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셰프들 - 프랑스 미슐랭 스타 셰프들의 요리 이야기
크리스티앙 르구비.엠마뉴엘 들라콩테 지음, 파니 브리앙 그림, 박지민 옮김 / 동글디자인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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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이나 '미슐랭'이라는 이름은 몰라도 온몸이 하얗고 볼록볼록하게 생긴 타이어 회사의 마스코트는 누구나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미쉐린은 본업보다 맛집과 최고의 셰프를 인증하는 대명사인 '미슐랭 가이드'로 우리나라 대중들에게 더 친숙하고 유명할지도 모르겠다.


원래 '미슐랭 가이드'는 미쉐린에서 자동차 여행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 정보를 담아 무료로 배포되었으나, 의도와는 다르게 타이어 가게 작업대 받침으로 쓰이는 등 함부로 다뤄지자 유료 판매로 전환되었고, 그것이 '미슐랭 가이드'가 영향력을 발휘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레스토랑 섹션의 영향력이 커지자 미쉐린 형제는 '미스터리 다이너'로 훌륭한 식당을 선정해 별을 주는 방식을 채택했고, 이로써 오늘날 맛집과 셰프의 명예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미슐랭 가이드'가 탄생한다.

그 영향력이 어느 정도냐면 이 책에 나오는 질 구종의 식당은 외진 마을에 위치해 찾아오는 손님이 거의 없어 파산 직전이었지만, 질 구종이 미슐랭의 별을 받고 나서부터는 먼 거리임에도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와 일 년 365일 문전성시를 이루는 유명한 레스토랑이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요리나 먹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던 평범한 사회 초년생 기욤이 요리에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 할아버지의 제안으로 프랑스 각 지역의 미식 문화를 소개하는 프랑스 방송의 인턴 기자가 되어 미슐랭 스타 셰프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맛과 요리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그가 계획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인생을 설계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각각의 다른 인생 스토리와 요리 철학을 가진 8명의 스타 셰프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펼치는 요리 향연과 새로운 미각 세계로의 안내는 기욤의 인생관에 서서히 스며들어 인생 자체를 변화시키기에 충분했다.



제일 처음 소개되는 알랭 뒤카스(Alain Ducasse)는 스물일곱 살 때 겪은 비행기 충돌사고로 13번의 대수술을 받은 뒤 인생이 바뀐다. 그날 이후 그는 단 한 번도 냄비에 손을 댄 적이 없고, 오로지 머릿속에서 요리를 완성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만들어낸 요리의 아티스틱 디렉터를 자청했고, 지금 그의 가장 큰 자긍심은 동료들을 양성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아무리 맛있는 요리라도 다시 먹으려고 애쓰지 않고, 항상 새로운 맛을 발견하고자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해 메뉴를 개발하고자 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의 철학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우리가 항상 간과하고 넘어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음식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어서 성공하고 싶은 많은 사람들이 삶의 교훈으로 삼고 살아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로 눈을 돌려라. 미래는 차별화에 있다.

주위 사람이 뭘 해서 성공했는지 잘 보고, 그것과는 다른 걸 하라."



책에 나오는 유일한 여성 셰프인 안소피 피크(Anne-Sophie Pic)는 오감에 충실한 요리를 하여 그녀의 요리는 유니크하면서도 어떤 틀로도 규정할 수 없다. 그녀는 피아노를 치듯 미각을 연주하여 각자의 입안에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한 대씩은 있다는 걸 깨닫게 한다고 한다.

모든 감각을 일깨우고 지휘하는 요리의 맛이란 어떤 것일까?


요리사였던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가 어렸을 때 여러 맛을 시험해 보게 했고, 그 결과 그녀는 미각에 의존하여 요리를 깨우쳐 지금처럼 '향의 요리사'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음식의 냄새를 맡고 눈으로 보기도 한다. 그렇기에 안소피 피크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그냥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선 몸의 모든 감각, 즉 오감을 일깨우는 행위라고 말한다.



이 외에도 책은 알랭 뒤투르니에, 미셸 게라르, 로랑 프티, 질 구종, 아르노 동켈레, 기 사부아 등의 미슐랭 스타 셰프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물론 그들이 가진 요리에 대한 철학과 신념, 그들이 펼치는 마법 같은 요리의 향연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을 통해 우리는 그들만의 요리와 맛에 대한 환상적인 간접 체험은 물론이고, 그들의 철학이나 신념이 결코 요리에 국한된 것만이 아닌 우리 인생 자체를 통틀어 관통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그들의 이야기나 실제 모습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 만화라는 매체의 장점을 잘 활용하여 그들의 요리에서 받은 무한한 영감을 만화 특유의 상상력을 가미하여 보여줌으로써 8인의 스타 셰프들이 요리를 통해 대중들에게 진실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

그들의 요리는 셰프들 각각의 철학에 따라 개성적이다. 하지만 그것들이 단순히 요리에, 아니면 더 나아가 예술로 승화된 것에 국한된 것이 아닌 인생의 근원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하다고 봐도 된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평범한 요리 만화로 생각하고 책을 펼쳤었는데 그 예상을 완전히 비껴나갔다. 이것은 요리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살아왔고 우리가 살아갈 인생의 이야기이다.

나와 사랑하는 이들의 인생이 이 책에 나오는 셰프들의 따뜻하고 굳건히 빛나는 아름답고도 매력적인 요리와 같기를 바라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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