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독해져라 - 현실에 흔들리는 남녀관계를 위한 김진애 박사의 사랑 훈련법
김진애 지음 / 다산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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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나나흰 이번 미션 책을 받자마자 굉장히 당황했다. 다른 어떤 주제보다도 나와는 전혀 관련이 없고, 관심조차 없는 주제애 대한 책이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여담이지만 지난 미션을 끝낸 뒤, 다음책이 궁금해서 나나흰 카페를 들락날락거린지 며칠만에 생겼던 게시판의 이름은 '사랑에 미치다'였다. 전혀 신간소식을 접한 적 없는 책 제목인지라 뭐지...? 아직 출간 전인가...? 라며 궁금증이 증폭됐었는데, 그 궁금증은 게시판 이름에 오류가 있었다는 결론으로 끝을 맺었다...ㅠㅠ



 그 시작이, 계기가, 무엇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나는 제법 오래 전부터 '결혼은 하고싶지 않다', '독신주의이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이런 말을 할 때마다 '꼭 그런 말을 하는 애들이 결혼을 일찍 하더라'라는 말이 따라나오기 마련인데, 나는 세상에서 그 말이 제일 싫었다. 아니, 지금도 싫다. 마치 내가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한 순간의 감정에 치우쳐서 그런 말을 내뱉은 것처럼 취급당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아무튼 이러한 상황이었으니, 책을 처음 딱 펼친 순간에는 솔직히 지루했다. 남녀간의 사랑에, 관계에, 이별에, 온갖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지만 그 어떤것도 내 흥미를 끌지 않았다. 더욱이 결혼과 관련된 이야기는 갓 대학을 졸업한 나이인 나에게는 크게 다가오지도 않았다. 오히려 내 생각과 정 반대의 이야기들이 조언이라며 책 속에 담겨있을 때에는 조금 불편한 마음이 들기까지 했다.

 하지만 두 가지. 굳이 남녀사이의 관계 뿐만이 아니라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조언들이 있었는데 그 첫 번째가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것, 두 번째가 '남녀차이'에 대한 것이었다.


 본격적인 내 생각을 써내려가기 전에, 이러한 상황이니 적어도 이 책 자체의 내용과 교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께는 내 리뷰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가급적이면 책 본연의 내용에 충실한 리뷰를 남기려고 하지만, 이번만큼은 도저히 내 관심분야의 주제가 아닌 탓에 할 말이 없으니...ㅠㅠ





1. 사실 우리가 어떤 사람의 내면을 알게 되는 것은 '그 사람이 나에게 얼마나 잘해주느냐'가 아니라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대하느냐'를 통해서인 경우가 많다. 지금은 이 사람이 저 사람을 대상으로 차별하고 있지만, 이 사람이 차별을 두는 대상이 언제 나를 향할지 모르는 것이다. (p.104)


 이 문구를 보자마자 퍼뜩 정신이 드는 느낌이었다. 근래에 이러한 점을 실제로 체감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가 않는다. 

 내가 지금보다 조금 더 어릴 땐 지금보다 더 생각이 단순했어서, '나에게 잘 해주는 사람은 다 좋은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최근들어 내가 아닌 타인을 대하는 태도도 눈여겨보게 되었다. 타인을 향한 화살이 언젠가는 나에게 향할수도 있다는 사실을 내가 조금이라도 일찍 깨달았더라면, 이 책을 조금 더 일찍 볼 수 있었더라면 최근의 불쾌한 일을 겪지 않았을지도 모를텐데...

 하지만 한 편으로는, 그 점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에 이 문구가 와닿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2. 사람은 하나하나 다르다. 즉, 남녀의 차이보다 개인적인 차이가 더 크다.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차이보다도 개별적 개체 사이의 개별적 차이가 더 강하다. 예컨대, 여성들의 언어 능력이 남성 평균보다 높다고 하지만 언어 능력이 뛰어난 작가나 연설가들이 남성 쪽에도 무수하게 많다. 예컨대, 남성들의 공간추리력이 일반적으로 여성보다 높다고 하지만, 예외는 무수하게 많다. (p.172)


 필자는 1남 6녀의 집에서 자라면서 어릴 적부터 남녀 구별, 남녀 차별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한다.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들만 셋인 친가는 내가 태어나던 날 눈에 띄게 싫어하셨다고 한다. 그걸로 모자라 친할머니는 아주 사소한 질병, 예를 들면 중이염 같은 병에 걸려서 고생하고 있을 때 마다 '우리 집 애들은 그런 병 안걸리는데'라며 나를 철저하게 가족의 범위에서 배제시키셨다고. 외가에서도 '일은 여자가 해야 한다'는 사고방식 때문에, 놀고 있는 사촌오빠들을 뒤로 하고 매번 모든 잡일을 도맡아 하는건 나였다. 외할아버지는 나만 싫어한다며, 언젠가 엄마에게 투정을 부렸던 기억도 난다.

