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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순례길 여행
이준휘 지음 / 덕주 / 2024년 10월
평점 :

대한민국 순례길 여행, 이준휘 지음, 덕주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순례길을 걷는 것은 종교의 힘이 아니고서는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나와는 거리가 먼 것이라고 생각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오는 사람들의 에세이나 영상을 보면, 너무 많이 걸어서 다리가 팅팅 붓는 것은 다반사이고, 발톱이 빠지기도 한다. 티베트 사람들은 신의 땅, 성지 라싸의 조캉사원과 성산 카일라스로 순례를 떠나는 것을 평생 소원으로 여긴다고 한다. 수백 수천 km에 달하는 순례길을 삼보일배 혹은 온몸을 던져 절하는 오체투지를 하며 몇달 혹은 몇 년이 걸리는 힘든 고행이 평생 소원이라니!
저자는 서문에서 순례의 사전적 의미에 대해서부터 설명하고 있다. 순례는 예를 갖춰 의미있는 곳을 돌아보는 행위를 총칭하는 단어이다. 이 말에는 물이 흘러가듯 천천히 주위를 둘러본다는 순행이라는 뜻도 포함된다고 한다. 육체적 고행은 내면으로의 집중을 도와주는 도구일 뿐, 궁극적으로는 삶의 열정으로 충만한 자신을 되찾아가는 과정이니, 산티아고 순례길 만이 아니라 나를 되찾기위한 순례길이 대한민국의 그 어디쯤에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나는 평소 걷는 것을 좋아해서 여행을 가면 하루 10km 이상씩 걷는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낯선 길에서 만나는 것들이 흥미롭고 신기해서 천천히 걸으며 주위를 돌아본다. 동네 호수공원을 산책하거나, 점심식사 후 회사근처를 걷는 것과는 매우 다른 느낌이다. 이 책에서는 50개의 순례길이 소개되어 있다. 종교, 역사, 녹색, 마을이라는 주제로 순례길의 의미를 부여해서 순례자의 집중력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걷는다는 것 자체에도 의미가 부여되니 걷는 것은 단순히 걷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를 담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각 순례길을 소개하는 첫장에 고행의 크기를 발걸음 수, 총 소요시간, 고강도 운동 시간으로 표현해 놓았다. 예를 들어 한탄강 물윗길은 모두 12,636보를 걷게되는 길로, 2시간 35분이 소요되고, 6분간의 고강도 운동 구간이 포함된 여정이라고 소개된다. 산티아고 순례길이나 티베트 성지 라싸의 조캉사원과 성산 카일라스의 순례길처럼 고되고 어려운 길이 아니니 누구나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게다가 문화관광해설사, 공원해설사, 자연환경해설사, 숲해설자, 마을해설사들과 동행하며 순례길에 대한 이야기, 탐방가이드라 상세하게 안내되어 있고, 순례길을 가기위한 교통편, 주의 음식점까지도 소개되어 있어서 지금 당장 순례길을 가 보고 싶고 걸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갈때는 걸어가고 올때는 유람선을 탈 수도 있는 가까운 산막이옛길부터 가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