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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에게 거짓말은 통하지 않아 1
아사미 유 지음, 휴우가 나츠 원작, 신이시 치호 캐릭터 / 학산문화사(만화) / 2024년 11월
평점 :
로맨스 판타지 만화 장르에 많이 등장하는 인물 중 하나가 성녀인데요. 초기 만화에선 성녀를 단어의 의미 그대로 신의 선택을 받아 종교에 귀의해 살신성인하는 착한 인물로 많이 그렸는데, 요즘에는 알고 보니 악녀였다거나, 신이 아닌 악마의 하수인이었다거나, 혹은 흑마법을 쓰는 흑막으로 그리는 경우가 많아요.
어쨌든 그러한 성녀들은 대부분 신성력 혹은 신성력을 가장한 마력을 써요. 그리고 이 신성력이라는 것은 밝은 빛을 뿜는 치유력 혹은 악마나 마물을 없애는 힘 같은 것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하지만 『성녀에게 거짓말은 통하지 않아』에선 성녀가 기존 만화의 성녀와는 조금 다른 존재로 묘사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성녀가 가진 힘도 다른 명칭으로 부르는데요. 그게 무엇이고 또한 이 책이 내용이 무엇일지 궁금하지 않나요?
마녀로 내몰린 자들이 도착한 땅 뮤토스 왕국에는 마법과는 또 다른 힘인 '기프트'를 가진 사람들이 가끔 태어나는데요. 나라에서는 10년에 한 번씩 기프트를 가진 사람들끼리 경합을 시켜 나라를 대표하는 두 명을 뽑았어요.
그렇게 뽑힌 사람을 '신자(神子)'라고 합니다.
그런데 기프트를 가진 사람들 중 대부분이 여성이다 보니 신자로 여성이, 그중에서도 미녀들이 많이 뽑혔어요. 그래서 그들은 '성녀'라고도 불렸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말하는 '기프트'란 것은 지금껏 우리가 만화에서 봐왔던 성녀가 가진 힘인 신성력과는 차이가 있어요. 지나치게 운이 좋은 것, 보기 드문 미모와 이성을 끌어당기는 매력, 동물과 마음이 통하는 것 등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능력을 '기프트'라고 하고, 기프트를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면 누구나 신자 후보가 될 수 있었어요.
뮤토스 왕국 변방 작은 교회의 견습 신관인 주인공 클로에는 밤이면 밤마다 거의 백전백승하며 도박판을 휩쓸고 다니는데요. 그녀에게 붙은 별명은 '호운의 성녀'.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유서 깊은 빌츠 백작가의 자제이자 성기사인 에랄드가 찾아옵니다. 클로에에 대한 모든 뒷조사를 마친 그는 클로에에게 '신자(神子) 선발 시험' 참가를 제안합니다.
이에 클로에는 자신은 어떠한 기프트도 가지고 있지 않은 평범한 사람임을 밝힙니다. 도박판을 휩쓸고 다닐 수 있었던 것은 '운'이 아닌 오로지 반복적인 훈련과 노력에 의한 '뛰어난 기억력'과 상대의 습관을 단시간에 읽어내어 '상대의 마음을 읽는 것'일뿐이라는 거죠.
하지만 에랄드는 클로에의 기프트 보유는 중요하지 않다며, 그가 클로에에게 접근한 진짜 목적을 밝힙니다.
클로에가 신자 후보로 대교회에 잠입해 2년 전 빌츠가의 추천으로 신자 후보가 되었다가 살해된 치로의 살인범을 찾아 달라는 것을요.
처음엔 거절하려 했던 클로에였지만 거금의 보수 앞에 본능이 냉큼 에랄드의 제안을 수락해 버리고 마는데요. 😂
그리하여 클로에의 신자 후보가 되기 위한 수행이 시작됩니다.
과연 클로에는 무사히 신자 후보가 되어 치로를 살해한 범인을 찾을 수 있을까요?
뒤에 다른 에피소드가 더해질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 만화는 성녀가 되기 위한 후보자들 사이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이야기입니다. 살인 사건 추리가 주요 이야기지만 코믹 요소가 군데군데 적절히 섞여 있어 이야기가 결코 무겁거나 칙칙하지 않고 무척 재미있게 전개되고 있어요.
이 책의 제목처럼 성녀, 즉 클로에에겐 거짓말이 통하지 않아요. 초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예리한 수사관이나 탐정처럼 상대의 동향을 살펴보고 미세한 변화를 파악하여 거짓말을 간파해 내거나, 논리적으로 상황을 분석해서 거짓을 간파하여 진실에 접근하기 때문이죠.
여주인 클로에는 도박과 돈을 좋아하는, 아니 돈에 환장하는 캐릭터로 나오는데요. 단순히 개인의 안위를 위해 돈을 좋아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돈을 벌어야만 하는 무슨 속 사정이 있는 것일까요?
그런 클로에를 돈으로 공략하는 남주 에랄드는 어찌 보면 가볍고 단순한 졸부 같아 보이지만 살인 사건과 관련하여 자신의 아버지를 언급할 때는 무언가 비밀을 가진 사람처럼 그가 짓는 표정이 보이지 않아서 궁금증을 유발해요.
1권에서는 치로를 죽인 범인은 누구인지, 왜 치로를 죽였는지 윤곽이 전혀 드러나 있지 않아 모든 사람들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그렇기에 너무나 무해해 보이는 성녀 후보자 15살의 견습 신관 모니크가 언뜻 보인 싸~한 분위기와 경고가 너무 꺼림직해요. 설마 모니크가 범인인 것은 아니겠죠? 😥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대교회 안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해결한다는 점에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클로에는 『장미의 이름』의 윌리엄처럼 살인사건을 멋지게 해결해 낼 수 있을까요? 더 나아가 성녀로 뽑히는 것까지도 기대해 볼 수 있을까요?
모든 것이 궁금한 상황에서 에랄드가 클로에에게 본격적인 사건 해결을 위해 적극적 행보를 보이도록 요구하는 것이 예고되는데요.
2권에서는 범인에 대한 좀 더 많은 단서가 주어지길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클로에와 에랄드의 러브 라인도 사알~짝 기대해 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