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할머니 약국
히루마 에이코 지음, 이정미 옮김 / 윌마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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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100세 할머니 약국, 히루마 에이코 지음, 윌마

도쿄의 번화가 한 모퉁이에 1923년에 문을 연 약국이 있다. 저자의 아버지가 문을 열었던 약국은 100세 할머니 히루마 에이코씨가 운영하고 있다. 이 약국은 저자의 따뜻함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사랑방 같은 곳이다. 이런 약국이 우리 동네에 있다면 나라도 매일 들르고 싶을 것 같다. 저자는 약사로서 건강만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약은 사람을 낫게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살기 쉽게 도와주는 뿐이라며, 오히려 삶의 따스함을 건네는 정겨운 외할머니 같다. 책 속의 문장을 SNS에 올렸는데, 친구가 습관에 대한 생각이 비슷한데 말이 참 예쁘다며 딸에게 추천해야겠다고 했다. 내가 느꼈던 따뜻함이 친구에게도 전해졌나 보다.

"나의 성격과 취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면

어릴 적 내가 좋아했던 일을

떠올려 보세요."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뭘까? 앞으로 은퇴하면 뭘 하며 살지 생각해 보았는데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사람은 변하지 않으니, 취향도 안변한단다. 옛날에 좋아했던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길래 생각해 보니, 나는 여섯살에 두 살 터울 언니 어깨너머로 한글을 깨쳤고 책을 끼고 살았다. 30대 직장 생활을 할 때에도 출퇴근하는 지하철에서 책을 읽었다. 지금도 나는 책을 고를 때 설레임다. 내가 좋아하는 건 음악 들으며 책읽는 거다. 거기에 커피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또 다른 좋아하는 것은 뭐가 있을까?

"습관이 많아지면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몸이 가벼워 집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여백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어옵니다."

습관이 차곡차곡 쌓여 현재의 건강한 내가 있는 거다. 아침에 조깅하던 습관, 저녁에 헬스장 가서 운동하던 습관, QT하고 성경읽는 습관, 채소를 많이 먹는 습관, 외출 전 선크림을 꼼꼼하게 바르는 습관, 일찍 잠자리에 들고 잘 자는 습관... 평생 좋은 습관들이 많이 있어서 루틴대로 살면서 여유를 가지고 싶다.

"당신은 지금 그대로도 괜찮습니다"

남을 진심으로 걱정할 때 사실 이 한마디면 된다. 그런데 이 놈의 오지랖이 남을 위한 답시고 자꾸 한마디 한마디 보태게 된다. 저자의 말처럼 자꾸 말을 보태면서 다른 사람의 문제에 대해 깊이 관여하려 하면 주객이 전도되고 만다. 게다가 자신도 모르게 가치관과 정당함을 내세우며 설교를 하게 된다. 그래. 이럴 땐 꾹 하고 마음을 누러야 한다. 적당히 거리를 두어야 마음을 나누어 주고 배려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 백배 공감이 되었다.



적은 물건으로 채워진, 잘 정리된 방 안에서의 삶은 마음에 여유를 주고 노후생활을 풍요롭게 한다고 한다. 나는 잘 버리지 못해 이사를 꽤 많이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만 것들을 다 가지고 있다. 나이가 들면 나에게 정말 중요한 물건들을 골라 내고, 언제나 그런 것들을 가까이 두고 생활하는게 좋다고 한다. 먼 훗날 내가 없을 때 내 흔적들을 아들과 며느리가 치우려면 여간 고생이지 않을까?

얼굴에는 그 사람의 인생이 담긴다.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서 수십년 살아오는 동안 그 사람의 마음가짐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난다. 히루마 에이코 님을 보지는 못했지만 편안한 인상일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어떻게 살아야할 지 고민을 하게 되는데, 저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사람답게 살아가는 법을 무심한 듯 다정하게 다가왔다. 아파서 처방전을 들고 들어 갔지만, 약국을 나올 때에는 편안한 마음으로 미소를 머금고 나오게 될 것 같다. 나도 저렇게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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