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츠나구 1 - 산 자와 죽은 자 단 한 번의 해후 사자 츠나구 1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오정화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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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츠나구 1. 산 자와 죽은 자 단 한번의 해후,

츠지무라 미즈키 장편소설, 리드리드출판


돌아가신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천도복숭아를 보거나 들깨가 듬뿍 들어간 시래기국을 먹을 때면 외할머니가 가끔 생각이 난다. 친정에 가면 늘 외가에 들러 외할머니를 뵙고 왔었는데, 그 해 추석 때에는 뭐가 그리 급했는지 외가에 들리지 않았 그냥 서울로 돌아왔다. 며칠 뒤 외할머니가 쓰려지셨다는 소식을 듣고 갔을 때에는 이미 중환자실이었다. 의식이 없는 외할머니 손을 잡아드린게 마지막이었다. 죽은 자를 다신 만나는 방법은 내가 죽고 나서 천국에 갔을 때 뿐이겠지. 외할머니 얼굴도 가물가물해지려고 할 때는 외사촌동생이 그린 외할머니 초상화를 들여다 본다.


이 책은 하늘로 떠난 사람 소중한 사람을 단 한 번 다시 만나게 해준다는 독특한 소재를 담고 있다. 산 자와 죽은 자를 만나게 해주는 사자 역할을 하는 소년 츠나구가 나온다. 츠나구는 잇다, 연결하다는 뜻을 가진 일본어라고 한다. 산 자와 죽은 자가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보름달이 뜨는 단 하룻밤 뿐이고, 산 자의 요구가 있더라도 죽은 자가 만남을 거절한다면 이 만남은 성사되지 않는다. 살아있을 때 차마 건네지 못한 진심이나 진실이 있는 네 명은 그 아쉬움으로 츠나구를 찾는다. 네 명 모두 사연이 절절하다. 사춘기 소녀의 질투심과 이기심으로 친구를 죽였다고 생각하는 소녀, 암에 걸린 어머니와 남겨진 가족들의 이야기, 애달픈 사랑이 그려진다. 산 자와 죽은 자의 만남이고, 산 장의 시선과 입장에서 이야기가 그려지지만, 만남이 성사되는 열쇠는 철저하게 죽은 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게 특이하다.


이 책 <사자 츠나구>는 사람들의 심리와 감정 묘사가 담백하게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죽은 자를 만나는 사람들의 마음이 어떨지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그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고 느껴지게 만든다. 짧지만 디테일한 묘사로 영화를 보는 것처럼 분위기와 느낌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깔끔한 문체 덕분에 책장이 술술 넘어 간다. 100만 부 이상 팔린 밀리언셀러라는 명성이 이해가 된다.


츠나구의 존재를 알게 되고, 연락처도 손에 쥐었다면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죽은 자를 다시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나를 추스리고 내 인생을 한 걸을 더 앞으로 나아가기를 원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게 죄책감이든 아니면 후회와 미련이든 간에 망자와의 만남을 통해 생활에 활력을 얻고 걱정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이 될 것이다. 그것은 뻔뻔한 얼굴로 망자의 존재를 소비하고 경시하는 태도이자 교만한 것이라는 말에 이해가 되었다.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을 애써 되돌리려 하는 것은 결국 내 마음 편하자고 하는 것일테니...... 있을 때 잘하라는 옛날 개그 멘트처럼,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살아 있을 때 잘해야 하는 거고, 지금 사랑하는 사람에게 진심을 전하는 것이 중요하리라. 망설이면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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