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 뒤집기 트리플 32
성수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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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쓸모와 무쓸모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가는 요즘, 효율적이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고 판단하고, 그 가치는 쉽게 사라진다. ‘쓸모’를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 자취를 감춘 강희, 그리고 강희라는 존재를 통해 자신의 의미를 증명해 온 해진의 이야기.

초반엔 편하게 읽었는데 갈수록 약간은 난해했고, 생각할 것들이 많았다. 나 역시도 무언가를 판단할 때 그게 쓸모가 있는지 없는지부터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자주 있어서 쓸모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했음.

강희는 쓸모가 있어도 결국 죽음 앞에서는 모두 무의미하다고 하는데, 아니 뭐 그렇게 치면 이 세상에 유의미한 건 없는 거 아닌가.. ㅋㅋㅋ 어차피 결국엔 다 죽는데 죽음 앞에서 의미 있는 건 하나도 없는 거잖아,, ㅋㅋ 난해한 책이라 그런지 단순하게 생각하게 됨ㅋㅋ

반면 무쓸모 하다고 여겨지는 것들도 어딘가에선, 누군가에겐 쓸모가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세상에는 마냥 무쓸모한 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쓸모든 무쓸모든 다 괜찮아, 그러니까 쓸모없음에 두려워하지 말자..ㅋㅋ

🌸P.28
도자기 공방에서 가마 공방까지는 차로 사십 분 정도 걸렸고, 나는 그 시간을 무척 좋아했다. 아직 구워 지지 않은 흙반죽들을 뒷좌석과 트렁크에 잔뜩 실은 채 달리는 사십 분은 내게 기분 좋은 긴장감을 주었다. 온몸에 피가 돌았고 머릿속이 깨끗하고 단순해졌다. 삶이 꽤 살기 쉽다고 생각했다. 내게 주어진 일을 하기만 하면 시간이 흘러갔으니까. 누군가 나를 추월하려고 하면 나는 그들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누군가 내게 경적을 울리면 나는 그들에게 사과했다. 만약 사고가 난다면, 나보다 트렁크에 있는 도자기를 먼저 구해달라고 말하는 상상을 자주 했다. 그러면 마음이 편해졌다. 사십 분 동안 나는 나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도 됐다. 나를 우선시하지 않아도 됐다. 그게 좋았다.

🌸P.138
연말에는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가라앉은 마음으로 새해를 맞았다. 내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삶이 흘러갈 때마다 나는 위를 쳐다본다. 내 시선이 천장 을 뚫고 지붕을 뚫고 하늘을 뚫고 우주를 뚫고 아주 거 대한 눈동자와 마주친다. 그렇다고 뭐 달라지는 건 없다. 괴로움이 덜어진다거나 끙끙 앓고 있던 일이 해결된다거나 하는 일도 없다. 다만 그곳에 누군가 있다고, 내가 옮기는 발걸음마다 함께하는 누군가, 내가 조금이라도 더 밝은 쪽으로 가기를 바라는 누군가 있다고 상상하면 마음이 조금은 나아진다.

#찻잔뒤집기 #성수나 #자음과모음 #트리플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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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잃어버린 심장
설레스트 잉 지음, 남명성 옮김 / 비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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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통문화 보존법 PACT (Preserving American Culture and Traditions Act)가 시행된 근미래 뉴욕. 오직 미국만을 위하고 미국답지 않은 생각과 이념, 얼굴은 모두 탄압의 대상이 된다. 이런 일련의 상황 때문에 아시아계 엄마 마거릿은 떠나게 되고, 아빠와 둘이 숨죽이며 살아야 했던 12살 주인공 버드. 버드가 엄마를 그리워하며 찾아 나서는 이야기.

소설에서는 배경이 근미래지만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자국 우선주의 및 다른 인종에 대한 차별이 늘어난 걸 보면 그냥 현재 이야기 같다. 그리고 차별과 폭력 및 저항 등에 대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데 이것 또한 너무 요즘 이야기…ㅠㅠ

미국답지 않다는 외모 때문에 부모와 자식을 일방적으로 떨어트려놓고 모든 걸 검열하는 장면들은 너무 슬프고 화가 났다. 작년 12월,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계엄사태가 생각나면서 더더욱 감정이입이 되었다.

이 책의 가장 압권은 엄마 마거릿이 비폭력적인 ‘시‘와 ’언어‘로 현실을 알리고 저항하는 장면인데 너무 마음 아팠고, 찡했다. 마지막에 버드에게 말하는 글은 눈물이 날 뻔했네ㅜㅜ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이 오길 바라며..

🌸P.146
우리의 모든 잃어버린 심장은
흩어져 다른 곳에서 싹을 틔운다.

🌸P.309
옛날에 러시아에 글쓰기를 금지당한 시인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침묵 대신 불을 선택했습니다. 매일 밤 그녀는 종잇조각에 글을 쓰고 또 쓰면서 내용을 기억에 새겼습니다. 새벽이 되면 성냥으로 종이에 불을 붙여 그녀의 글을 재로 만들었습니다. 오랜 세월 그녀의 글은 이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어둠 속에서 부활했 다가 먼동이 밝아오면 죽었습니다. 결국 그녀가 쓴 글의 생명은 불꽃에 새겨졌습니다. 시인은 친구들 귀에 대고 시를 중얼거렸고, 친구들은 시를 외어 혀 아래 숨겨 옮겼습니다. 입에서 귀로, 친구들은 시를 다른 이에게 옮겼고 결국 온 세상이 시인의 잃어 버린 글을 속삭였습니다.

