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신경계 그림으로 읽는 잠 못들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바야시 히로유키 지음, 양지영 옮김, 박주홍 감수 / 성안당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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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들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 자율신경계, 고바야시 히로유키 지음, 성안당


나이가 들수록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 관련된 책을 많이 보게 된다. 전공서적과는 또다른 깊이와 재미가 있다. 신기한 것은 이런 책들의 저자가 대부분 일본인이라는 거다. 한참 책을 읽다가 어디서 본 듯한 내용인 것 같아 책장을 뒤져보니 <잠 못들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 자율신경계>의 저자가 예전에 흥미롭게 읽었던 <2주만에 살 빼는 법칙>의 저자 '고바야시 히로유키' 박사님이었다. 일본 준텐도대학을 졸업한 의사이면서도 영국 왕립 소아병원과 외과, 아일랜드 국립 소아과병원과 외과 근무 경력도 있고, 일본 스포츠협회 공인 스포츠 닥터로 활동하며 운동선수나 연예일들의 건강지도를 하고 있으며, 준텐도대학 의학부 교수로 특히 자율신경계의 일인자라고 할 수 있는 분이다. 그러다보니 이 책 은 전공자, 전문가로서의 깊이가 있으면서도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져 있다.


분명히 나는 몸이 아프고 이상한데, 병원에 가면 검사를 해봐도 딱히 원인도 모르고 병명도 안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스트레스"라고 얘기해 왔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스트레스로 인한 불쾌한 증상을 동반한 자율신경계의 이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37조 개의 세포에 충분한 영양분과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우리 세포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결국 신체 기관에 이상이 생긴다. 영양분과 산소 부족으로 뇌세포의 기능이 떨어지면 기억력, 판단력이 저하되고 내장과 각 기관의 기능도 둔해진다. 위나 장의 기능이 떨어지면 소화와 영양흡수가 나빠져 설사나 변비가 생기고, 피부, 머리카락, 손톱 등의 세포 재생이 정체되면 미용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세포로 영양분과 산소를 보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 혈액이고, 혈액의 흐름을 관장하는 것이 자율신경계이다. 그러니 자율신경을 잘 조절하면 혈액의 흐름이 좋아져 온몸의 세포 기능이 활성화된다. 이 보다 간단 명료한 설명이 또 있을까? 약 10년 전 온몸이 이상하지 않은 곳이 없었던 적이 있다. 어지러움, 불면증, 극심한 체중감소, 하혈, 두통, 망막혈관 폐쇄증(retinal vascular occulsion)까지 왔었다. 나는 당뇨, 고혈압, 고콜레스테롤, 과체증도 아니고, 흡연도 안하는데 갑자기 한쪽 눈이 안보이니 미칠 노릇이었다. 돌이켜보면 그때 나는 업무과다와 팀내의 괴롬힘, 기타 여러가지 스트레스로 인해 번아웃 상태였고, 몸이 신호를 보낸 것이었다. 질병관리본부에 근부하나 온 몸에 질병이 왔다는 농담아닌 농담을 하며 사표를 냈는데, 지금 생각해도 정말 잘 한 것 같다. 마음의 장애가 몸의 장애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저자의 설명이 딱 맞았다. 몸과 마음은 자율신경을 통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자율신경계가 무엇인지, 또 자율신경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하나하나 짚어주며 설명하고 있다. 증상은 있어도 딱히 병명을 붙일 몸에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를 자율신경 실조증이라고 한다. 뇌 속 신경전달물질의 분비이상으로 나타나는 마음의 질병인 우울증과는 다르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자율신경계 자가진단표가 있어서 체크해 보았는데 나는 16개 항목 중 절반 이상이 해당되었다. 체크한 항목이 많으수록 자율신경계의 불균형이 많이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10년 전 상태를 체크하면 무려 15개가 해당되었으니, 많이 좋아졌다고 해야할까?


