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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랜드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10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1102/pimg_7114282154481422.jpg)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유럽·아시아에서의 파시스트 정부 축출, 소비에트 연방에 맞서는 등 세계 평화와 민주주의의 수호자 역할을 자처하던 미국은 2016년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을 기점으로 내부 분열과 갈등이 심화되며 흔들렸다. 이후 대통령이 된 바이든에게 잠시나마 중산층과 소외된 노동자 계층을 위한 정책을 기대했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2024년, 트럼프가 이전에 각 요직에 꽂아놓았던 사람들이 선거구를 공화당에 유리하게 변경하고 유권자들을 억압하면서 새로운 대통령에 공화당의 제럴드 콤프턴이 당선되었다. 이후 미국은 하나의 정당이 지배하는 전체주의 국가로의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제럴드 콤프턴의 무능력함과 미숙함으로 국제사회에서의 미국의 영향력은 추락했고 경제는 궤멸 직전이 되어 지지율이 바닥을 찍었지만 공화당에게 유리하도록 재편된 선거구로 인해 제럴드 콤프턴은 재선에 무난히 성공했고, 2032년에는 제럴드 콤프턴보다 더 극단적 보수주의자이자 기독교 원리주의자인 호킨스가 미합중국 대통령에 당선된다.
선거후 호킨스는 그를 반대해 승리 자축 대회를 허가하지 않은 클리블랜드 시의회를 겨냥해 '좌파의 도발에 맞서 싸우자'는 선동적인 발언을 했고, 이에 KKK단을 계승한 '뉴 클랜'이 클리블랜드에서 사정없이 총을 쏘아 사람들을 죽이고 불을 지르는 등 전례 없는 잔혹한 학살을 감행했다.
클리블랜드 대학살 후 2033년, 미국 의회는 심각한 갈등과 논쟁 끝에 생체 이식 '채드윅 칩'을 개발해 대인 커뮤니케이션에 혁명을 몰고 온 모건 채드윅을 임시 대통령으로 추대한 연방공화국 탄생을 결정했다. 하지만 분리를 원하지 않는 이들은 12사도가 이끄는 공화국연맹을 출범시켜 연방공화국과 대립한다.
그 후 공포와 폭력이 난무하는 과정 끝에 연방공화국의 경제적 압박에 백기를 든 공화국연맹이 분리 협상에 동의하며 2036년 미국은 완전히 다른 두 나라로 분리된다.
연방공화국이 출범하고 12년 후인 2045년, 주인공인 연방공화국 정보국 요원 샘 스텐글에게 그녀의 정보원인 막심을 납치·고문 뒤 화형에 처하게 만든 공화국연맹 경찰국 요원을 제거하라는 임무가 맡겨진다. 타깃에게는 이미 샘을 제거하라는 임무가 주어진 상황이라고 했다.
죽임을 당하기 전에 먼저 죽여야 하는 상황에 처해진 샘에게 상관인 브레이머 부장은 더 큰 충격적인 진실을 알려준다. 바로 샘이 제거해야 하는 타깃이 그녀와 같은 성을 쓰는 이복동생 케이틀린 스텐글이며, 샘은 케이틀린의 존재를 알지 못했지만 케이틀린은 오래전부터 샘의 존재를 알고 그녀를 줄곧 철저하게 감시해 왔다는 것인데….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1102/pimg_7114282154481423.jpg)
소설은 시작부터 화형식이라는 충격적 장면과 조금의 예측조차 불허하는 숨 막히도록 긴장감 넘치는 전개를 보여주며 단숨에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이야기는 현재 상황에 기반해 충분히 상상 가능한 상황 중 하나이기에 소름 끼치도록 현실감 넘쳤다. 또한 한 나라가 이분되어 심각한 갈등과 대립을 보여주고 있다는 설정은 남과 북으로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이분되어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과도 유사하기에 더욱 몰입해서 읽을 수밖에 없었다.
소설에 그려진 다가올 미래는 생체 이식 칩이라는 획기적인 기술 혁명으로 편리하지만, 사상과 생활면에서는 오히려 중세 이전보다 자유가 억압되고 말살된 암울한 모습이었다.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나라는 '신권정치를 펼치는 나라'와 그것에 반대해 겉으로는 인간 중심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통제하여 국가 체제에 맞지 않으면 인간 개조를 서슴지 않는 '독재적인 민주 국가'로 나뉘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이상적인 국가의 모습은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국가의 안녕과 존립을 위해 국민이 존재하는 주객이 전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국가의 존재 목적과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소설이었다.
국가의 체제 유지를 위한 도구로 사용되는 스파이 자매들이 그들이 속한 국가를 위해, 그리고 약간의 개인적인 목적을 가지고 목숨을 건 쫓고 쫓기는 치열한 전쟁을 펼치는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게 했다. 찾고자 하는 자와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채 그러한 사람을 관찰하며 때때로 숨통을 조이는 엇갈린 두 이복자매의 이야기는 시대가 낳은 수많은 희생자 중의 한 모습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두 자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 작전에 관여된 수많은 인물들의 음모와 배신, 죽음을 보며 충격과 때로는 분노, 안타까움을 느끼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누구도 믿어서는 안되고 철저히 혼자가 되어야만 하는 미래의 삶이 너무나도 허무하게 느껴졌다.
샘과 케이틀린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그들의 원더풀 랜드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국가 존재의 목적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는 의미 있는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