 아무튼 이러한 어린 시절 때문인지 유독 남자들에게 지는걸 싫어했고, 아마 내가 독신주의라는 생각을 품게 된 것도 이러한 배경도 영향이 전혀 없진 않았으리라.


 때문에 남녀차이에 대한 필자의 저 생각에 굉장히 깊이 공감하며, 자꾸만 저 문구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각자 주어진 재능과 환경에 따라서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다른데, 내 주변에서는 어째서인지 '여자는~', '남자는~'이라는 프레임을 형성하며 활동 범위를 제한하는 일이 많았던 것 같다.

 심지어 얼마전에 올렸던 동상이몽 관련 포스팅의 한 악플 중에는 내가 여자라는 사실을 지적하며 '답이 나온다'는 불쾌한 덧글이 달린 적도 있었는데, 대체 거기서 내 성별이 도대체 왜 언급이 되었어야 했는지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이 너무나도 아쉬웠지만 한 마디로 반박하기 어려웠는데, 그 해답을 이 책을 읽으며 드디어 찾아낼 수 있었다. 능력의 차이이든, 생각의 차이이든. 여자와 남자의 차이가 아니라 개인과 개인의 차이일 뿐인데. 유교의 영향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전해져 내려온 관습 때문인지. 여전히 우리 나라에는 남녀 성별에 의한 프레임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것 같다.




 필자가 원래 책을 쓴 의도와는 전혀 다른 주제에서 공감을 하고 참으로 뜬금없는 부분에서 관심을 가졌지만, 이것 역시도 독서의 재미 중 하나가 아닐까. 책을 읽은 다른 분들이 모두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이기 때문에, 나는 더더욱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싶기도 했고 말이다.

 무엇이 일어날 지 모르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을 다루고 있는 만큼, 책 속의 내용들이 100% 옳은 정답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점만 염두에 두고 있다면. 사랑이나 관계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분명 어느 정도의 도움이 되어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비록 나는 이렇게 중간에 딴 길로 새버렸지만...


p.s// 여담이지만, 중간중간 삽입된 감성적인 일러스트들은 정말 이 책의 매력포인트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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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 히어애프터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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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출퇴근길에 좋아하는 책을 읽는게 유일한 낙이 되었다. 그마저도 멀미때문에 오래 들여다보지 못하고, 애초에 정신을 차려보면 곯아 떨어져있기 일쑤지만...


 전혀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다음으로 손에 든 것이 에쿠니 가오리와 함께 일본의 여성 3대작가로 불리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이 책이었다. 아마도 무거운 가방안에 조금이라도 가벼운 책을 가져가고 싶은 내 무의식이 선택한 결과이겠지만... 덕분에 두 작가의 문체나 분위기를 확연하게 비교할 수 있었다.

 스위트 히어애프터는 온천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던 도중, 갑작스런 전복사고로 남자친구와 자신의 내장 일부를 영원히 잃게 된 주인공 사요코의 이야기이다. 초반부터 주인공의 배에 쇠 막대기가 꽂히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책이라니, 책을 펴자마자 얼마나 흠칫했는지 모른다.
 사고로 즉사한 남자친구 요이치와는 달리, 사요코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헤매게 된다. 어릴 적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인도로 겨우 생명을 되찾게 된 그녀의 눈에는, 어째서인지 유령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고 후 사요코의 삶은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그 어디에도 요이치의 흔적이 가득하지만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가져다 준 공허함, 그토록 바랐던 요이치와의 아기가 생기지 않았다는 또다른 절망감.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 사이에서 사요코는 삶의 의지, '얼'을 잃어버리고 만다.

 160페이지 정도밖에 되지 않는 짧은 이야기였기에 이야기는 빠른 속도로 진행이 된다. 이렇게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 사요코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단골 바의 주인인 신키치, 사요코가 우연히 보게 된 유령의 아들이자 그녀의 소중한 친구가 된 아타루, 그리고 먼저 떠나버린 아들 대신 사요코를 딸처럼 아껴주는 요이치의 부모님까지.

