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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의지대로 살고 싶을 때 니체 - 진짜 나로 살아가게 하는 니체 인생 수업
양대종 지음 / 초록북스 / 2025년 10월
평점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내 의지대로 살고 싶을 때 니체, 양대종 지음, 초록북스
19세기 가장 위대한 철학자하면 니체를 꼽는다. 니체의 가장 유명한 말은 "신은 죽었다"이다. 그래서 그를 무신론자로만 배웠고, 허무주의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니체의 사상에 대해 완전히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20대 때 <짜라투스트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었지만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내가 이런 책을 읽었다는 위로만 남아 있다. 지금도 인문서적을 종종 읽지만 늘 어렵게 느껴진다. 원문은 어렵고, 위대한 철학자나 사상가가 쓴 글들을 정리해서 엮은 책을 읽으면 전체를 이해하기는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문장의 일부만 따온 글은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으니, 철학자든 예술가이든 추구하는 바를 알려면 평전을 읽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평생 니체를 연구한 학자 양대종 교수님의 <내 의지대로 살고 싶을 때 니체>는 탁월한 선택지였다. 건국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님이기에 학자이지만 설명이 쉬웠고 다른 어떤 인문학책보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지금이 그리스시대였다면 오스트라키스모스(ostrakismos)라 불리는 도편추방제에 의해 이 책을 쓴 교수님은 퇴출되었을 지도 모른다.
니체의 일차적 관심사는 신이 아니었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독일의 작은 마을에서 루터교 목사 아버지와 목사의 딸인 엄마에게서 태어났다. 어쩌면 니체는 목사 가정에서 태어났기에 인간의 한계나 신의 영역에 대해 암묵적인 강요를 받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니체는 의미와 근거가 사라진 시대, 허무주의로 가득찬 시대를 비판하기 위해 '신은 죽었다'라고 말했다. 니체는 그런 시대 상황속에서도 새로운 이상을 꿈꾸는 인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누구의 시선도 아닌 내 의지대로 살아가는 위버멘쉬(Übermensch)를 이야기 했다. 새로운 꿈을 꾸는 자는 길 위에 서 있지 않고, 스스로가 길이 되며 개척해 나가는 인간이 위버멘쉬인 것이다.
요즘 내 기도 제목에 하나가 추가 된 것이 있다. 사람들에게 의지하지 말고, 오롯이 나를 제대로 바라보게 해 달라는 것이다. 어릴 때는 비교당하는 것 때문에 부모님의 인정에 목말라 있었기에 나는 인정받는 욕구가 강했다. 니체는 이렇게 살아가는 인간을 강요된 역할 속에 갇힌 배우라고 표현했다. 현대인들은 자기가 어떤 것을 원하지도 모른 채, 정해진 틀과 사회적 요구에 따라 자신에게 할당된 역할을 가면과 배역을 쓴 채로 진짜 자신인냥 착각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런 시대에는 장기적 비전과 건설의 힘을 지닌 인간이 설 자리가 없다고 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부모님에게 인정받기 위해 잘 해 내고 싶었고, 사회의 기준이 정한 좋은 직장에 다니고 싶었고, 잘 살고 싶었다. 니체의 관점에서 보면 나는 무리 동물일 뿐이고, 가면을 쓴 배우일 뿐이다. 사회의 통념과 가치, 권력, 돈, 여론의 급격한 부침으로 욕망을 자극받는 자에게 과연 자유로운 정신과 내적인 가치와 자기 지배력이 있을 수 있겠는가? 라는 질문에 할 말을 잃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고 평안하게 살기를 원한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마음이 강해진다. 오죽하면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이 있을까? 하지만 니체는 안전의 확대는 결과적으로 힘의 쇠퇴를 낳는다고 말했다. 넘치는 힘, 상승하는 힘이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자극과 저항이 있어야 한다. 정신을 끊임 없이 자극하고, 힘을 모으게 하는 위험은 인간을 섬세하게 만들고, 집중하게 만든다.
인생은 어짜피 혼자라며 나이들수록 자신에게 집중해야 된다고 한다. 군중 속에 머무는 인간은 안락을 얻지만 동시에 자기 자신을 잃는다. 니체는 무리의 온기와 보호가 결국 인간을 나약하게 만들고, 생명의 힘을 잠식한다고 보았다. 군중이 주는 안전은 달콤하지만, 그 곳에서 인간은 판단과 의지를 포기한 채 표준화된 존래로 전락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니체는 25세에 스위스 바젤대학 고전문학과 교수가 되어 20년간 활동하다가 편두통을 비롯한 병세 악화로 교수식을 사임하였다. 그 후 유럽 각국을 돌아다니며 요양을 하며 집필에 몰두하였다고 한다. 40대에 졸도한 이후, 10년을 정신착란을 겪다가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니체는 타인에게 인정을 구하지 않고, 자기 운명을 긍정하며, 고독 속에서 더욱 단단해지고, 어떠한 위험 속에서도 자신을 지배하는 인간을 꿈꾸며 살았던 것 같다. 누구의 시선도 아닌 내 의지대로 살아가는 위버멘쉬가 되기 위해 니체는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실험하고, 노력했을까? 니체의 꿈은 동양에서 말하는 신독과 닮아 있다.
<즐거운 학문>에서 말했던 것처럼 나 자신에게 두려움을 갖지 않고, 충동이 이끄는 대로 아무 의심없이 날아가고 싶다. 타인에게 인정을 구하지 않고, 내 운명을 긍정하는 니체가 말한 주권적인 개인이 되고 싶다. 나이들어서 안된다고 포기하는 일이 점점 많아질텐데,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이 책에서 말한 것처럼, 모든 것으로부터 나에게 유용한 것을 발견해 내는 건강한 자로 살아가길 바래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