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 끝
히가시야마 아키라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173년 6월 16일, 과거 2004년부터 이미 수차례 예견되었던 지구와 나이팅게일 소행성의 충돌이 실제로 일어났다. 나이팅게일 소행성의 충돌지역으로 예견된 북미 대륙의 미국은 핵으로 소행성을 공중 요격해 분쇄했지만, 파괴된 소행성의 거대한 파편들이 지상으로 쏟아지며 미국의 일부를 산산조각 내 지도에서 지워버렸다. 지워지지 않은 땅은 핵의 방사능에 오염되어 사람이 살 수 없는 불모지가 되었으며 태평양으로 떨어진 파편은 쓰나미를 일으켜 재앙을 초래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북미 대륙 중 북동부는 재앙을 피해 방사능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자기장의 혼란도 덜했다. 그리하여 이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동부 정부가 형성되었고, 2175년에는 이 지역과 오염 지역을 구분 짓는 900킬로미터에 달하는 구호선인 캔디선이 구축되었다.


네이선 발라드는 아내 마리앤과 함께 행성 충돌 이후의 삶을 포기했지만 뉴욕에 머물렀던 탓에 운 좋게 살아남았고, 6·16에서 살아남은 사람 대부분이 교회 백성서파에 귀의한 것처럼 아내와 함께 백성서파에 귀의해 피난민들의 질서 유지와 생존을 지원하는 교회를 도왔다.

그곳에서 그는 6·16 이후 교도소에서 도망친 중범죄자의 거처를 파악해 킬러인 '히트맨'에게 알려주는 '스카우트맨'이 되었는데, 그가 맡은 첫 번째 임무는 남성과 여성의 인격을 동시에 가진 호색한이자 희대의 식인귀 대니 레번워스를 추적·살해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네이선이 임무를 위해 뉴욕을 떠나 캔디선 밖을 헤매는 동안 아내 마리앤이 백성서파의 목사에 의해 끔찍하게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로 인해 얼이 나가 방황하던 네이선에게 친구인 잭은 캔디선 밖의 경험을 책으로 써보라는 제안을 하였고, 이에 네이선은 캔디선 바깥에서 동부 정부의 비호를 받지 못한 채 혹한과 굶주림과 싸우면서 살아남기 위해 식인을 하는 이들을 위해 식인을 긍정하지만 인간답게 존재할 수 있게 하며 구세주가 된 블랙라이더 '너새니얼 헤일런'이라는 인물에 대해 글로 쓴다.

백성서파에서 히트맨과 스카우트맨 두 역할을 다하는 사람을 '화이트라이더'라 불렀는데 그 화이트라이더를 차례로 처치하는 것을 본 사람들은 그를 '블랙라이더'라 불렀다.


너새니얼의 어머니 피아 헤일런은 아름다운 용모를 지닌 시골 아가씨로 부모님의 반대에도 브로드웨이에서 무용수로 성공하겠다는 꿈을 위해 집을 나와 히치하이킹으로 뉴욕으로 가던 길에 남자 세명으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한다. 그렇게 해서 태어나게 된 쌍둥이 중의 동생인 너새니얼은 꿈이 꺾인 후 이 남자 저 남자를 전전하며 살아가는 어머니를 대신해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지내는 쌍둥이 형 우드로를 돌보면서 생계를 위해 고철을 주우며 살아가고 있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때론 억울하기도 한 삶이 버거웠지만 나름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어머니가 형 우드로를 죽이려는 현장을 맞닥뜨리기 전까지는. 하지만 그것 또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자식을 사랑한 피아의 다른 표현이라는 것을 받아들인 너새니얼은 어머니를 대신해 형을 죽였고, 그로부터 1년 후엔 자살을 하려는 어머니 피아를 칼로 찔러 죽인 뒤 자수하는데….



이 소설은 소행성과의 충돌로 모든 것이 무너진 세계에서 구원자로 추앙받는 외로운 영혼 너새니얼 헤일런의 이야기를 네이선이라는 인물의 입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재앙에서 살아남은 미국 사람들 중 새로 설립된 미국 정부의 보호와 지원을 받지 못하는 버려진 땅의 사람들은 생존하기 위한 본능에 무너지고 만다. 신은 죽었다. 그럼에도, 아니 그렇기에 그들은 자신들이 여전히 평범한 인간이라는 것을 그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러한 그들의 마음을 위로해 준 것이 신이 죽은 세상에서의 주인공 너새니얼 헤일런이다. 너새니얼은 그들에게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한 욕망보다 훨씬 더 소중한 것이 있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인간임을 잊지 말고, 인간으로서 잃지 말아야 할 것이 있음을.


책을 읽으면서 백성서파라는 종교 단체에 화가 난 것은 나뿐이었을까? 누가 그들에게 다른 이들의 목숨을 빼앗을 권리를 주었는가?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그들의 잣대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거리낌 없이 없애는 그들 역시 살인을 하는 것이기에 그들 역시 죽어 마땅하지 않는가?


너새니얼은 아무것도 남지 않은 세상에서 무엇을 위해 살았던 것일까?

그의 여정을 보면 어떠한 목적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살아가는 이유는 분명 있었다.

소설의 끝부분에 이르러 그가 살아남아 기나긴 여행을 한 이유가 확연하게 드러난 순간 먹먹함에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약속한 그곳에서 부디 행복과 안식을 찾았기를.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이 소설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그리하여 소설 속 주인공을 통한 '삶의 의미'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와 '인간으로서의 내면의 성찰'의 감동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