이제 됐어요, 혼이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갈래요.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요. 지금의 자신에 만족해요. 어떻게든 될 거고, 이렇게 사는 기분도 나쁘지 않아요. 인생이란 안 그래도 애매모호한 일이 많고 명확하지 않은 것들로 가득하니까,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능한 한 그런 부분을 줄여 가고 싶어요. 조금 더 많이, 조금 더 챙겨 볼까 하는 욕심은 이제 넌더리가 나요.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하루라도 더 살 수 있는 것, 그것이 내가 진심으로 바라는 한 가지 소망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모두의 보살핌 덕분에 사요코는 조금씩 공허함과 절망에서 벗어나고, 삶의 의지를 찾아간다. 그리고 주어진 현재에 만족하는 법을 알아간다. 스위트 히어애프터는 그 모든 과정을 따라가던 나 마저도 치유가 되는, 그런 책이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을 접했던 적이 없어서 이 한권으로 작가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엔 부족하지만, 작가의 표현력에 여러 번 감탄했다. 평범하다고는 할 수 없는 사건을 잔잔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서술해 나가는 전개 방식은 에쿠니 가오리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호흡을 적절하게 끊어가며 보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필력, 그리고 자꾸만 시선이 가는 예쁜 표현까지.
 왜 사람들이 요시모토 바나나 라는 작가에 열광하고, 왜 일본의 여성 3대작가라는 타이틀이 붙었는지 이 한 권 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갓 대학에 입학했을 무렵이었던가. 혼자서 일본어를 더 공부하고 싶어서 가볍게 읽을만한 일본 원서를 추천받았을 때, 모든 사람들이 빼놓지 않고 추천해 주었던 책이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이었다. 당시에는 고민만 하다 읽지 못했는데, 이렇게 작가의 책을 접하고 나니 왜들 그렇게 추천해 주었는지 알것도 같았다. 어려운 단어 하나 없이 이렇게 편안하고 예쁜 글을 쓸 수 있으니.
 조만간 요시모토 바나나의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겠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이 깊었던 구절을 마지막으로 이번 리뷰를 마친다.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세상이 되었지만, 인간이 살아 있음은 한없는 자비 안에서 헤엄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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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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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으로 블로그에 독서 리뷰를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읽고싶은 목록을 쭉 적어내려갔던 포스팅에서 후배에게 이 책을 추천받았다. 그 전부터 에쿠니 가오리라는 작가의 이름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음에도 왜 이 작가의 책은 한번도 접하지 못했는지 모를 일이다.

 2014년도에 추천받았음에도 1년이 넘는동안 계속 다른 책들에 우선순위를 두느라 읽지를 못했다. 아마 책 두께 자체가 얇다보니 굳이 지금 읽지 않아도 언제든지 읽을 수 있을거라는 생각도 한 몫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최근 인도어(indoor)적인 내 성향과 전혀 맞지 않는 일을 하며 쌓인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라 힐링이 필요했다. 그 때 눈에 들어온게 바로 이 반짝반짝 빛나는. 책 제목만 봐도 잔잔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느낌이라 저절로 손에 들게 되었다.



 책을 다 읽은 지금,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 독서취향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책이기는 했다. 참 이상하게도 나는 영화는 '심야식당'같은 잔잔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주제에 책은 표현이 서정적이면서도 동시에 큰 반전을 가져다 주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일본 작가가 츠지무라 미즈키인것만 봐도 말 다했지.


 하지만 내 취향과는 별개로 순수하게 감탄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 알코올 중독인 아내와 호모 남편, 그리고 남편의 남자애인. 듣기만 해도 헉 소리가 나오는 이러한 소재들을 가지고 에쿠니 가오리는 잔잔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여느 부부와 같은 사랑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닌 만큼 초반의 쇼코와 무츠기는 굉장히 감정충돌이 잦은 편이었다. 특히 언제 터질지 모르는 쇼코의 위태위태한 감정이 보고있는 나에게까지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시점이 교차하며 진행되는 이야기를 차례차례 따라가는 동안, 특별한 계기 없이도 알 수 있었다. 형태는 다를지언정 두 사람 사이에도 서로를 향한 애정이 있다는 것을.

 쇼코와 무츠기의 관계는 다른 사람들이 규정해놓은 프레임 안에서는 굉장히 비상식적이고 이상한 것이다. 하지만 그랬기에 오히려 그 한정적인 프레임을 뛰어넘어 남들은 해낼 수 없는 영역에 도달한 것은 아닐까. 남자와 여자라는 성별의 격차를 뛰어넘어 온전히 플라토닉적인 사랑을 완성하고, '사람'과 그 사람의 모든 것까지 포용할 수 있게 되지 않았나.



