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저랑 유럽여행 가실래요? - 49년생 할머니와 94년생 손자, 서로를 향해 여행을 떠나다
이흥규 지음 / 참새책방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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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저랑 유럽여행 가실래요?

49생 할머니와 94년생 손자의 유럽 여행기

가족이어서 배려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아서 일까? 부모님과 일본여행 다녀 오고 나서 가족여행은 같이 가는게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 읽으며 많이 부러웠다. 45년 차이나는 외할머니와 손자가 열흘 동안 이탈리아와 스위스 여행을 떠났다.

손자는 할머니에게 다시 없을 유럽여행이니 많은 것을 보여드리고 싶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드리고 싶었지만, 할머니는 그저 손자와 함께 있는 순간 자체가 좋았으리라. 만나는 사람마다 손자랑 유럽여행간다고 자랑했을 할머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경치 좋은 데에서 찍은 독사진보다 비록 풍경이 잘 안보이더라도 손자와 같이 찍은 사진이 더 좋은 건 당연지사!

여행을 떠나기 전 할머니가 핸드폰 메모장에 남겨 둔 메모를, 여행하다 힘든 순간이 우연히 보게 된 손자는 가슴이 뭉클해 진다. 손자와 함께 여행을 가게 되어 고맙고 기쁘지만 힘들게 일하며 살아오느라 무릎이 아파 많이 걷지 못하니 손자한테 폐가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핸드폰 메모장을 볼 때마다 몇번이고 마음에 되냐었을 할머니의 모습이 그려지니 뭉클했다. 할머니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여장부 마냥 당당했던 모습, 크게만 느껴지던 할머니가 작아 보이니... 세월을 어찌 막으랴...

문득 나는 아들이랑 33년 차이가 나니 손자랑은 최소 60년차이 날테니 손자랑 해외여행가는 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결혼을 일찍하고 애도 빨리 낳았어야 한나? 10년 전 오스트리아에 학회 참석 차 갔었는데, 외가에 맡겨두고 온 다섯 살 아들이 눈에 밟혀 다음에 꼭 같이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다시 가 보고 싶은데 손자 대신 아들이랑 갈 수 있을까?

며칠 전, 병원다녀오면서 올림픽공원 1시간 반 걷고 고관절 아파서 힘들어서 저녁먹고 오는데 힘들어서 빨리 못걷는다고 짜증내며 티격태격했는데 아들이 취업할 때 쯤이면 15년 후인데 유럽을 걸을 수 있을까? 운동해서 근육 잘 키워야지는 생각이 들었다.

외할머니를 이해하면서도 건강하고 젊은 손자는 좋다고 했다가 금방 몸이 피곤해 짜증을 내는 할머니한테 서운하기도 하고 화가나기도 하지만 외국음식 잘 못드실 할머니 생각에 마트에서 장을 보고, 할머니는 몸이 피곤해서 본인은 안먹더라도 손자를 위해 밥을 한다. 이 모습이 이게 내리사랑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TV에서 보았던 융프라우를 직접 가 보고, 눈 덮인 산 아래에서 눈을 밟으며 아이처럼 좋아하는 할머니의 모습에 손자는 그저 흐뭇해진다.

10년 전 돌아가신 우리 외할머니 생각이 났다. 멀미가 심해서 차타고 멀리 가지 못하시고, 해외여행 한 번 못가보셨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 먹먹해졌다. 증손자 백일, 돌잔치 때 패밀리레스토랑 처음 가셔서 맛있게 식사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의 외할머니가 오버랩되어 마음이 뭉클했다.

할머니 연세가 있으시니 가까운 동남아 보다는 멀리 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할머니가 가보고 싶다던 스위스로 떠났는데, 유럽여행이 마지막 여행이 아니라 첫여행이라는 손자의 말이 기분 좋게 들린다. 코로나가 빨리 종식되어서 할머니 모시고 다시 여행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손자와 외할머니의 특별한 여행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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