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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하늘도 색색 빛깔 하늘로 바뀔 수 있어
환자 정 씨 지음 / 찜커뮤니케이션 / 2021년 6월
평점 :

회색 하늘도 색색 빛깔 하늘로 바뀔 수 있어,
환자 정씨, 찜커뮤니케이션
의사나 약사들이 부작용이 많은 약을 예로 들 때 단골로 등장하는 약이 있다.
타목시펜이다. 나 또한 그 약을 5년 동안 복용했다. 약 4년 쯤 복용했을 때 자궁내막이 너무 두꺼워졌고, 근종과 혹이 너무 많이 생겨서 타목시펜을 보름 정도 끊은 적이 있었다. 의사에게 얘기했더니 이미 알려진 부작용이고 아직 자궁내막암이 걸린 것도 아니니 오직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현재 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방사선치료를 받을 때에만 해도 저녁 8시만 넘으면 미친 듯이 졸음이 쏟아져서 10시가 되기 전에 자곤 했었는데, 4년 쯤 지나자 불면증이 생겼다. 초저녁에는 졸립다가 11시가 넘어가면 정신이 말짱해지고 새벽 2시가 넘도록 말똥말똥 잠이 안온다. 그러다가 새벽 3~4시가 되어야 겨우 잠이 들어 2~3시간을 자고 출근을 한다. 불면증이 생긴 이유를 몰랐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회색 하늘도 색색 빛깔 하늘로 바뀔 수 있어>의 저자인 환자 정씨는 나와 같은 유방암 환우이다. 게다가 부정맥, 당뇨, 고지혈증, 지방간 등 기저질환까지 있다. 우리 부모님 세대 혹은 TV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시어머니와 자신의 부모 밖에 모르는 남편, 가족에게 쓰는 돈이 아까워 에어컨이나 난방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는 남편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억장이 무너지는 듯 했다. 암환자들은 특히 면역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체온을 조금만 올려도 면연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환자의 건강은 특히 엄마들은 자신의 건강을 내가 챙겨야 하는 상황이다. 나는 12월 첫 주에 수술을 했는데, 건강 교육을 담당했던 간호사가 우리를 앉혀 놓고 한 이야기는 '내년 부터 우리는 김장을 안 합니다'였다. 워킹맘이던 전업주부이든 가능하면 집안 일을 하지 말라는 게 간호사의 말이었다. 대부분의 남편들은 정말 남의 편이기에 말하지 않으면 행동으로 하는 사람이 드물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려 달라고 말을 해야 버리듯이 말이다. 가족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가족들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라고 했었던 기억이 난다. 나 역시 수술하고 나면 더 이상 암환자가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가족과 주변사람들 때문에 더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체력은 점점 떨어지고, 쉽게 피곤해 진다. 정말 예전같지 않음을 느낄 때마다 자괴감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 많은 부분이 공감이 되었다.
<회색 하늘도 색색 빛깔 하늘로 바뀔 수 있어>의 저자인 환자 정씨는 악조건하에서 불면증에 우울증까지 걸렸다. 불면증이 심해 수면제를 12일 연속으로 복용하다 죽음의 문턱까지 갖다 오고, 공황장애까지 걸렸다. 이렇게 죽을 수 있겠구나 싶은 마음에 1/10 씩 양을 줄여 가는 식으로 감약하여 단약에 성공한 이야기는 눈물 겹다. 코로나 때 수술을 한 것으로 보아, 유방암 선배인 내가 보아도 차근차근 이겨내고 있는 모습이 대견하게 느껴졌다. 마음을 편하게 갖는 것, 매일 매일 햇빛을 쬐며 30분이상 산책을 하는 것, 몸에 좋은 음식을 섭취하고, 좋은 음악을 듣고, 좋은 책을 읽는 것, 무엇보다도 나를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암 진단을 받고 수술하고 병원에 있는 동안, 그리고 방사선 치료를 받고, 5년 동안, 그리고 현재도 나는 건강일지를 쓰고 있다. 나 뿐만 아니라 나처럼 암에 걸린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이다. 이 책의 저자의 환자 정씨의 책 또한 많은 유방암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