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밤은 눈을 감지 않는다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7월
평점 :
퇴근 후 집에 돌아온 크리스티안은 불도 켜지 않은 어두운 거실에서 우두커니 앉아 있는 아내 릴리를 발견한다. 릴리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전원을 켜지 않은 TV를 마주 보고 있었다. 불을 켠 뒤 본 아내의 얼굴은 어둠 속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창백하고 생기가 없어 보였다. 크리스티안은 그것이 임신으로 인한 피로 때문인 줄 알았다. 하지만 릴리는 평소와 달리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며 문단속을 철저히 시킬 뿐만 아니라 잠자는 동안 흐느껴 울기까지 했다.
다음 날 릴리가 평소처럼 출근했기에 크리스티안은 모든 것이 괜찮은 줄 알았다. 하지만 그날 저녁 릴리가 털어놓은 이야기는 전신의 피를 들끓게 했다. 릴리의 말에 의하면 어제 퇴근 후 삼림 보호 구역으로 산책 갔다가 동료 교사 니나의 남편 제이크를 만났는데, 그가 릴리를 으슥한 곳으로 유인한 뒤 추행을 했다는 것이었다. 릴리는 그런 제이크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주변의 돌을 주워 그를 수차례 내려쳤고, 이에 피를 많이 흘리며 쓰러진 제이크를 뒤로하고 도망쳐 왔다는 것이었다.
"니나가 오늘 말해줬는데 제이크가 어젯밤에 집에 안 들어왔대. 제이크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황반변성으로 시력을 잃어가고 있는 데다 가슴에 멍울까지 발견되는 등 건강이 안 좋아지고 있는 홀로 계신 엄마와 시간을 함께 보내느라 남편 제이크와의 사이가 소원해진 니나는 그것에 불만을 토로하는 제이크와 크게 다퉜다. 다음날 아침까지 니나와 말도 하지 않은 채 출근했던 제이크는 그날 집에 오지도 않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자신에게 화가 났기 때문이라 생각해 제이크 스스로가 화를 풀고 집에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니나는 제이크가 집에 들어오지 않은 그날 오후부터 직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제이크 상사의 전화를 받고는 제이크의 신변에 문제가 생겼음을 깨닫고 곧장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다.
"제이크가 실종되었어요."
소설은 '제이크의 실종'이라는 사건을 중심으로 사건과 관련된 '크리스티안-릴리'와 '제이크-니나' 두 부부의 이야기를 크리스티안과 니나 두 사람의 시점에서 번갈아 서술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야기는 독자들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평한 시선으로 모두를 바라보고 판단하여 사건의 진실에 다가서도록 이끌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모두를 합리적으로 의심하여 범인을 추리했음에도 소설의 거의 마지막에 드러나는 범인의 정체엔 기함할 수밖에 없었다. 작가에게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는….
소설을 통해 꼭 확인해 보길 바란다.
소설을 어느 정도 읽어 나가기까지 릴리는 분명 겉으로 드러난 피해자가 분명함에도 개인적으로는 거부감이 들었다. 그녀에게서 자신의 외모와 상황, 상대의 마음을 잘 이용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은 사람은 나뿐일까? 소설이 진행되면서 밝혀지는 그녀의 추악한 진실과 모든 잘못이 밝혀졌음에도 자신의 잘못의 원인을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서 찾는 모습들엔 어이가 없으면서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렇기에 그런 릴리를 사랑하여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내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져서라도 릴리를 지키려 고군분투한 크리스티안의 사랑이 너무 안타까웠다.
또한 릴리의 추악한 진실을 봤음에도 릴리에게 다시 약자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호구 중의 호구 같은 크리스티안을 보며 속에서 천불이 나기도 했다. 한 번이 어렵지 한 번이 두 번 되고, 두 번이 열 번 되는 것은 쉽다는 삶의 진리를 모른다면 크리스티안은 인생을 좀 더 구르며 깨달아야 할지도.
그리고 니나는 이해가 가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이었다. 사실 어찌 보면 모든 문제와 사건의 발단은 니나가 아니었을까? 어머니가 아픈 상황이라 돌봐드려야 했다는 건 공감하지만, 입장 바꿔 제이크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오랜 기간 온종일 매달려 시간을 보내면서 니나를 등한시했다면 니나는 어땠을까?
니나는 능력 있는 남편 덕분에 전문 케어 인력을 고용할 경제적 여유가 충분한데도 왜 굳이 자신이 모든 케어를 해야 했을까? 그러고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남편에겐 이해만 바랐다니….
나는 결혼 생활은 부부가 중심이 되어 서로의 이해와 합의 아래 이루어나가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만약 내 남편이 니나와 같은 행동을 했다면 진지하게 앞으로의 결혼 생활 지속에 관해 고민해 보았을 것 같다.
이 소설은 '사랑이란 무엇인가'와 '그 사랑이 허용하는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같은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해 주었다.
읽을수록 점점 더 긴장과 재미를 더하고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가독성 뛰어난 미스터리 추리 스릴러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