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의로운 시장의 조건 - 동양의 애덤 스미스 이시다 바이간에게 배우다
모리타 켄지 지음, 한원 옮김, 이용택 감수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9월
평점 :

[서평] 정의로운 시장의 조건,
모리타 켄지 지음, 매일경제신문사
몇 번을 읽고 또 읽었던 <정의로운 시장의 조건>.
이 책은 일을 하는 이유와 태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모리타 켄지 교수가 소개하는 이시다 바이간은 많이 배운 사람이 아닙니다. 교토의 시골마을에 태어나 그 시절 농가의 풍습대로 11세때 교토의 상가로 고용살이를 갔고 23세 포목상가에서 20년을 우직하고 성실하게 일하며 수습생에서 지배인 자리까지 올라간 상인입니다. 학문을 배울 시간이 없었던 그는 책을 읽으며 독학을 했고, 45세가 되어서는 자택의 한 방을 교습소로 삼고 무료강의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상인으로 사는 동안 인생을 통해 터득한 경험과 지식과 지혜를 활용하는 방법을 강의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인데, 상인이 돈을 벌기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의 인생철학을 현실화하는 방법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놀라운 것은 이시다 바이간의 가르침대로 근면과 검약에 힘쓰는 정직한 상인은 예상치 못했던 막대한 재산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 국민이 잘 살아야 국가가 잘 살 수 있다, 정의로운 시장이라는 말을 400년 전에 살았던 이시다 바이간이 증명한 셈입니다.
이시다 바이간이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형(形)이란 곧 일을 의미합니다. 주어진 업무에서 필연성을 발견하면 더 열정적으로 일하게 된다고 합니다. 일 잘하는 직원에게 보너스를 주는 것은 "원래 그 사람의 능력을 세상으로 돌려놓는 일이다." 경제적 여유가 생긴 직원은 정신적 여유가 생기고, 업무적인 면에서 인정받았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어 더 열심히 업무에 정진하게 됩니다. 이 부분을 읽을 때 15년전 다녔을 때 있었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여름 휴가철이었는데, 회장님께서 부르셔서 가니 여름휴가 잘 다녀오라며 휴가비를 따로 챙겨주셨습니다. 당시 100만원은 월급의 절반에 해당하는 돈이었으니 꽤 큰 돈이었을 뿐만 아니라 일개 대리를 직접 회장실로 불러 금일봉을 주셨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일이었습니다. 이시다 바이간의 말처럼, 회장님은 능력있는 직원을 챙겨주었고, 일개 직원이었던 저는 일 잘하는 직원임을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일할 수 있었습니다.
형(形)의 실천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인생의 어느 단계에서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시도하고, 자신의 처지에 집착하거나 얽매이지 않는 것이 "형에 의한 마음'이라고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그 상황에서 불만을 품지 않고 적절한 행동을 선택하는 것, 그 선택 하나하나가 형의 실천이고 마음을 닦는 수양이 된다는 말에 공감이 되었습니다. 마음의 안정을 찾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사욕에 휘둘리지 않고 의에 부합하는 행위를 하는 것이 형의 실천입니다. 이러한 사람은 마음이 항상 행복으로 가득하며 안정적으로 일하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생계형 근로자이지만 내가 일을 하는 이유가 단순히 돈을 버는 것으로 치부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했었는데 이 부분을 익으면서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숭고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시다 바이간의 사상이 자기경영으로고 유명한 존경하는 피터 드러커의 사상과도 닮아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습니다. 400년전에 살았던 이시다 바이간과 현대 경영햑의 아버지라 불렸던 피터 드러커의 사상이 일맥상통하다는 것은 역시 경영의 기본이 사람중심이 때문입니다. 옛날의 낡은 사상이 전혀 쓸모 없는 것이 아닙니다. 수년간 경험과 지혜가 쌓이고, 그 바탕위에 새로운 마케팅이 새로운 수단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직장이 그저 급여를 받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듯, 직원 역시 기업의 부를 축적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기업은 직원의 존재와 인생을 소중히 여기고 일을 시켜야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기업은 양심, 정직이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개인에게 이치와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은 산업사회에서 개인이 기업의 일원으로서 사회적 위치와 자기 실현의 기쁨을 기업을 통해서 얻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으로서의 인간의 존엄은 직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 피터 드러커의 <기업의 개념>에 나오는 말을 읽으며 내가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정부기관에 근무한 적이 있는데, 청원경찰이 지키고 있는 정문을 통과하면 탁 트인 건물 앞에 태극기가 게양되어 있었는데, 아침마다 왠지 모를 자긍심이 느껴지곤 했습니다. 내가 하는 일을 통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사기업에서 일하고 있지만,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일을 하고 있으니, 내가 하는 일에 자긍심을 느끼벼 오늘도 감사하며 행복하게 일해야겠습니다.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매일 어쩔 수 없이 출근해야만 하는 직장인들에게 일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책입니다. 이시다 바이간의 "형에 의한 마음"이 힘겹게 오늘을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