니 맛있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전원주택이나 시골살이는 낭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불편함을 감내해야 행복을 맛볼 수 있 것임을 이 책에서도 여지없이 보여준다. 비가오면 빗소리 들으며 파전에 동동주를 먹던 저자는, 열심히 심고 키웠던 청보리가 대책없이 쓰러지는 것을 지켜봐야했다. 뭐든 내 손으로 다 해야하는 게 시골살이, 전원살이니, 수많은 시행착오끝에 드디어 부부는 그들에게 맞는 시골살이의 묘미를 만끽하게 된다.
예전에 후배가 5도 2촌을 한 적이 있었다. 5일은 서울에서, 2일은 제주도에서 살았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후배가족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후배는 집을 샀는지 1년간 빌렸는지 모르겠지만, 저자처럼 시골 삶에 푹 젖어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저자와 후배의 5도 2촌을 보며, 지금 내 모습을 돌아보았다. 처음 이 곳 신도시에 이사와서는 거의 주말마다 서울에 올라갔었다. 만원 지하철을 타거나 점심시간 사람들로 붐비는 식당을 가면 뭔가 생동감이 느껴지고,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자극이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귀찮아서 서울에 잘 안간다. 주말에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이 곳을 잘 안벗어 나려고 한다. 한적한 소도시와 40분을 차 타고 들어가야 나오는 더 한적한 곳에 위치한 직장을 다니고 있다. 이 곳에서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다. 이 책의 저자처럼 도시처럼 북적거리거나 특별한 일도 없어도, 소소한 시골 생활에서의 즐거움을 찾고, 그 삶에 감사하며 살고 싶다. 이 책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