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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기 위한 말 - 치매, 그날이 와도 걱정 없이
사토 신이치 지음, 이유진 옮김 / 시원북스 / 2024년 9월
평점 :

치매, 그날이 와도 걱정 없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말, 사토 신이치 지음, 시원북스
암도 정복이 되는 시대에 살다보니, 나이들어가면서 가장 두려운 질환이 치매가 되었다. 마지막 모습은 멋지고 싶은데, 쪼글쪼글 나이드는 것도 서러운데, 정신적인 문제까지 더해져서 나의 자녀들에게 짐이 된다면 그것만큼 싫은 일이 있을까? 백세시대를 살아야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건강하게 잘 살면 좋겠지만, 그게 어디 내 의지와 뜻때로 되어야 말이지. 나의 부모님이 치매에 걸린다면 어떻게 할까?
오랜세월 지병이 있으셨지만 수혈 받으시며 30년넘게 잘 견디셨는데 넘어져서 인공고관절 수술을 한 이후로 활동량이 줄어들면서 근력과 체력이 급격이 떨어지시더니, 올해 2월 설연휴에 아빠가 소천하셨다. 이제 곧 팔순을 앞둔 엄마는 평생을 아빠를 케어하면서 사시다가 갑자기 할 일이 없어져 멍하니 계셨다. 이후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받으면서 이러다 우리 엄마가 치매 걸리는 거 아니냐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아직 치매는 아니구나 싶은 생각에 안도의 한숨은 쉬었지만, 그래도 나이든 부모님이 있다면 꼭 읽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이나 책을 보아도 치매에 대한 내용은 많다. 치매 증상, 치매 유형과 어떻게 케어하는 것이 좋을지 예시를 들어가며 자세히 써 있는 책들도 많다. 그런데 치매의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인 경우는 어떻게 할지 사실 잘 모르겠다. 잘 잊어버리거나, 뇌가 위축되거나, 나쁜 단백질이 타우단백질이나 베타 아밀로이드가 뇌에 축적되는 것을 치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치매는 인지 기능의 손상, 뇌가 위축되거나 혈관이 막히고 출혈 등의 이상이 생기는 뇌질환의 결과 요리, 장보기, 돈 관리 등을 할 수 없는 생활기능의 손상까지 생겼을 때 치매라고 정의한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장애가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뇌가 위축되어 기억력이 저하되더라도 생활에 지장을 받지 않는다면 치매가 아니라는 것이다. 가족의 돌봄이나 간병인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치매가 아닌 것이다.

우리 엄마의 경우, 물 한잔도 안떠 드시던 평생을 함께 있었던 아빠가 소천하신 후 무기력감과 우울감이 함께 왔던 것 같다. 한동안은 사람을 만나려 하지 않고, 교회가는 것 외에는 외출하는 것도 꺼려하셨다. 남편을 먼저 보낸 사람이라 부끄럽고, 외출하면 사람들이 욕을 할 건라는 말도 안되는 말씀을 하셨다. 방금 한 대화도 깜빡하는 건 단순히 노화인지, 스트레스로 인한 인지력 저하인지 잘 모르겠지만, 엄마는 이런 상황에 꽤 불안해 하셨다. 나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해 하셨다. 이럴 때는 아까도 물어봤지 않느냐 기억이 안나냐는 말 대신에 달력에 메모를 해 둘게요라고 간결하게 대답하며 안심시켜 주는 것이 좋다. 근력운동을 하시면 좋겠지만 지금 시작하기에는 늦은감이 있어 아파트 뒤 공원 산책을 하시게 하는데, 잘 안나가려 하신다. 집에 있는게 편하다며 매일 교회나 복지관에 다녀오신 이후로는 자꾸 누으신다. 이때는 억지로 밖으로 나가라고 하거나 운동부족으로 병에 걸린다거나 불안감을 조성하지 말고, 같이 산책하러 나가자고 하는 것이 좋단다. 곁에 사랑하는 손주와 며느리라 있어 참 다행이다. 우리도 종종 찾아뵙고 엄마랑 산책을 즐겨야겠다.
무기력해하거나 흥미와 감동하는 일이 줄어드는 이유는 워킹 메모리가 저하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풍경이나 음악 등에는 쉽게 감동하는 일이 많으므로 이런 경험들을 적극적으로 만드는 것이 좋다고 한다. 배우자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으로 생긴 슬프고 괴로운 감정, 우울증을 좋은 감정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해 드려야겠다.

이 책은 치매 증상, 치매 유형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 이외에도, 돌봄의 언어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의심단계부터, 경도, 중등도, 중증 치매에 이르기까지 생길 수 있는 상황별로 어떻게 해야할지 잘 설명되어 있다. 나이드신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분들이라면 꼭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본 도서를 무상지원받아 직접 읽으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