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시는 하나님 - 12년간 제주도에서 무인카페 <산책>을 운영하며 하나님과 산책한 이야기,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김기철 지음 / 한사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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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산책하시는 하나님, 김기철 씀, 한사람

제주에서 사는 것도 부러운데, 제주도에서 카페를 한다고? 그것도 무인카페?

그럼 카페를 열고 닫기만 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유인거야? 저자에 대한 소개를 읽으며 괜히 설레었다. 직장과 집이 서울이지만 제주도에 세컨 하우스를 구입하고 주말이나 연차를 내고 제주도 나들이를 가는 후배도 떠 오르고, 아무트 너무 꿈 같은 이야기였다. 그런데 제목이 산책하시는 하나님이라고? 뭔가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 삶 가운데 하나님이 계시는 구나!

이 책을 쓴 김기철 님은 서울에서 야채장사를 하며 치열하게 살다가 어느날 제주도로 이주했다. 얼마지나지 않아 무인카페를 열었으나 무인카페라는 점을 악용해 무전취식을 하거나 가게의 물건이나 음료를 훔쳐가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 수입이 그리 좋지 않았다고 한다. 곳곳에 CCTV가 있는 세상이고, 타인의 시선 때문에 행동을 조심하지만 막상 아무도 없는 곳에서 떳떳하게 행동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비율이 얼마나 될까? 무인카페를 하며 곳곳에 CCTV가 있는 세상이고, 타인의 시선 때문에 행동을 조심하지만 막상 아무도 없는 곳에서 떳떳하게 행동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비율이 얼마나 될까? 무인카페를 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읽으며 웃음이 나왔다. 우리 동네에도 저녁에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떡집이 있다.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나오면 1층에 진열된 떡이 눈을 떼지 못한다. 안내된 계좌로 카카오페이 송금을 하고 떡을 두 팩 샀었는데, 한참이 지난 후에 떡 한팩을 사고 송금하면서 예전 이체 내역을 보니 천원을 더 보냈던 걸 알게 되었다. 화면을 캡쳐해서 주인에게 카톡을 보내면서 이번에 천원 덜 보냈다고 설명을 한 적이 있다. 대학에 신독(愼獨)이라는 말이 나온다. 자기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지는 일을 하지 않고 삼가한다는 뜻이다. CCTV를 달았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확인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게 마음 편하다고.

저자는 이른 아침 무인카페에 출근해서 영업 준비를 하러 가서는, 기도를 하면서 하나님과 일대 일로 만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하루의 시작이 하나님과 만나는 시간이었고, 올레길 산책을 하며 사색을 하였을 것이고, 카페 2층에서 혼자 신앙서적을 읽었다고 한다. 무인카페 <산책>을 운영한 이후로는 서울에서 일하느라 소홀히 했던 신앙생활의 균형을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

10년 넘게 무인카페 산책을 운영하면서 하나님과 함께 산책하며 인생을 돌아보며 새롭게 도전할 힘을 얻을 수 있었으리라.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너무 끝까지 자신의 것을 악착 같이 붙잡고 있다가 갑자기 삶의 전선에서 사라진다. 나이가 들면서 소모품처럼 나보다 더 접고 뛰어난 사람들로 바뀌고 채워진다. 순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끝까지 자신의 영향력을 지키려고 애를 쓰며 다른 사람을 밟으려고 하기도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안쓰럽다 못해 추한 느낌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래간만에 출장가며 대중교통을 타니 책읽을 시간이 있어 좋았다고 페이스북에 썼던 글이 떠 올랐다. 그때 읽었던 책이 <유대인의 1퍼센트 부의 지름길>이라는 책이었다. 책 제목이 부의 지름길이지만 돈버는 얘기는 1도 없다. 인생의 지혜인 탈무드에 대한 책이다. 어디로 가든지 길을 떠나기 전, 자신이 꼭 그 길을 걸어가야하는지 깊이 생각하고 나서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한 가지 질문을 하라는 내용이 나온다. 이 길이 과연 자신의 가슴이 걸어가라고 재촉하는 길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 길은 옳은 길이고, 그렇지 않다면 그 길은 잘못된 길이라고 한다.

저자는 비효율적인 무인카페를 운용하면서 신앙의 기쁨, 감사, 삶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은퇴하지 않았지만 은퇴한 삶을 살아가는 저자가 그저 부럽기만 하다. 나도 어느 덧 오십이 되었고 나의 후반전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본다. 욕심을 버린다면 비록 부유하지는 않지만 마음의 여유와 아름다운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바람직한 원칙은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큰 죄를 짓지 않고 자신의 유일한 '길'을 가는 것이고, 매 순간 발걸음이 닿는 길이 바로 '목적지'를 향하는 한 걸음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나와 함께 산책하고 계실 하나님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겠다.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경성함이 허사로다.

너희가 일찌기 일어나고 늦게 누우며

수고의 떡을 먹음이 헛되도다.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그 사랑하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도다

(시편 1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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