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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벳 퍼즐러즈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김은모 옮김 / 톰캣 / 2026년 8월
평점 :

『알파벳 퍼즐러즈』는 4개의 사건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P의 망상」은 20년 가까이 자신의 저택에서 숙식하며 일한 가사도우미가 자신을 독살하려 한다고 의심하는 중년 여성 재력가의 이야기이다. 주변에서 보기에는 말도 안 되는 망상에 빠진 조현병 환자처럼 보였지만, 그녀가 자신의 저택에서 다과회를 연 날 자신의 방에서 혼자 잠시 휴식을 취하던 중 독살을 당하며 그것이 단순한 망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나는데….
과연 그녀를 독살한 사람은 누구일까?
「F의 고발」은 나카다이 조각 미술관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이다. 사건 현장은 지문 등록 시스템으로 인해 지문을 등록한 사람만 출입할 수 있는 곳이기에 사건이 금방 해결될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당시의 출입 기록과 알리바이를 따져 볼수록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들기만 하는데….
「C의 유언」에서는 크루즈선의 최고급 객실에서 유명 화장품 회사 대표가 살해당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그녀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다잉 메시지 'C'와 그녀와 같이 탑승했던 회사 임원들과의 관계가 사건의 중심에 놓인다. 과연 그녀가 사력을 다해 남긴 다잉 메시지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마지막 「Y의 유괴」는 12년 전 발생했던 미제 어린이 유괴 사건 이야기다. 모두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버렸던 유괴 사건은 당시 유괴당해 죽었던 아이의 아버지가 병에 걸려 죽기 직전 남긴 수기를 그의 여동생이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하며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AHM 멤버들 역시 이 수기를 읽고 추리 대결을 펼치는데….

미스터리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가슴 설레고 엄청 반가울 책이 출간되었다. 바로 『붉은 박물관』시리즈의 작가 오야마 세이이치로의 데뷔작인 『알파벳 퍼즐러즈』이다.
이 책은 직업상으로든 취미로든, 범죄라는 공통 관심사를 가진 AHM이라는 맨션에 사는 4명의 인물들이 해결하는 네 개의 각기 다른 사건으로 구성된 연작 단편집이다. 그렇기에 소설을 읽을 때 한 사건의 여운을 정리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완전 새로운 다른 사건에 집중할 수 있어 더 몰입해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사실 처음엔 20년도 훨씬 지난 데뷔작이라고 해서 만만하게 보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왜냐구? 난 미스터리 추리 소설의 마니아니까!
하지만 웬걸? 자신만만하게 펼쳤던 처음과는 달리 뒤통수치는 범인의 정체와 사건의 진실에 점점 자신감을 잃어갔다. 작가가 펼쳐 보이는 추리는 혀를 내두를 정도로 신선하고 쫄깃했다.
작가는 독자를 속이기 위해 정보를 감춰버리는 게 아니라, 눈앞에 떡하니 내보이면서도 그렇게 놓인 정보를 독자들이 다른 방식으로 보게 만들고 있다. 각 사건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범인의 정체와 진실을 알고 나서 다시 그 장면으로 돌아가니 모든 것이 눈에 제대로 들어왔다.
대박! 내가 생각했던 추리가 이렇게까지 안 맞을 수가? 작가님 완전 고단수!!
네 편을 다 읽고 나서 느낀 것은 역시 추리는 사건의 겉모습보다 그 안의 조건들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범인을 찾기 위해서는 누가 수상한가를 찾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 사람이 정말 그 일을 할 수 있었는지,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 방법이 가능했는지, 사람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인 사실에 다른 해석은 없는지를 생각해야만 했다. 그렇게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도 이야기 속 인물들과 똑같은 사건을 마주하고 현장에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추리가 이렇게까지 안 맞을 수가 있다고?
이 소설은 나의 추리가 어디까지 맞는지가 아닌, 어디에서 틀어지는지 확인하는 소설인 것 같았다.
특히 「Y의 유괴」의 소름 끼치는 반전에는 목덜미 잡고 넘어갈 뻔….
뭐야 뭐야~ 완전 소오~름!!
다 읽고 나서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몇 번이고 다시 펼쳐 보았다.
작가는 이런 독자의 반응을 예상하고 소설을 써 내려가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었겠지? 이게 데뷔작이라고?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밀실, 독살, 알리바이, 다잉 메시지, 오래된 미제 사건 등 사건의 조건을 하나하나 따져보는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특히 범인을 맞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범행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알아가는 과정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강력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며 나처럼 작가의 추리를 따라가며 마음껏 추리해 보길.
그리고 마지막에는 나와 같은 기분 좋은 배신감을 느껴보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