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명의 거짓말쟁이 대학생
아사쿠라 아키나리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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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취업 준비생들의 취업 활동이 한창이던 3월, 출시한 SNS가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던 신생 IT 기업 스피라링크스에서도 '약간명'을 뽑는다는 첫 신규 채용 공고가 났다. 이에 수천 명에 달하는 취준생들의 지원서가 몰렸고, 스피라링크스는 몇 단계의 복잡한 전형 절차를 거쳐 최종 전형까지 단 여섯 명의 지원자를 선별해냈다.

회사는 지원자들에게 최종 전형은 한 달 후 그룹 토론의 형태로 실시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또한 그 토론 결과에 따라 한 명이 아닌 전원이 합격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하나의 팀으로서 완벽한 회의를 진행할 것을 강조했다. 이에 지원자들은 전원 합격을 목표로 한 달 동안 토론을 완벽하게 준비하는 것은 물론 입사 동기가 될 수도 있는 서로 간의 친목을 도모했다.


그러나 그룹 토론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저녁, 스피라링크스는 '여섯 명 가운데 누가 합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로 토론 주제가 변경되었음을 알리며 토론에서 선출된 한 사람만을 채용할 것이라 통보했다. 이렇게 변경된 방침에 지원자들 사이에선 연대가 무너졌고, 서로를 적으로 인식하는 듯한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심과 긴장감만이 흐르게 되었다.


마침내 토론 당일, 자원자들은 비록 다 같이 합격하지는 못하지만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해 겨루어 투표로 합격자를 선출하자고 합의했다. 그렇게 토론이 진행되던 중 누군가 토론 장소에 '두고 간 것'으로 보이는 의문의 커다란 서류 봉투가 발견되었고, 그 안에서 여섯 명 각자의 이름이 적힌 작은 봉투가 나왔다.

당혹스러운 마음도 잠시, 회의실에 있는 데다가 봉투에 각자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어 그룹 토론에 사용하는 물건이라고 생각한 토론 참가자 중 한 명이 자신의 봉투를 개봉했다. 그런데 거기에선 뜻밖에도 다른 지원자가 과거에 저질렀던 죄나 거짓말을 고발하는 고발문이 증거사진과 함께 나왔다. 그것을 시작으로 토론은 처음 의도했던 방향과는 다르게 서로가 가진 다른 사람의 고발문을 개봉하여 죄를 고발하는 현장이 되어 버렸고, 그렇게 고발된 죄는 합격자 투표의 결과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2019년 5월, 2011년 최종 전형 그룹 토론에서 최다 득표로 스피라링크스의 직원이 된 당시 합격자는 모종의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당시 스피라링크스의 채용담당자였던 전 인사부장과, 자신과 함께 최종 전형까지 갔던 나머지 지원자들을 차례로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소설은 입사 시험 과정에서 발생하여 합격자를 판가름하게 되는 고발문 사건과 그 사건의 범인, 그리고 끝난 줄 알았던 이야기들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읽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드러난 진범의 정체에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만, 진범이 사건을 일으킨 이유에 대해서는 '응? 그걸 왜 네가 남을 희생양으로 삼아서 그런 방식으로? 그걸로 네가 얻은 게 뭔데? 너는 남들에게 상처 주었으면서 왜 죄책감 없이 호의호식하고 있지?' 등의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실수를 하거나 자잘한 법규를 위반 혹은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한다. 또한 옳다고 행한 어떠한 행동이나 말이 일부 사람들에게는 손해나 상처가 되어 돌아갈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사람들을 싸잡아서 진범의 말처럼 추악한 '인간 쓰레기'라고 할 수 있을까?

인간은 본질적으로 완벽하지 않기에 그러한 실수와 시행착오를 거치며 반성하고 자신의 모자람을 채워나가며 성장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조차 완벽하지 않은데 왜 한낱 인간에게 완벽을 바라며 완벽하지 않은 것이 마치 흠인 것처럼 말하는 것일까?


'기업은 정말 우수한 사람 혹은 그들이 바라는 인재들을 뽑고 있는가? 어떻게 알지 못하는 타인을 단 몇 분 안에 몇 마디의 질문과 대답만으로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가?'

누구나가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법한 의문들이고, 고용주의 입장에서 혹은 피고용인의 입장에서 여전히 계속해서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들이다. 하지만 잘못된 인재를 뽑으면 결과적으로 다른 누구도 아닌 고용주가 그것에 대한 혹독한 값을 치르게 된다. 그리하여 다음번에 사람을 뽑을 때는 그것을 거울삼아 채용에 대한 문제점을 개선하며 더욱 신중해지게 된다. 그렇게 최선책을 찾아 나가며 원하는 인재를 뽑으면 되지 않을까?


전체적으로 치밀한 이야기 구성과 허를 찌르는 반전, 뛰어난 가독성을 자랑하지만 범인의 범행 동기에 있어서는 설득력이 부족하고 허무한 느낌이었다. 또한 목숨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엄연히 범죄를 저질렀는데 벌도 받지 않고 끝까지 아무런 반성도 없는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읽는 동안 잘난 척하고 뺀질거리는 진범의 얼굴이 자꾸만 머릿속에 그려져서 그 면상에 김치 싸대기라도 한대 날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추리가 끝났으면 뭔가 시원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고, 마지막에 보여준 새로운 신입 사원 선발 과정 또한 약간 여운이랄까 고구마랄까…. 교만한 자뻑에 빠져 있는 지원자에게 후한 점수를 주면서 '초월할 수 있는 아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인 건지.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어떤 의미로는 가볍게 읽을 수 없는 소설이었다.





*내돈 내산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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