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과 저녁의 범죄 가노 라이타 시리즈 2
후루타 덴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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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도쿄의 사립대 정경학부 2학년생인 고즈카 아사히는 대학에서 가장 가까운 역 앞 로터리에서 유히와 십 년 만의 우연한 재회를 한다.

그들은 형제 사이로 기억이 없던 아주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와 셋이서 작은 사찰과 신사의 새전함을 털거나 쓰레기통을 뒤지고 남의 물건을 도둑질하며 떠돌이 생활을 했다. 그렇게 셋이서 영원히 함께 할 것 같았던 삶은 한곳에 정착하여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아사히가 아버지 차를 고장 내어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넣으며 끝이 나고 만다.

아버지의 죽음 후 아사히와 유히는 지역 아동상담소의 보호를 받게 되었고, 거기서 두 사람은 친형제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얼마 후 형 아사히는 고즈카 집안에 입양되었지만, 입양되지 못한 유히는 아동양육시설로 보내지며 서로 이별하게 된다.


그렇게 헤어진 후 십 년 만에 만난 동생 유히는 처음엔 그동안의 안부를 묻는 듯하더니, 이내 곧 아사히가 아버지의 차를 고장 내 아버지를 죽였다는 사실을 환기시키며 자신이 계획한 마쓰바 미오리라는 열다섯 살 부잣집 딸의 납치 자작극에 협조할 것을 일방적으로 통보한다. 그들의 만남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에 어쩔 수 없이 합류하게 된 아사히의 치밀한 계획하에 납치 자작극은 성공을 거두는 듯했으나, 뜻밖의 변수를 맞닥뜨리며 형제는 또 다른 위기 상황에 처하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갖게 된다.


그로부터 8년 후 가미쿠라역 앞 파출소에 옆집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고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들어온다. 이에 출동한 가노 라이타와 부하 쓰키오카는 신고 현장에서 너저분하게 흐트러진 쓰레기 더미에 파묻힌 속옷 차림의 여자아이 시신과 기력이 쇠한 남자아이를 발견한다.

경찰은 아이들의 엄마인 요시오카 미즈키를 범인으로 특정해 조사하지만 묵비권을 행사하는 그녀의 비협조적인 태도 때문에 수사에 난항을 겪는다. 하지만 별다른 기대 없던 시민의 제보에 수사는 급물살을 타며 그녀와 관련된 이면에 감춰진 추악한 진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데….



기다리고 기다리던 경찰 가노 라이타의 후속 이야기가 드디어 나왔다.

『아침과 저녁의 범죄』는 '자백 전문 가노'의 활약을 그린 『거짓의 봄』의 후속작으로, 전작을 뛰어넘는 충격적 스토리와 허를 찌르는 반전에 반전으로 인한 짜릿한 흥분과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이 소설은 장편 소설임에도 시종일관 늘어지는 부분 없는 긴장감을 유지하며 빠른 호흡의 군더더기 없는 치밀한 이야기 전개로 독자들을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 추리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소설은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과 학대의 대물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요즘 잊을만하면 뉴스에서 어김없이 들려오는 것이 아동학대에 관한 사건이다. 그런데 이 학대의 열에 아홉이 가정 내에서 부모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러한 어린 시절의 학대는 아이를 무능한 사람이나 범죄자가 되게 할 높은 가능성에 처하게 한다. 심할 경우에는 학대받는 아동을 죽음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그렇게 학대를 보거나 겪었던 아동들은 자신이 그 학대에 부당함과 억울함을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식들에게 자신이 겪었던 학대를 똑같이 행한다.

바로 이 소설에 그 학대의 대물림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으며, 그것의 부작용이 또 다른 형태의 폭력으로 나타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훈육을 핑계 삼아 행하는 수많은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경계해야 됨을 다시금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이야기였다.


이 소설은 사건의 진실을 명확히 꿰뚫어 철옹성 같은 범인으로부터 자백을 이끌어내 사건을 해결하는 자백 전문가 가노 라이타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의 껄렁하고 가벼워 보이는 외양과 치밀하고 예리한 능력이 갭모에라고나 할까.

웬만한 반전엔 감흥을 느끼지 못하거나 미스터리 추리소설이 주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 현실 문제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싶은 사람들 모두에게 이 소설을 추천하고 싶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이야기가 모두 앞에 펼쳐질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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