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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품없는 인생에 깃든 하나님의 은혜 - 성경의 조연들에게 묻는 72가지 발칙한 질문
남성덕 지음 / 브니엘출판사 / 2020년 11월
평점 :

볼품없는 인생에 깃든 하나님의 은혜, 남성덕, 브니엘출판사
성경을 여러번 통독했지만 큰 줄기를 생각하며 읽었지 주변 인물들의 행동이나 말, 삶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험란한 인생을 살았지만 하나님의 선택하심과 예정하심이 있었기에 결국에는 하나님의 인도하심대로 영광을 누리는 것이라고만 생각했고, 하나님을 믿는 우리의 인생도 그들처럼 빛나기를 간절히 바래왔습니다. 주연에만 주목했지 조연은 그냥 지나쳤었는데, 이 책에서는 성경에 나오는 조연들의 인생에 72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들의 이름은 너무나 생소해서 이런 사람이 성경에 나왔었나 싶기도 한 인물들도 있고, 몇몇은 설교시간에 가끔 등장해서 친숙한 이름도 있었는데, 내가 간과했던 내용들이 이렇게 많았나 싶어 깜짝 놀랐습니다.
사도행전에 나오는 유두고라는 청년은 드로아교회에서 바울의 설교를 듣다가 3층 창에 앉아 꾸벅꾸벅 졸다가 떨어져 즉사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제가 들었던 설교는 늘 예배시간에 졸면 이렇게 된다는 식으로 깨어서 기도하라고 마무리 하는 설교였습니다. 어떤 목사님도 그 청년이 어떤 사람인지 설명해 주지 않았는데, 이 책을 통해 그 청년의 인생을 다시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유두고는 헬라어로 유튀고스(Eutuchos)인데 이 이름은 당시 노예들에게 흔히 붙여졌던 이름이라고 합니다. 유두고는 아마도 노예이었거나 노동자였을 것이고, 잘 시간도 없을 정도로 열심히 일했을 지도 모릅니다. 바울의 설교를 듣기 위해 교회에 왔었을텐데 밤늦은 시간까지 이러진 바울의 강론을 듣는 중에육신의 피곤함을 이기지 못해 졸다가 3층에서 떨어졌습니다. 목사님의 설교에서는 항상 "졸다가 떨어져 죽은 청년 유두고"로만 끝났기에 유두고가 그렇게 허망하게 죽은 것으로 기억하고 잘못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도행전 12장 10절에서는 바울은 땅에 떨어진 유듀고를 안고 "생명이 그에게 있다"고 말으며, 떡을 떼며 밤새 이야기를 나누었느데, 12절에는 살아난 아이를 데리고 와서 사람들이 위로를 받았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유두고가 살아나 그 자리에 함께 앉아 있었는데 뒷 부분의 이야기는 감추어져 있었던 겁니다. 유두고의 모습에서 지하철 스크린 작업을 하다가 죽은 19살 김군의 모습이 투영되었습니다. 유품으로 남은 김군의 가방에서 발견된 컵라면을 보며 한동안 먹먹했었습니다. 언젠가 청주상당교회 정삼수 목사님이 설교 중에 졸고 있는 성도들을 보면서 "사랑하는 자에게 잠을 주시는 도다"라는 말씀을 인용하면서 하나님 품에서 얼마나 편하면 예배시간에 졸겠냐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남성덕 목사님 역시 같은 시건으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비판하고 지적질하는 것이 아니라 피곤한 상황,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끌어안아야하는 일을 담당해야 합니다.
쉰이 가까운 나이가 되니 아침에 일어날 때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음을 느낍니다. 밤새 공부해도 끄떡 없었는데 조금만 못자도 몸살기운이 스물스물 올라옵니다. 하지만 이 책에 정리되어 있는 성경에 등장하는 많은 노인들의 임무에 대해서 읽을 때에 뭔가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꼈습니다. 노아홍수는 노아가 육백 세에 일어난 일입니다. 노아는 온 인류 구원이라는 임무가 있었고, 이스라엘 백성을 가나안으로 인도했던 모세는 백 이십세의 노인었으며, 다윗에게 기름붓었던 사무엘은 이스라엘 왕정의 시작을 이끌었으며, 다니엘은 망국에서 살아남은 사람으로 하나님의 뜻을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하나님이 나이든 사람들 쓰신 이유는 그들에게 성숙한 인격과 인생의 깊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혈기왕성했던 젊은 날을 보내었더라도 나이가 들면서 성품이 다듬어져서 하나님의 성품에 가까워졌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자기가 한 업적에 대해서 떠벌리지 않고, 임무를 완수한 후 조용히 하늘나라로 돌아갔을 것입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내가 어떻게 살아야할지 나의 인생의 마지막 모습은 어떤 모습이 되었으면 좋을 것인지 머리속에 그려졌습니다. 그리스도를 따라 신앙의 길을 걷고, 오랜 세월 묵묵히 깨어 메시아를 기다렸다가 예수님을 한 눈에 알아 본 시므온의 신앙이 나의 신앙이 되길 간절이 소망합니다.
예언자의 능력을 하나님께 받은 발람은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척하며 사실은 하나님이 자신의 뜻에 맞게 바뀌길 기다리는 사람이었다는 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하나님은 발람의 고집을 꺾기 위해 천사를 보냈으나 발람이 보지 못했고, 결국은 발람이 타고 있던 나귀가 말을 하게 합니다. 발람은 그가 복을 빌면 복을 받고, 그가 저주하면 저주를 받을 정도로 강학 능력을 가졌던 선지자였지만 그 능력이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것임을 간과했습니다. 자기 능력으로 무엇인가 해보려던 순간 나귀 보다 못한 존재로 전락했고 급기야 나귀 등에서 떨어졌습니다. 우리가 기도를 하면서 하나님의 뜻을 구하면서 사실은 내가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기를 구할 때가 많습니다. 내가 기도하는 것이 이미 이루어졌음을 믿고 구하는 것이 큰 믿음이라는 미명하에 아버지의 뜻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 뜻대로 이루어지고, 그것이 이루어질때까지 계속 하나님을 졸라 대는 기도를 하기도 합니다. 웨스턴민스턴 신앙고백처럼 우리의 목적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72가지 인생을 들여다 보며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의 태도, 마음가짐, 교회가 감당해야할 몫이 무엇인지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을 마감하는 날 나의 인생을 한줄로 남긴다면 어떻게 남겨질까 생각하니, 지금 이순간을 허투로 보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혼란하고 어려운 시기에 낙담하고 낙심하지 말고 하나님의 은혜를 바라보며 살아야겠습니다. 볼품없는 인생에 깃들었던 하나님의 은혜가 지금 우리에게도 임하시리라 믿는 성도들에게 이 책을 읽어 볼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