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주고 욕먹는 당신에게 - 50만 명의 인간관계를 변화시킨 자기중심 심리학
오시마 노부요리 지음, 이건우 옮김 / 푸른숲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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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해주고 욕먹는 당신에게

오시마 노부요리 지음, 푸른숲

좋은 사람, 착한 아이, 착한 딸, 착한 엄마, 착한 사람 컴플렉스가 있습니다. 화를 내면 안될 것 같고, 거절하면 안 될 것 같고, 내가 조금 손해 보더라도 항상 베풀며 살아야한다고 교육받아 왔습니다. 그런데 사회에서 살다보면 호의를 자주 베풀다 보면 둘리가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오히려 착한 사람은 무시당하고 함부로 대우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더이상 좋은 사람(=호구)이 되지 않겠다고 결심한 후에도 상대의 반응이나 태도를 살피고 다시 곧장 좋은 사람으로 되돌아오게 됩니다.

이 책의 저자인 오시마 노부요리는 오랫동안 정신클리닉에서 카운슬링을 하면서 인간관계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개선시키며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일을 해 왔습니다. 오랜 상담에서 저자가 얻은 결론은,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이 될수록 손해를 보며, 차별 대우를 받거나 미움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일관성있게 강조하고 있는 것은 자기중심 심리학입니다. 타인의 감정을 배려하다가 정작 내 감정을 제대로 살피지 못해 상처받기도 하고, 선의를 베풀었는데 오히려 오해와 나쁜 결과를 얻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좋은 사람은 쾌/불쾌 스위치를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서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가 나쁜 감정을 드러내어 상대방이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드니 내가 불쾌하더라도 내 감정을 숨기게 됩니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쾌 스위치는 작동하되, 불쾌 스위치는 표현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합니다. 동의하거나 긍정적인 경우에만 반응을 하고, 기분나쁘거나 동의하지 않는 것에는 반응을 하지 않는다면, 내가 불쾌 스위치를 켰다는 것을 상대방이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은 만능감에 대한 것입니다.

좋은 사람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는 만능감입니다. 좋은 사람은 자신이 타인의 감정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사람의 이런 만능감 때문에 자신이 마치 신이라도 된 듯 모든 일에 관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남의 감정이나 불행에 책임을 느끼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은 모르지만 나는 알고 있고, 다른 사람이 하지 못하는 일을 나는 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이 못보는 미래를 나는 볼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만능감이 불러온 착각입니다. 자기 긍정감과 만능감은 분명히 구분해야할 부분입니다.

좋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기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다른 사람이 기분이 나쁘거나 우울해 하면 마음이 동하여 자신이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만능감입니다. 타인의 기분을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미 아웃이라는 말에 깊이 공감이 되었습니다. 자칫하면 남의 감정을 내 멋대로 판단하고 확신한 나머지, 다른 사람이 원치 않는 선의와 친절을 베풀게 되지만, 상대방이 이를 부정하게 되면 기분이 상하고 분노가 생기기도 하는 것입니다. 좋은 사람에게 만능감이 생기는 이유는 스트레스로 인해 뇌가 자극을 받게 되고, 신경활동이 활발해져 뇌가 제어하는 여러 감각이 예민해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만능감을 제어하는 방법은 자책과 반성을 멈추고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좋은 사람은 자책과 반성을 멈추지 못하게 되니 오히려 자신을 공격하고 제어하려 하다보니 스트레스가 더 쌓이게 되고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좋은 사람의 경우는 만능감을 없애고 제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는 만능감을 허용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자기중심 심리학은 처음에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내 기분대로, 내 감정을 우선으로 생각하라는 건가 했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내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라 아니라 상대방도 나와 같은 사람으로 인식하다보면, 상대방은 도움이 필요한 존재가 아니라, 혼자서도 충분히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이라는 대등한 관계가 성립되다는 것으로 이해하니, 오히려 이것이 진정으로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껏 도와주고도 욕을 먹었던 이유는, 내가 해 줄 일은 쓸데없는 오지랖을 작동해서 상대방에게 도움을 주려고 했고, 내가 아니면 아무도 할 수 없다는 만능감 때문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가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므로, 그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만능감을 조금씩 내려놓으면, 착한사람 컴플렉스도 내려놓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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