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의 섬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95년 3월, 남자 중학생 3명은 약간의 용돈을 벌기 위해 작은 배를 타고 세토내해의 작은 섬 근처에서 밤낚시를 했다. 그들은 점프대 모양과 딱 들어맞는 이름을 가진 사이다이지 가문 소유의 섬인 '비탈섬' 벼랑 밑에서 해수면에 불빛을 비추어 물고기들을 정신없이 낚아 올렸다. 한참 동안의 낚시 후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느닷없이 그들 뒤에서 커다란 물소리가 들렸고, 이에 아이들이 깜짝 놀라 뒤돌아봤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바닷속에서 커다란 무언가가 튀어 올라 배 위쪽으로 포물선을 그렸고, 아이들이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채기도 전에 갑자기 배 위로 떨어졌다. 그 충격에 배는 뒤집혔고 아이들은 바다로 내던져졌다.

아이들 중 한 명인 사기누마는 자신의 근처에 떠 있는 흰색 물체를 보고 배 위로 떨어졌던 것이 흰옷을 입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기누마는 그 사람을 구하고자 붙들었지만 높은 물결에 그를 놓쳐버렸고, 자신은 구불거리는 무언가에 발목이 잡혀 물속으로 끌려들어 갔다.


2018년 8월 『모모타로』로 유명한 사이다이지 출판의 사장 사이다이지 고로가 병으로 죽었지만, 그의 유언장 공개에 필요한 참석인 중 조카 쓰루오카 가즈야가 없고 장소가 비탈섬의 별장이 아닌 관계로 유언장 공개가 미뤄진다. 이에 그의 여동생 마사에는 20여 년간 소식이 끊겼던 쓰루오카를 찾기 위해 사립탐정을 고용했고, 사십구재 법사에 맞춰 쓰루오카를 찾아 비탈섬으로 데려오는데 성공한다.

사십구재 법사가 끝난 뒤 개봉된 유언장에서 고로는 자신의 여동생을 비롯해 아내와 세 명의 자식들, 그리고 조카인 쓰루오카 가즈야는 물론이고 오랫동안 사이다이지 가문을 위해 일해 온 주치의와 집사 부부에게 유산을 분배한다고 밝혔다.

전부 자신들이 상속받은 유산에 만족한 듯 보였지만 저녁 식사 도중 쓰루오카가 유산을 받게 된 것에 대한 불만스러운 반응들이 나왔다. 이에 쓰루오카는 언성을 높이며 자신이 사이다이지 가문의 비밀을 알고 있고 그것을 까발리면 큰일 날 것이라는 말을 내뱉으며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었다.


다음 날, 일기예보대로 태풍으로 인한 폭우가 몰아쳐 모두가 비탈섬에 발이 묶인 상황에서 아침 식사 시간이 끝나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쓰루오카가 집단 폭행이라도 당한 듯한 피투성이 시체로 발견된다.

이에 쓰루오카를 찾아 비탈섬으로 데려왔던 탐정 다카오가 유언장 집행을 맡았던 변호사 사야카를 조수로 삼아 사건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아 나서는데….



표지를 보고 음습하고 음울하고 기괴하며 외로운 이야기일 것이라 추측했다. 하지만 추측과는 정반대로 너무나 허무한 인생을 살다간 1인에 대한 연민과 동정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유지하지만 가벼운 분위기의 소설이었다.


미스터리 추리 소설답게 작은 섬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과 절묘한 트릭,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지는 건물과 빨간 도깨비 같은 초자연적으로 보이는 기괴한 상황, 비밀과 사연을 품고 있는 듯한 인물과 장소 등 단순하고 평범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렇기에 작가가 군데군데 던져놓은 미스터리의 퍼즐 조각들을 찾아내 끼워 맞추며 진실을 알아내는 과정이 짜릿할 정도의 쾌감을 주었다.

동시에 너무나 억울한 죽음이었지만 그것조차, 아니 존재조차 비밀이 되어야만 했던 인물과 그 인물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삼켜야만 했던 이들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에 먹먹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이야기 자체는 무척 매력적이면서도 재미있었지만, 주인공인 탐정과 변호사가 개인적으로는 덜 매력적이라 아쉬움이 남았다. 소설의 유머 또한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은 살인사건을 다룸에도 불구하고 밝고 가벼운 분위기와 뛰어난 가독성 때문에 미스터리 추리 소설 마니아는 물론 입문자들,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소설을 찾는 사람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소설이라 생각된다.





*출판사 선물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