 그러고 보니 이 책에도 나를 깜짝 놀라게 했던 반전적인 요소가 하나 있었다. 남편 무츠기의 생일날, 깜짝 선물이라며 준비한 쇼코의 선물이 정말이지 상상 이상이었더랬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관계를 쌓아가던 두 사람을 중심으로 서서히 고조되어오던 긴장감과 위기가, 설마 그런 식으로 종말을 맞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처음에는 참 어안이벙벙했다. 내가 예상한 방향과는 전혀 다른 결말에, 작가의 의도를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다. 그러나 책을 덮고 천천히 생각을 해보면 책 속에서 숨쉬며 살아가는 두 사람과 곤의 모습에서, 책 중간중간 감탄이 나올 정도로 예뻤던 표현들까지. 책을 구성하는 모든 것이 책의 제목처럼 반짝거리고 있었다.

 정말 모처럼만에 마음이 평온해지는 기분이었다.



p.s/ 하지만 내일은 왜 월요일인걸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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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하지 말고 선점하라 - 나는 어떻게 1등 프랜차이즈를 만드는가
강훈 지음 / 다산3.0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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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리스커피, 카페베네, 그리고 망고식스. 번화가를 돌아다니다보면 누구나 한 번씩 들어보았을법한 브랜드 이름이다. 비록 세 브랜드 모드 내 입맛과는 맞지 않아 자주 가는곳은 아니지만...ㅠㅠ

 이 책은 이러한 브랜드들을 거대한 프랜차이즈 조직으로 만들며 '커피왕'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강훈의 사업과 관련된 일이다.


 누구에게나 안정적인 상황을 버리고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새로운 상황에 몸을 던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카페베네 신화를 이룩한 강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겠지만, 강훈은 그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도전의 수단으로 강훈이 선택한 아이템은 바로 '망고'였다.



 사실 지금이야 망고 음료나 식품을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망고란 그렇게 쉽게 접할 수 있는 과일이 아니었다. 물론 가끔 비싼 가격에 팔리고는 있었지만 일개 대학생이 마음껏 사먹을만한 가격은 아니었으니... 내가 건망고가 아닌 실제 망고를 처음 먹어본 것은 대학교 2학년 무렵, 필리핀의 이모댁에 놀러갔을 때가 처음이었다. 당시에 손을 타고 뚝뚝 흐르는 망고즙조차 너무 맛이 있어서 이모가 사다주신 망고를 거의 혼자서 다 먹어치웠던 기억이 난다.

 그랬던 망고를, 이제는 한국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 가격도 가격이거니와 기후도 맞지 않지, 한국까지 운반을 시도했다간 그 과정에서 다 물러버릴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보통의 한국인들에게 망고라는 과일 자체가 생소하기도 했으니 더더욱 그랬다.

 그렇게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던 도전을 성공해 낸 것이 바로 강훈이다.


 이미 시장에 들어와 있거나 인지도가 있는 아이템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아이템에 도전한 강훈의 통찰력에는 그저 감탄할 따름이다. 아이템 선정 뿐만이 아니라 PPL전략, 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도 그의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선택들은 굉장히 놀라운 일들 투성이었다.

 돈을 많이 쓰는 사람이 많이 번다고들 했던가. 바로 그 전형적인 사례가 강훈이었다. 아직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성과를 두려워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자신이 예측한 성과를 바탕으로 망설임 없이 다음 단계를 향해 나아가는 것. 이것이 강훈이 다른 사업가들과 비교가 되는 점이자,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점이 책을 읽는 나에게 불편한 감정을 주기도 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내려갔지만, 중간부터 한 가지 의문이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 그래서 이 책은 결국 누구를 위해 쓰여진건데?

 카페베네 시절부터 망고라는 아이템에 대한 꿈을 품고, 그 꿈을 망고식스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통해 열기 시작하고,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고, 마지막에는 해외진출까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자 준비중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은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어느새인가 막혀버린다. 다양한 사업 경력을 통해 그가 쌓은 자본력과 인맥은 물론 훌륭한 자산이지만, 이를 이용하여 그가 일구어낸 성과들은 새로이 사업을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만은 않는다는 느낌이었다.

 이러한 점을 느끼기 시작하니, 그 다음부터는 책의 무슨 내용을 읽더라도 결국에는 자기자랑인것처럼 느껴져서 더더욱 불편해졌던 것 같다.


