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미카의 거짓말
에미코 진 지음, 김나연 옮김 / 모모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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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전,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된 당시 19세의 대학생 미카 스즈키는 주위의 차가운 시선과 논란 속에서 아이를 낳고는 입양 전문 에이전시를 통해 아이를 바로 입양 보냈다. 그 후 미카는 자신의 꿈이었던 회화 전공을 포기하고 엄마가 바랐던 경영학 학위를 8년 만에 가까스로 취득한 뒤 이런저런 회사를 전전하며 지금에 이른다.


현재 35세의 미카는 근무하고 있는 회사의 수익 악화로 인한 구조조정으로 1년도 되지 않아 또다시 해고의 위기에 처했다. 비록 시급제 말단 직원이었지만 집세와 공과금, 식비 등으로 매달 빠듯했던 미카의 입장에서는 나름 만족스러운 직장이었기에 월급을 삭감하더라도 계속 다니게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회사에서 잘린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 마음을 달래줄 싸구려 와인을 고르고 있던 미카에게 발신자 표시가 없는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전화를 받는 순간 문득 엄마가 소개해 주려던 남자일 것이라는 생각에 전화받은 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드는 찰나, 전화기 너머에서 앳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통화 대상이 미카 스즈키임을 확인하고는 자신은 페넬로페 캘빈이며 자신이 미카의 딸인 것 같다고 밝혔다.

미카는 순간 충격을 받고 쓰러질 것 같았지만 자신이 낳아 입양 보냈던 딸 페니에게 닿기를 오랫동안 원해왔기에 해고에 따른 충격도 잊어버리고 페니와의 통화에 한없이 행복해했다. 그날 이후 미카는 매일같이 영상 통화로 페니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눴다.


페니는 구김살 없이 밝고 자신감 넘치는 사랑스러운 아이로 자라나 있었다. 그렇기에 미카는 자신의 현재 모습을 페니에게 그대로 보이기가 더욱 부끄러웠다. 그래서 미카는 자신에 관한 것을 물어오는 페니에게 직업부터 집, 연인, 취미 등에 이르기까지 전부 자신이 바랐던 이상적인 모습으로 꾸며내어 말해 버렸다. 어차피 페니와 만날 일은 없을 것이고, 만나더라도 미카가 페니를 스쳐 지나가는 정도로 방문할 계획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러한 미카의 거짓말은 페니가 조부모님이 주신 생일선물 500달러로 미카가 사는 포틀랜드행 비행기표를 샀다는 말에 탄로날 위기에 처하는데….



'나는 누구일까? 나는 정말 누구일까?'


이 소설은 이민 1세대 부모와 주인공인 1.5세대 자녀 미카가 그들의 전혀 다른 성장 환경으로 인한 가치관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기본으로 강간, 입양, 다양한 인간관계 등의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 미카와 입양 보낸 그녀의 딸 페니가 그들의 정체성을 찾아가며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소설은 전반적으로 잔잔하면서도 다이내믹한 상황 전개로 읽는데 막힘이 없었다.


소설 앞부분에서 보여지는 미카의 모습은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어린 나이에 임신하고 그 아이를 책임지지 못해 입양을 보낸 데다가, 어른이 되어서까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책임지지 못하며 허우적대는 모습이란…. 게다가 16년 만에 마주한 딸에게 자신의 초라한 인생을 거짓으로 한껏 부풀려 이야기하다 못해 그 거짓을 덮기 위해 사기극까지 벌이는 모습에선 왜 그리 화가 나던지…. '부끄러운 것을 안다면 노력하여 제대로 살 것이지'하며 혀를 끌끌 차며 보았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미카의 인생이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었던 서사가 서서히 밝혀지면서 미카에 대한 곱지 않았던 시선은 연민과 동정으로 바뀌었고, 그것은 다시 미카가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을 옭아매던 속박과 굴레를 벗어나 한 아이의 엄마로서든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서든 진정한 자신을 찾기를 바라는 응원으로 바뀌었다.

거기에 덤으로 사춘기 시기 누구나 흔히 겪는 인생에 대한 고민뿐만 아니라 일본인 혼혈로서 백인 가정에 입양 간 자신의 상황과 자신의 뿌리에 대해 깊이 고민하여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가려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페니에 대한 응원도.


이 책을 통해 이민 세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이민 1세대 미카의 부모님은 완벽한 일본인이지만, 여섯 살 때 미국으로 건너와 미국에서 성장한 이민 1.5세대 미카는 겉모습은 일본인일지언정 속은 완전한 미국인이었다.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 미카의 부모님이 그들이 가진 일본인으로서의 가치관을 미카에게 강조하다 보니 미카와의 갈등의 골은 깊어져만 갔고, 미카의 부모님에 대한 서운함과 반감은 모든 문제의 시작점이 된다.

이민 세대라는 특수한 상황을 인지하여 서로의 정체성과 가치관의 차이를 인정하여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통해 조율해 나갔으면 미카가 자신의 자리를 찾아오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을 허비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 너무 안타까웠다.


아! 그리고 책에는 미카의 새로운 로맨스도 나오는데 이 부분에서는 '어? 왜 둘이 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이어지니 로맨스에 대한 기대감이 반감되었다고나 할까.

뭐 그래도 그들이 좋다니 좋은 거겠지?


미카와 미카 부모님은 그들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까?

종국에는 미카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자신이 원하는 것에 다다를 수 있을까?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감사하고 사랑하게 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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