🌸P.380
기쁨과 저울질하지 않고 단순히 그 위에 덮어씌우는, 끝없이 이어지는 죄의 목록. 두 가지 목록이 서로 섞이고 합쳐지면서 모든 작은 순간이 사람을, 관계를, 인생을 모자이크처럼 이루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버드는 무엇을 배우게 될까? 엄마도 실수할 수 있다는 것. 그녀도 그저 인간에 불과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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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 선크림 바르기 자음과모음 문해력 동시 4
임수현 지음, 송혜선 그림 / 자음과모음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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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뒤죽박죽 상상 나라로 떠날 수 있는 동시집!

다른 동시집과는 다르게 동물들이 많이 등장해서 이솝 우화를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주 짧지 않고 약간의 길이감이 있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는 것 같았다. 동시와 잘 맞는 그림들이 있어서 보는 재미가 쏠쏠..!! 아이와 함께 읽었는데 아이에겐 상상력을 키워주고 나에게는 잊고 있었던 동심을 되찾은 기분이었달까..!😍

🐯P.68-69 <고양이가 되고 싶은 호랑이 이야기>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떡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 호랑이가 있었어
고개 넘을 때마다 떡 달라 달려들던 호랑이

그런데 이제는
떡을 지고 고개 넘는 일이 없어지자
쫄쫄 굶게 되었지

차라리 고양이가 되는 게 낫겠다 싶어
호랑이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지퍼를 죽 내리고

사람들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속눈썹을 깜박였어
돌팔매질로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면서도
고양이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또 가다듬었지

문틈으로 손을 밀어 넣으면
우아! 고양이다
아이들은 고양이, 아니
호랑이를 덥석 들어 안았지

집으로 돌아온 고양이들은
떡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 했던 옛이야기를
밤마다 하고 또 하면서
자기들 얼룩을 혀로 계속 핥았지

#고슴도치선크림바르기 #임수현 #자음과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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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보지 못할 밤은 아름다워
백사혜 지음 / 허블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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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여섯 편의 단편들이 연결된 SF 연작 소설.


사람은 계급에 따라 다르게 태어나고, 기억은 지워지며, 감정은 불필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인간 복제, 유전자 설계, 기억 삭제 기술까지 등장하는 이곳에서, 주인공들은 대부분 무력하다. 거대한 질서에 대항하는 영웅이기보다는, 그 질서의 틈에서 살아남으려 애쓰는 아주 평범하고 연약한 존재들이다.

하지만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그 작고 연약한 이들이 끝끝내 지키고자 한 ‘무엇’에 있는 것 같다. 서로를 사랑하고, 기억하고, 잊지 않으려는 마음 등등 이 감정들은 화려한 설정보다 더 깊게 와닿았다.

여섯 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은 잔인함과 광기가 엿보였던 <황금 천국의 증언>.

🌸P.110 <황금 천국의 증언>
안타깝게도, 그들은 처지에 배부른 연민만큼 치명적인 게 없단 사실을 알지 못했어요. 고통에 대한 공감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는 이야기는 닿지 않는 메아리처럼 떠돌고 또 떠돌지만, 그 ‘미덕’이야말로 사치재에 불과해요. 그건 아지랑이보다 못한 허상이죠. 연민을 돈으로 실현할 수 있는 자들이 창조한 무형의 보석이에요. 보석으로 장식할 관도 없으면서 남을 불쌍히 여긴다는 건 주제 파악 안 된 허세에 불과해요. 저는 이제 막 정수리에 나뭇가지로 짠 관을 얹은 참이었고, 제 관은 미덕의 보석을 감당할 수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제 주제에 맞는 보석이란 굴종이었죠. 제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하급자들을 통해 얻는, 얄팍하기 짝이 없는 만족감.

🌸P.380 <피가 시가 되지 않도록>
“충족되지 않는 호기심은 의혹이 되고, 의혹은 쉽게 영혼을 장악하거든."

#그들이보지못할밤은아름다워 #백사혜 #허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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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우주에서 우리 만나더라도
마크 구겐하임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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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노벨상을 받은 주인공 조너스는 시상식날 사랑하는 아내 어맨다와 배 속의 아이를 교통사고로 잃게 된다. 어맨다를 그리워하며 수많은 평행우주들 속에서 어맨다가 살아있는 우주를 찾으려고 자신이 증명한 수학 공식을 이용해서 여행을 떠나려고 하는데,,

양자역학, 강입자 충돌기, 양자에너지 등등 과학용어들은 생소했지만 사랑하는 여자를 찾기 위해 온 우주를 찾아다닌다는 설정은 뭔가 로맨틱했음…!ㅋㅋ 현실에선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라서 더 좋았다고 해야 할까?! ㅋㅋ

평행우주들 속에서 어맨다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목숨을 잃을 뻔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어맨다를 만나려고 하는 조너스의 모습을 응원하며 읽었다. 중간에 빌런도 나오기 때문에 조너스가 더 영웅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넷플에서 영화로 만들어도 재밌을 것 같음..!!

🌸P.92
"자기를 찾아서 온 우주를 뒤지겠다는 남자가 있으면 누구나 기쁠 거예요. 그분에겐 무한한 수의 세상을 뒤지겠다는 남자가 있잖아요."

🌸P.220
조너스는 언제나 그렇듯이 어맨다의 꿈을 꾼다. 매일 밤 어맨다는 똑같은 말을, 파도처럼 규칙적으로 전한다. '당신은 날 찾아낼 거야. 아무것도 당신을 막지 못해. 우주조차도.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지, 당신 자신이 뭐라고 하는지 알아. 불가능하다고 하지. 하지만 난 알아. 확실히 알아.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어맨다의 온몸이 확신에 가득 차있다. ‘당신이 하니까 불가능하지 않아. 당신은 다중우주를 믿지만, 난 당신을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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