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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파도는 다시 오지 않아 - 오늘 치는 파도는 내가 인생에서 만날 수 있는 딱 한 번의 파도니까
김은정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8월
평점 :

[서평] 같은 파도는 다시 오지 않아, 김은정, 소담출판사
"어떤 것을 열렬히 좋하해 본 사람의 인생은 이전의 인생과는 달라진다고 믿는다.
무언가를 좋아함으로써 새롭게 보이는 세상,
세밀한 결을 손으로 천천히 살펴야만 비로소 보이는 작은 세계가 있다"
이 책의 저자인 김은정(신디 킴)님은 30년간 홍콩에서 라이센스 캐릭터 비지니스 사업을 하는 분이다. 50대 후반~60대로 추정되니, 나보다 연배가 더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느껴지는 기운이 남달랐다. 라떼는 말이야라는 말은 이제 꼰대들의 언어로 치부되지만, 예전에 우리가 20~30대 사회생활을 했을 때와 지금은 완전히 다른데, 이 책을 읽으면서 당시의 기억들이 하나둘씩 떠 올랐다. 나는 제품 개발과 학술을 담당하는 사람이었지만, 제품을 만들고 판촉으로 쓰일 교육자료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직접 디자이너를 핸들링하고, 충무로 인쇄골목을 다녔었다. 제대로 색상이 나오기까지 죽치고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하라고 하면 못할일들은 그땐 했었다.
나 역시 저자처럼 부당한 일을 하지 않으려 했고, 일에 대해 거짓말을 하지 않으려 했었다. 정직한 사람, 올곳은 사람이라는 평가보다 융통성이 없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일에 대한 나의 신념은 확고했다. 지금와 생각하면 뭐 그렇게까지 힘들게 살았나 조금 더 유도리를 부릴 걸 그랬나 후회하는 부분도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그런 행동에 대해 뭔가 위로가 되는 글귀가 있었다. 저자는 이런 행동을 올바름에 대한 문제라기보다는 나의 존엄에 대한 문제였고, 내가 회사에 최선을 다했다는 점, 부당한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라는 것 때문에 회사를 나올 때에도 당당하게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일을 사서 하는 사람이 있다. 내가 그렇다. 그냥 맡은 일만 하면 될 것을 괜한 오지랖을 부리기도 하고, 없던 일도 계속 만들어 낸다. 장기하님의 노래처럼 그냥 가만히 있지 왜 자꾸 일을 만드는지 모르겠다. 저자는 일을 돈과 시간의 교환으로만 생각하면 자기 발전을 이루어 내기 어렵다고 말한다. 물론 나는 생계형 직장인이지만, 돈을 벌려고만 생각했으면 나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았어야했다. 일이란 자아실현의 장이자 정체성이라는 말에 너무너무 공감이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직장에서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고, 어떻게 후임들을 끌어주어야할 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해 온 일들을 너무 앞세우지 말고, 지긋히 바라보며 그들에게 멘토로서의 역할을 해야하는데 쉽지가 않다. 자꾸 욕심이 들어간다. 조금만 더 하면 훨씬 나아질텐데 하는 친구들이 보이면 이것저것 조언이랍시고 하는데, 그들에게는 그게 꽤 부담인가 본다. 저자가 말하는 대부(The godfather)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