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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부카를 위한 소나타
아단 미오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5월
평점 :
주인공 다치바나 이쓰키는 어릴 적 겪었던 모종의 사건으로 폐쇄적 성격을 가지게 되었고 그로 인해 타인과 어울리는 것을 꺼려 하며 인간관계에 서툴게 되었다. 그는 그 사건 이후로 무서운 꿈을 꾸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어느 순간 그가 깊은 바닷속에 잠식되는 악몽으로 변했다. 한편 악몽은 다치바나에게 만성적 불면증을 가져다주었는데, 불면증 클리닉을 다니며 약을 먹어도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다치바나의 직장은 국내외 음악 저작권을 관리하는 '일본 음악 저작권 연맹'으로, 매일 남과 얼굴을 마주하는 것을 꺼려 한 다치바나는 올봄 홍보부에서 한직인 자료부로 부서 이동을 신청해 옮겼다.
그러던 어느 날 상사 시오쓰보 노부히로가 다치바나를 따로 불러 얼마 전 대형 음악 교실에도 저작권 사용료를 징수하겠다는 연맹의 발표에 반발한 세계 최대 악기 제조사인 미카사의 소장 제출 움직임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고는 다치바나에게 소송에 대비해 앞으로 2년간 미카사가 운영하는 음악 교실에 수강생으로 등록해 그들이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증거를 조사·수집할 것을 지시했다. 그는 다치바나가 학창 시절 첼로를 배웠었다는 점과 그가 정에 휘둘리는 성격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그가 적격자라고 말했다. 다치바나는 당혹감을 느꼈지만 상사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다치바나는 미카사 음악 교실 후타코타마가와점에 잠입해 다시 첼로를 켜면서 더욱 잠을 이루지 못했고, 그것이 극에 다다른 어느 날 음악 교실에서 쓰러질 뻔한 일을 겪는다. 그런 다치바나를 위해 첼로 강사 아사바는 음악에는 사람을 치유하는 효과가 있다며 첼로를 연주해 주었는데, 아사바의 연주를 들은 다치바나는 의식을 덮은 얇은 껍질이 벗겨진 것처럼 눈앞의 세계가 새로워 보이며 온몸의 뻣뻣함과 불쾌한 긴장감이 풀리는 감각을 경험했다. 그리고 그날 밤 다치바나는 유래 없이 곤히 잠들 수 있었다.
이후 다치바나는 자신이 아사바처럼 첼로를 켤 수 있다면 악몽에서 달아날 수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확신을 가지며 첼로 레슨에 성실히 임하며 열심히 연습하게 된다. 한편으로 다치바나는 아사바를 통해 그가 가르치는 학생들과도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며 사적인 교류를 해나간다.
시간이 흘러 연말이 되어 미카사 음악 교실에서 일 년에 한 번 개최하는 발표회가 다가오자 다치바나도 참가하게 되었고, 아사바는 다치바나의 참가 연주곡으로 영화 주제가인 「전율하는 라부카」를 골라주는데….
이 소설은 음악을 소재로 삼았지만 여타 소설과는 달리 음악 자체가 아닌 음악 저작권을 둘러싼 갈등과 첼로로 인한 주인공의 시련과 역설적으로 그것을 통한 시련 극복과 성장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읽고 교육을 위한 사용에까지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런데 음악을 상업적으로 이용하여 금전적 이득을 취한 부분에 대해서는 원작자에게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에 백번 공감하지만, 교육과 음악 인구의 확대를 위한 음악 사용에까지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에는 나의 좁은 사견으로는 너무 깐깐하고 돈만 밝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책에서 다치바나가 하나오카의 레스토랑을 예로 들어 설명한 점에서는 충분한 이해와 공감이 갔다. 그래도 어떤 음악이 널리 사랑받고 인기를 누리며 후대에까지 전해지는 것은 그것을 자주 불러주고 연주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가능한 것인데, 음악이라는 예술을 놓고 단어의 모호한 법리 해석에 따라 잇속만 따지며 너무 '돈돈'거리는 것이 살짝 불편하게 느껴졌다. 소설 속 유명 음악가도 그것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고 하지 않았나.
작가는 책에서 연주에서 느끼는 이미지를 시각화하여 선율과 음악이 눈에 보이듯이 첼로 연주를 묘사하고 있다. 그렇게 음악적 심상이 보이듯이 머릿속에 그려지면 그제야 소리가 되어 귓가에 실제로 들리는 듯한 감각을 느끼게 해 주어 신선했다.
그리고 소설의 처음부터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한 걸음씩 인생을 나아가고 있는 다치바나의 이야기와 그가 새롭게 쌓아가는 인간관계에서 덤덤하고도 벅찬 감동이 느껴졌다.
한편 다치바나에게 「전율하는 라부카」를 권해준 아사바의 촉에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이 책은 드라마틱한 사건이나 선인과 악인, 천재들의 이야기가 아닌 그저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삶과 그들의 삶의 활력소나 힐링이 되는 음악에 관한 이야기여서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이야기는 등장인물들이 아픔을 스스로 치유하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임을 보여주며 그들처럼 우리의 평범한 삶도 한곳에 머물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삶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희망을 심어주는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