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든가 죽는다든가 아버지든가 - 일본 TV도쿄 2021년 방영 12부작 드라마
제인 수 지음, 이은정 옮김 / 미래타임즈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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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산다든가 죽는다든가 아버지든가, 제인 수 지음, 미래타임즈

자녀가 바라보는 나이든 아버지의 인생을 어떤 모습일까? 나를 낳아주고 길러 주신 분이 부모님인데, 유독 아버지의 인생을 우리가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 이 책은 40대의 딸이 70대의 아버지의 인생 이야기를 기술한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 부모님 특히 아버지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저자는 이십대 중반에 어머니를 여의었다. 어머니 살아 생전에 자신이 알고 있는 어머니 이외에 아내나 한 여자로서 어머니의 인생 이야기를 직접 듣지 못한 것이 아쉬워, 아버지에 대한 인생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고 한다. 아버지와 부녀지간으로 사십여년을 넘게 살아왔지만 아버지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고 한다. 엄마를 어떻게 만났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 책을 쓰지 않았더라면 모를 이야기들이 많았을 것이다. 나는 두 언니가 나보다는 일찍 결혼을 했고 타지 혹은 해외에서 살았기 때문에, 그에 비해 친정에도 자주 갔었고, 아빠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625 전쟁직후에 피난 와서 살았던 이야기, 아빠와 엄마가 첫 선을 보았을 때 이야기, 젊은 시절 결핵으로 엄청 고생을 했지만 가족을 부양해야 했기에 휴직을 하지 못하고 계속 일을 해야만 했던 이야기 등등. 전쟁을 겪은 우리네 부모님들은 다들 그렇게 살아왔다. 그렇게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온 인생인데 어찌 가볍게 넘길 수 있으랴.

아버지와 따로 살면서 사십대 딸이 아버지와 정기적으로 만나고, 같이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쉽지 않을 일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티격태격 하는 부녀의 모습도 보기 좋았고,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배려하고 인정해 주는 모습이 느껴져서 좋았다. 식당의 드링킹 바에는 로열밀크티가 없지만, 커피를 마시지 않는 아버지가 좋아하는 밀크티를 직접 만들어내는 딸의 모습은 그저 사랑스럽기만 하다. 아버지는 딸이 직접 로열밀크티를 만들어오는 줄은 꿈에도 모르실 거다. 그저 맛있게 드실 뿐이다. 아버지의 단골 맛집에 가서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니 문득 우리 아빠는 뭘 좋아하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맛있는 걸 먹을 때면, 나는 아들에게 이거 엄마가 좋아하는 거니 꼭 기억해둬라고 말한 적이 있다. 아빠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도 이제는 이가 없어서 잇몸이 불편해서 잘 드시지 못하니 서글프다.

다행히 저자의 아버지는 근성이라도 딸이 하는 말에 “네네”라고 말하고 최소한 딸이 보는 앞에서는 행동을 고치려고 한다. 우리 아빠라면 어땠을까? 팔순이 넘으신 우리 아빠는 점점 고집이 세어지고, 몇 년 전 인공고관절 수술 후 거동은 불편해지시고, 식욕도 없으시다. 그나마 소리를 지르며 본인 주장을 하시는 걸 보면 아직 한참을 더 사시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살아계실 때 잘해야지… 이 책을 읽으며 다짐해 본다. 나이 드신 부모님의 모습이 한없이 안쓰럽게 느껴진다면 부모님과 사이가 좋은 아니든 이 책을 읽어볼 것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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