2장부터 5장까지는 자율신경계에 도움이 되는 생활습관, 식생활, 멘탈력, 운동을 소개하고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 이유는 장 때문이다라는 부분을 읽으면서 <2주만에 살 빼는 법칙>을 떠 올리며, 그 책을 다시 읽기도 했다. 장내 환경이 나빠지면 소화 흡수력이 떨어지고, 영양소가 아닌 독소맘 몸에 쌓여 혈액이 오염되고, 오염된 혈액이 온몸을 순환하면서 신진대사가 떨어지고, 내장지방이 축적되어서 별로 먹지 않아도 살이 찌고, 저영양상태가 되면서 쉽게 피로해 지고 노화가 빨라진다고 한다. 그러니 살을 빼서 예뻐지고 싶다면 장부터 관리해야 한다. 면역세포의 70%가 장에 분포하므로, 장내 환경이 악화되면 면역력이 떨어지게 된다.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과립구가 지나치게 증가하여 유해한 세균 뿐 아니라 우리 몸의 건강 유지에 필요한 공생균까지 제거하게 되고, 부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림프구가 증가하여 항원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알레르기 증상이 생기기 쉬워진다. 단순히 장 건강은 변비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의 건강과 직결되어 있으니 매우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맛있게 먹으면 0 칼로리"는 말을 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죄책감 느끼지 말고, 맛있게 먹고 운동하면 되는 거 아닌가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일리있는 말임을 알게 되었다. 맛없는 식사, 싫어하는 음식을 억지로 먹으면 스트레스로 인해 장내 환경이 악화되거나 혈액순환이 나빠져 자율신경계의 불균형이 생길 수 있다는 거다. 스트레스를 느끼면서 먹으면 칼로리가 지방으로 변해버린다. 그러니 맛있는 음식을 즐겁게 먹으면 장의 움직임도 좋아지고 신진대사도 활발해져서 오히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율신경계를 좋게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를 지키는 멘탈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적 스트레스는 자율신경계를 흐트리는 최대의 적이며, 그중에서도 피할 수 없는 것이 대인관계에 따른 스트레스이다. 나이가 들면 좋아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대인관계는 힘들다. 심리학책에서는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과 정리하는 것이 좋다며 좋아하는 사람과 시간 보내기도 짧은 인생인데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과 잘 지내려고 애쓰며 시간낭비하지 말라는 글을 많이 읽었다. 이 책에서도 타인이 자기가 생각한 대로 되지 않아 답답하거나 타인과 자신을 비교해 열등감을 느끼면 마음을 좀먹는 스트레스가 되어 자율신경계를 무너뜨리는 원인이 된다고 하며, 타인의 의견에 휘둘리지 않는 확고한 가치관을 가질 것을 권하고 있다. 의식하지 않으려해도 자꾸만 신경이 쓰이는 걸 어떻게 하냐는 생각이 들는데, 저자는 이 때 필요한 것이 '신경쓰지 않는다'가 아니라 '방치해 둔다'로 사고를 전환하고, 타인의 시선에서 거리를 두고, 관여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을 권한다. 기분이 좋아지는 일만 생각하는 것이 자율신경계를 안정시키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 장에서 행복물질이 만들어 진다고 한다. 오잉? 커피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너무너무 반가운 소리였다. 커피에는 카페인이 있어 교감신경을 활성화하여 각성효과를 내기도 하지만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분비량을 늘려 항우울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클로로겐산 같은 항산화물질이 풍부하여 혈류를 좋게 한다. 대장의 연동 운동을 극하여 변비를 해소하고 장내 환경을 개선하고, 온몸의 혈류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커피 적당량은 하루 2~4잔으로 차가운 커피보다는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 장이 차가워지지 않으니 장에 더 좋다고 한다. 하버드대학의 연구결과를 보면, 하루 3~4잔의 커피를 마시는 커피애호가들 중에는 우울증 환자가 적고, 자살 위험성이 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커피향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효과도 있으니, 바쁠 때일수록 커피 한잔으로 잠시 한숨 돌리고 여유를 가져야겠다.


자율신경계 이상은 전염된다고 한다. 반대로 자율신경계가 안정된 사람과 함께 있으면 그 사람의 침착한 행동과 목소리에 다른 사람도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모유를 먹일 때 아빠도 비슷한 말을 했던 기억이 떠 올랐다. 지금은 오히려 침착하고 느긋한 아들 덕분에 옆에 있는 나의 자율신경계도 안정화되고 있다. 올해는 내가 좋아하는 커피마시면서 좋은 책 읽고, 매일 매일 운동도 열심히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자주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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