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 카페의 마음 배달 고양이
시메노 나기 지음, 박정임 옮김 / 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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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황색 줄무늬, 일명 치즈 태비 고양이 후타는 미치루의 속 편한 집고양이로 19년간의 천수를 누리고 저승으로 왔다. 저승에서는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잠자리와 먹거리 등은 제공되었지만 그 외에 드는 돈은 직접 마련해야만 했다. 그래서 후타는 게시판에 붙은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를 보고 '카페 퐁(café pont)'을 찾아간다.


그렇게 찾아간 카페 퐁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좁은 골목을 지나 위치한 넓은 광장에 있었는데, 광장 끝의 내리막길 아래로는 수많은 집들과 차들이 내려다보이는, 즉 저승과 이승을 경계였다.

기본적으로 카페의 주인인 니지코 씨와 카페의 손님들은 이승의 사람들이었고, 후타가 지원한 '고양이 배달부'는 이승의 사람들이 카페에 와서 소원 즉, '만나고 싶은 사람'을 엽서에 적어내면 그 소원을 이루어 주는 일을 했다.


후타는 무엇보다도 임무 성공 시에 주어지는 성공 보수 때문에 고양이 배달부에 지원했다. 그 보수란 다섯 번의 임무에 성공하면 첫 7개월 동안 주인을 만나러 가면 안 된다는 저승의 정식 규정과는 관계없이 이승으로 가서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도 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후타는 돌아가신 아버지께 자신의 첫 개인전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미나미 유즈와 아이를 만나고 싶다는 소시가야 부부, 우연히 소식을 접하게 된 헤어진 전 연인과 다시 한번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도고 후미, 자신을 무시하며 상처를 줬던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인 오치아이 선생님을 만나 찍소리 못하게 하고 싶다는 히로세 스스무, 치매로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게 된 엄마를 만나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호사카 고즈에의 의뢰를 받아 동분서주하게 되는데….



이 책은 이승과 저승을 단절된 세계가 아닌 이어진 세계로 그리고 있다. 그리하여 저승은 무섭고 두려운 영원한 이별을 뜻하는 곳이 아닌, 잠시 머물렀다 가는 이승에서의 삶이 이어지고 충만해지는 평화로운 곳으로 그려지고 있다.


소설은 가족, 인연, 소소한 복수, 후회 등 다양한 인생의 사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은 비단 등장인물들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삶에서 흔히 존재하는 이야기들이기에 공감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또한 중간중간 보여지는 후타의 고양이 습성들과 실수를 연발하지만 스스로 성장해 나가며 임무를 완수하는 모습들은 소설에 푹 빠져들게 하는 재미로 다가왔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보고 싶은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은 후회와 미련을 떨쳐버릴 수 있는 값지고 감사한 기회라고 생각되었지만, 책에서의 방법은 다소 불친절하다고 생각되었다.

카페 퐁의 규칙은 만나고 싶은 상대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그 상대의 특별한 말에서 만나고 싶은 대상자임을 의뢰인 스스로가 눈치채야 한다. 물론 의뢰인은 자신이 의뢰인이 되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사람임을 눈치챘어도 의뢰인은 이름을 말하거나 확인하면 안 된다고 한다. 상대를 몰라본다는 것은 의뢰인 본인이 둔감하기 때문이니 만나게 해 줄 필요도 없었던 거라니… 너무 냉혹한 친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의 의뢰인들이 전부 눈치가 빨라서 다행이지, 약간 둔감한 편인 나로서는 이런 기회가 와도 모르고 지나칠 것 같고, 나중에 우연히라도 깨닫게 되면 더 슬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타의 귀여운 실수들이나 소원을 이루어 마음의 위안을 얻는 사람들을 더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이 책에서 후타는 7개월만 있으면 이승의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데 굳이 그 시간을 앞당기려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과연 후타는 임무를 완수하여 성공 보수를 받을 수 있을까?

이 책을 통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인생의 후회를 담담하게 보듬어 주는 힐링의 이야기와 애틋한 그리움의 이야기를 만나보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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