 강훈이 가지고 있는 사업가로서의 자질이나 재능, 수완은 모두 인정하는 바이다. 하지만 어떠한 책이든 독자를 고려하지 않는 책은 결국 일방적인 소통의 매체가 되어 버린다고 생각했기에, 단순히 자신의 경험을 내세우기 위해서가 아닌 또다른 의도를 전혀 읽을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점이 가장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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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6 - 시오리코 씨와 운명의 수레바퀴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6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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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6권부터는 지금까지 이상의 파란이 기다리고 있을 모양이다. 일본에서 올해 12월 무렵에 발매 예정이라니, 내년 여름쯤에는 한국에서도 정발본으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지난 비블리아 고서당 5권까지의 리뷰에서 예측했던 6권 정발시기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분명 한국의 느린 번역속도에 불평했던 것 같은데, 정신없이 살다보니 어느새 6권이 나와있었다. 부랴부랴 사놓고 정작 상황이 따라주지 않아서 읽은건 굉장히 최근의 일이지만...ㅠㅠ



 한 권에서 다양한 작가의 다양한 책을 다루던 5권까지와는 달리, 6권의 전체 내용은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으로 길게 이어진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일종의 에피소드 방식처럼 보이던 기존과는 다른 전개를 보니, 슬슬 비블리아 고서당도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듯한 느낌이다.

 6권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점을 이야기하자면 고우라와 시오리코의 관계를 빼놓을 수가 없다. "아 그래서 대체 언제 사귈건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답답했던 옛날과 비교하면 애정표현도 나름...나름 늘어났고... 결과적으로 정신없는 사건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서로 상대방을 생각하고 있었고, 그걸 표현할 수 있는 사이로 발전한 것만으로도 어디인가 싶다.


 하지만 6권은 그런 두 사람을 축복하거나 기쁘게 바라볼 틈조차 주지 않는다. 첫 프롤로그부터 고우라가 무언가의 수술을 받고 입원해 있는 장면으로 시작하더니, 본편에서는 이전에 불태워버리는 척 몰래 숨겨놓았던 시오리코의 '만년' 초판본의 행방에 대한 쪽지를 받는다. 이 만년 사건을 시작으로 한 6권은, 숨조차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이 흐른다.

 또 다른 '만년'의 존재, 그 책을 둘러싼 사람들의 추억과, 그 속에서 밝혀지는 전혀 예기치 못한 연결고리까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하는 마지막 반전.

 최근 퇴근이 늦어져서 책을 읽다가도 깜빡 잠이 들기 일쑤인데 마지막 부분을 읽을 때에는 피로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스릴 넘치는 반전이 이번에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5권까지의 경험을 통해 나 나름대로도 이것저것 추리해보려고 했지만,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방향으로 사건이 해결되어 얼떨떨할 정도였다.

 동시에 작가의 역량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렇지 않게, 그냥 평범하게 흘려보냈던 대사나 인물들의 행동이 전부 마지막 반전을 위해 계획된 것이었다니. 실제로 취미생활을 통해 글을 써보기도 했기 때문에, 그런것을 아무런 위화감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나가는 작가의 능력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이제 또다른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이 책의 가장 미스테리한 존재인 시오리코의 어머니, 지에코와의 이야기를 마무리 지으며 조만간 완결이 날 것 같은데... 7권은 그냥 정식 발매를 기다리지 말고 일본 원서를 구매해서 읽는게 훨씬 나을지도 모르겠다.

 책 내용과 전개는 정말 흠 잡을 데 없었지만, 번역과 편집 문제때문에 이해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ㅠㅠ 5권까지 읽은 뒤 감상문을 쓸 때, 마지막까지도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의 서술 트릭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 알고보니 인물 이름을 오역했기 때문이란 걸 들었을 때 얼마나 허무했던지.

 그런데 그런 일이 또 벌어졌다.

 소설이라는게 워낙 담고 있는 텍스트의 숫자가 많다보니 완벽한 번역을 하는 것이 무척 힘든 일이라는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인물 이름과 같은 대명사를 오역하는건 조금 아니지 않은가ㅠㅠ 게다가 똑같은 문단이 중간에 하나 더 섞여들어가서 얘 왜이러지?? 왜 했던 대사를 또하지?? 라며 당황하는 바람에 그동안 쭉 읽어오던 흐름도 끊기고...집중도 안되고...

 안되겠다 싶어서 항의를 하려고 들어간 블로그에서 잘못 번역되거나 필요 이상으로 생략된 부분이 내가 눈치챈 것 이상으로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로는 그냥 허무했다. 오랫동안 학수고대하며 기다려왔던 작품인데, 한두번도 아니고 곳곳에서 번역의 허술함이 눈에 띈다니ㅠㅠ...


 많이 좋아하고 애정이 깊은 작품인 만큼, 다음 7권 번역에는 조금 더 신경을 써주셨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이런 불편은 사소하게 느껴질 정도로 다음편이 굉장히 기대가 되는 작품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책을 주제로 하는 작품인 만큼 나도 고우라의 입장이 되어 다양한 책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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