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잠들지 못하는 11가지 이유 - 모든 게 터지기 일보 직전인 4050 여성들을 위한 인생 카운슬링
에이다 칼훈 지음, 노진선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 우리가 잠들지 못하는 11가지 이유, 에이다 칼훈 지음, 라이팅하우스, 2022.


"모든 게 터지기 일보 직전인 4050 여성들을 위한 인생 카운슬링"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 있는 우리는 X세대였다. 전쟁 후 베이비 붐 세대들이 안정을 찾아갈 무렵 태어났기에 우리는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아이를 키운 슈퍼파워 워킹맘으로 성장했다. 이제 직장을 그만두면 우리는 청소하는 일용직으로도 가기 힘들다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었다. 그래서 악착같이 직장을 다니며 경단녀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임원으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제 나에게 남겨진 것은 이 책의 부제목에 나오는 것철 터지지 일보 직전이다. 아파트 대출금을 갚느라 40대를 보냈다. 심지어 한동안 불면증에 시달렸다. 얼마 전 동갑내기 직원과 이야기 하다가 이 나이가 참 좋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나보다 자녀를 일찍 낳은 덕에 아들이 이번에 대학을 갔다며 이제 퇴근 후에 운동도 하고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질 생각에 설레인다고 했다. 나도 얼마전부터 나를 위해 거금을 투자해 개인 트레이닝(PT)을 받고 있다. 힘들게 살아온 나를 위한 최소한의 보상이다.


이 책을 읽으면 치열하게 살아온 우리 4050 여성들의 이야기에 격하게 공감이 되었다. 우리 어머니 세대에서는 차마 할 수 없었던 선택지가 우리에게 주어졌다. 그래서 불평하는 것은 나쁜 일처럼 여기며 살아왔다. 필라델피아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심리치료사 데버라 루에프니츠는 선택지가 있다고 해서 사는 게 더 쉽지는 안다고 하며 가능성이 커질수록 부담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내 인생을 돌아보니 정말 그랬다. 실패하면 안될 것 같아 잔뜩 긴장하며 살았고, 감사하며 살았고 감히 불평하는 것, 꿈을 꾸지 않는 삶은 은 죄악시 여기며 살아왔다. 결정 피로에 대한 연구에서도 선택지가 과도하게 많으면 실제로 결정을 내린 뒤에 더 만족하기보다 덜 만족하게 되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었다는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후회를 많이 했었나보다. 그러다 어느 순간 하나를 선택한 후에는 더 이상 미련을 안가지려고 떨쳐버리려고 했다. 내 앞에 산적해 있는 또 다른 숙제들을 처리하기에도 바쁘니 어쩔 수 없었다.


우리가 잠들지 못하는 이유 중 아홉번째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폐경 전후 증후군에 대한 주제인데, 화내든 울든 몸이 시키는 대로 하란다. 폐경기는 남을 즐겁게 해 줄 필요가 없음을 배우는 시기이고, 좀 더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할 때라는 말에 너무너무 공감이 되었다.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했고, 열심히 일했으니, 이제 나 자신을 돌아보고 사랑해야할 시기가 맞다. PT를 받으며 내 몸을 너무 돌보지 않은 것에 속상했고, 이제라도 나를 돌보아야겠다 다짐했다.


때로는 불안한 생각도 들고, 후회도 되고, 돈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가족을 돌보느라 부담을 느끼기도 하지만, 저자처럼 나 역시 내년도 있고, 내 후년도 있을 것에 감사한다.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이 오고 있음에 감사하다. 얼굴에 닻는 햇살을 느끼며 느닷없이 참 좋은 날이네 하고 생각하는 순간도 있으리라는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 참 마음에 든다. 저자의 바램대로 이 책을 읽으며 한결 느긋해 졌고, 잘 지내고 있는 내가 대견하고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치열하게 살고 있는 4050 여성들에게 꼭 읽어볼 것을 추천드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