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두 번째 교과서 x 정우철의 다시 만난 미술 나의 두 번째 교과서
EBS 제작팀 기획, 정우철 지음 / 페이지2(page2)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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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 번째 교과서 x 정우철의 다시 만난 미술, 정우철 지음, 페이지2북

정우철 도슨트의 신간이 나왔다. 정우철 도슨트는 그림을 소개할 때 화가가 그림을 그릴 당시의 상황이나 했던 말, 화가의 인생을 소개하며 화가의 입장에서 그림을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정우철 도슨트가 해설하는 전시회도 가 보았고, EBS에서 방송되었던 프로그램도 재미있게 보았던 터라 이 책 <정우철의 다시 만난 미술>도 기다렸던 책이었고, 잠자리에 들기 전 밤마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다른 시대를 살았지만 비슷한 시각으로 인생을 살았던 화가들을 비교하면서 그들의 작품세계를 소개하고 있다. 이중섭과 모딜리아니, 박수근과 고흐, 모네와 르느와르, 클림트와 실레, 모지스와 루소, 젠틸레스카, 수잔 발라통, 프리다 칼로의 인생과 그림이 맛깔나게 소개되고 있다.

이중섭은 부유한 집안에서 막내 아들로 태어났다. 그 어려웠던 시기에 일본 도쿄에서 유학하던 친척만 20명에 이른다고 하니, 엄청난 부잣집이었다. 이중섭이 오산보통고등학교에 다닐 때 미국 시카고 고등학교와 예일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화가 임용련이 영여교사와 미술교사로 재직했다. 이중섭의 그림에는 ‘ㅈㅜㅇㅅㅓㅂ’ 이라고 한글로 서명이 되어있는데 이때 배웠던 민족정신이 담겨있다고 한다. 제주도에서의 생활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몇 년 전 제주도 서귀포에 갔을 때 이중섭 주거지와 미술관을 가보았던 기억이 떠 올랐다. 작은 단칸방에서 먹을 것이 없어 어부들이 버린 작은 게를 먹으면서도 아내 남덕(남쪽에서 온 덕이 많은 사람이라는 뜻, 본명 마사코)과 아이들과 행복해했던 이중섭의 모습과 영양실조로 폐결핵이 걸린 아내를 아이들과 함께 일본으로 돌려보내고 혼자 한국에서 작품활동을 하며 힘겹게 살았던 이중섭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경쾌하고 재미있던 이중섭의 그림이 <돌아오지 않는 강>에서는 암울하고 슬픔이 느껴졌고, 이중섭의 유명한 황소 시리즈에서 <피 묻은 소>와 <싸우는 소>의 이미지가 치혈하고 광기어린 모습이 되었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원래 조각에 관심을 가졌던 모딜리아니는 몸상태가 좋지 않았고 결핵까지 앓았는데, 조각을 하면서 대리석을 깎을 때 먼지가 대량으로 발생하니 피를 토하고 쓰러진 적도 있어 조각을 그만두게 되었고, 심한 좌절을 겪은 모딜리아니는 19세에 술과 마약으로 피폐해져 있었다. 33살에 14살 어린 잔 에뷔테른을 만나 잔을 모델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처음에는 눈을 그리지 않았는데, ‘내가 당신의 영혼을 알게 될 때, 당신의 눈동자를 그릴 거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나중에 잔을 그린 그림에 눈동자를 그렸을 때 잔은 너무나 기뻐 눈물을 흘렸고, 모딜리아니는 천국에 가서도 자신의 모델이 되어 달라고 했다고 한다. 모딜리아니의 그림을 좋아하지만 잔을 모델로 한 그림에 눈동자가 있었던 그림과 없었던 그림이 왜 그런지 알지 못했다. 유난히 목이 긴 사람을 그렸던 모딜리아니의 그림만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화가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졌고, 그림이 더 재미있어 졌다.

언젠가 유퀴즈에 정우철 도슨트가 나온 적이 있다. 정우철 도슨트의 그림 이야기를 듣던 유재석과 조세호가 이야기에 빨려 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이 책 역시 그랬다. 평소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하고, 미술관 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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