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우러러 딱 한 점만 부끄럽기를 - 사랑의 내공을 높이는 64편의 인문학적 사유
조이엘 지음 / 섬타임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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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우러러 딱 한 점만 부끄럽기를,

조이엘 지음, 섬타임즈

인문학은 자연과학의 상대적인 개념으로 인간의 가치탐구와 표현활동을 대상으로 하여 인간과 관련된 근원적인 문제, 사상, 문화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저자는 인문학을 인간이 새기는 무늬라고 간주했을 때 이 책은 저자가 아내에게 새닌 무늬이자 아내가 저자에게 새긴 무뉘에 때란 짧은 보고서라고 이야기 한다. 한 사람의 글이 다른 사람의 인생을 견인할 수 있기에, 이 책 역시 누군가에게 그러하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고등학교 때 물리학자나 철학자 혹은 수도사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셋 다 고독과 침묵 속에서 진리를 갈구하는 모습이 무척 멋져 보였기 때문이라나? 결혼은 부정했지만 매력 넘치는 여인과의 멋진 연애는 갈망하는 일관성 없는 논리의 소유자였다. 서울대에 진학하여 공부에 제대로 미쳤고, 30에는 내내 일하는게 좋았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간 연애들을 냉철하게 돌아보니, 설렘, 좋아함, 사랑함, 익숙함, 갈등, 파국으로 이어지는 공식을 발견하고, 독신주의자임을 선언했다고 한다. 그리고 서른 여덟 살, 서울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책 200박스와 두 박스가 채 안되는 옷을 들고 제주도로 향한다. 지인들 만나는 횟수도 총량제로 정해놓고 만나며, 걷고, 책읽고, 공부하며 수도원 같은 제주살이가 시작된 거다. 외향과 내향이 반반이 나도 사람들한테 기를 빨리는 느낌이라 저자처럼 가급적 사람들과의 만남을 자제하게 되었다. 그러니 이런 인생이 부러울 수 밖에!

여기까지 읽으니 뭐 하고 싶은 거 다하며 혼자의 인생을 즐기는 사람 같았다. 결혼이라는 건 책임감과 연결되는 거니, 그냥 혼자 하고 싶은 거 하며 잘먹고 잘사는 느낌이랄까? 마흔 셋이 되어서야 저자는 본인이 결혼을 부정하게 된 이유를 알게되었다고 한다. 결혼생활이 요구하는 물질적, 정서적, 감정적 비용을 감당할 용기가 없었음을, 그리고 고결한 신념과 용기를 가진 독신주의자라고 스스로를 우쭈주 해왔지만 사실은 비겁한 도망자였음을!

1인 생활에 최적화되어 있었고, 시를 좋아하지 않았던 철저히 이성적이었던 저자는 지금의 아내를 만나고 결혼하면서 바뀌어 간다. 연예부 기자로 일하면서 집안일이라고는 해보지 않은 까칠해서 결혼하지 못했던 여인을 티안나게 내조한다. 제주도는 섬이라 습할 거라며 제습기를 선물한 지인에게, 우리집은 습하지 않다, 이불이 늘 뽀송뽀송하다, 내 잠옷은 늘 깨끗해서 좋아라고 한다. 남편이 종종 이불을 햇빛에 말리고, 아침에 벗어놓은 잠옷을 깨끗하게 세탁해서 가져다 놓은 건 모른다. 음식만드는 걸 좋아하는 아내가 음식만드는 시간외에 가사노동 시간을 0으로 만드는게 목표라니, 세상에 이런 남편이 또 있을까? 이에 대한 설명은 박학다식 유식하게 설명하다. 남자가 천하를 청소해야지 어떻게 방한칸만 청소하느가라는 중국 선비 진중거의 말을 이용하서 말이다. "개념이 행동을 만든다. 개념이 이상하면 이상하게 산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중반부 쯤 결혼이후의 이야기부터는 유쾌한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사랑에는 수고가 따르고, 그 수고는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노력이라고 한다. 부모를 사랑하고, 자녀를 사랑하고, 친구를 사랑하고,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그 모든 사랑을 합친 분량과 두께로 내 연인을 사랑할 때 비로소 사랑을 살게 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되었다. 노력하는 한, 인간은 행복하다는 말을 계속 되내이며 생각해 보았다. 핏줄 하나 섞이지 않은 철저히 남이었던 사람이 부부의 연을 맺었으니, 노력하지 않으면 다시 남이 될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결혼이라는 건 수도사에게 요구되는 것과 동일하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된다. (거기에 더해 엄마가 된다는 것은 더 많은 인내심과 책임감이 필요하다.) 부부는 서로의 고통에 뛰어들어 심장을 묶은 뒤 함께 버텨내는 사람이라는 말을 읽고 또 읽었다.

부작용(의 "부"자가 "아닐 부("자가 아니라는 걸 상기시켜 주었다.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약을 먹는 이유는 작용이 더 크기 때문이 아닌가! 결혼을 망설이는 사람들부터, 결혼생활에 권태기가 온 부부들까지 이 책을 읽어봤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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