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만화 예술의 역사 4 : 바로크 예술 ㅣ 만화 예술의 역사 4
페드로 시푸엔테스 지음, 강민지 옮김 / 원더박스 / 2024년 3월
평점 :
나는 '바로크'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릴 때 영화에서 보았던 고풍스러우면서 화려하고 웅장한 유럽 왕궁의 내부 장면이 떠오른다. 그곳은 벽에 걸린 액자 틀뿐만 아니라 내부를 채운 가구들, 심지어 촛대 같은 작은 소품조차 구불구불하고 화려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그런 장면과 함께 머릿속에서 장엄하게 울려 퍼지는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라단조 파이프 오르간 소리.
이것이 바로 내가 가진 바로크의 스테레오타입이다. 딱 여기까지다.
분명 학창 시절 나름 열심히 수업을 들었었지만 지금은 바로크 시대의 예술가가 누가 있는지 헷갈리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필요에 의해 관련 자료를 찾아보거나 전시회에 가기도 하지만 그때뿐이다. 뭔가 기억에 오래 남을 임팩트 강한 무언가가 없을까?
그러던 중 『만화 예술의 역사 4 : 바로크 예술』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은 누구나 좋아하는 만화로 되어 있어 읽기 쉬운 데다가, 내용 또한 꼼꼼하고 자세하면서도 한눈에 보기 쉽도록 간단하게 정리되어 있다.
'바로크'는 '찌그러진 진주'라는 뜻의 포르투갈어 '바로코(barroco)'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바로크 미술은 이전의 르네상스 양식에서 요구하는 원칙과 규범의 틀에서 벗어나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자유롭고도 다양하게 표현했다. 하지만 그것은 무분별한 자유분방함이 아닌 최소한의 질서와 원칙은 유지한, 생명력으로 살아 역동하는 이상화된 자유로움이다.
그러고 보니 '바로크'하면 떠오르는, 틀에 박히지 않고 예상 불가능한 구불구불한 문양들이, 정형화된 동그란 진주가 아닌 모양이 예측 불가능한 '찌그러진 진주'의 실루엣 같기도 하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곳에 영향을 미쳤던 종교가 16세기에 이르러 종교개혁으로 구교와 신교로 나뉘게 되었고, 신교에 맞서 다시 세력을 결집하려는 구교의 저항에서 바로크 미술이 탄생했다.
그리하여 바로크 미술은 이성과 관념에 의한 표현의 한계를 극복하고, 감정과 감각에 호소하며, 감성 자극을 극대화하는 표현이 두드러지게 되었다.
프란체스코 보로미니는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가이다. 그는 예술 전 분야에 정통한 천재 잔 로렌초 베르니니의 조수를 거쳐 독립한 뒤에는 베르니니와 평생 라이벌 관계로 경쟁을 펼쳤다.
그는 복잡하고 기하학적인 요소를 가미해 자신만의 특색이 있는 독창적인 바로크 건축물을 설계했다. 책에 나와 있는 ‘산티보 알라 사피엔차’의 경우 성당의 돔과 나선형의 첨탑에 보로미니만의 독창적인 건축 방식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보로미니가 선보인 역동적이면서도 기하학적인 요소를 활용하는 건축 방식은 바로크 건축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카라바조는 본명이 '미켈란젤로 메리시'지만 본명보다 출신지에서 따온 카라바조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17세기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이탈리아 화가로 르네상스 회화 양식을 마치고 바로크 회화 시대를 개척한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카라바조는 다채롭고 화려한 르네상스 회화들과는 달리, 어두컴컴한 배경 속에서 중심이 되는 인물들에게 빛을 비추어 명암이 뚜렷하게 대비되는 기법을 창시했다. 이 기법은 루벤스, 렘브란트 등 후대 바로크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책에 나오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메두사의 머리>는 이후 수많은 호러 매체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페테르 파울 루벤스는 플랑드르의 화가로 이탈리아 만토바 공의 궁정화가로 일하면서 익힌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한 남유럽 미술 전통과 모국 플랑드르로 대표되는 북유럽 미술 전통을 종합하여 빛나는 색채와 생동하는 에너지와 웅장한 구도가 어울린 독자적인 바로크 양식을 확립한 17세기 유럽의 대표 화가이다.
루벤스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18세기에 유행하는 로코코 양식과 신고전주의의 형성을 엿볼 수 있다.
우리에게 <시녀들>로 잘 알려진 디에고 벨라스케스는 스페인 바로크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세계적 거장이다.
당시에는 루벤스와 고전주의 화가들이 미적 취향의 기준이었기에 벨라스케스의 작품이 항상 인정받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의 작품이 다른 인상주의 화가들과 사실주의 화가들에게 끼친 영향은 부정할 수 없다. 마네는 벨라스케스가 '화가들의 화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이 책에는 잔 로렌초 베르니니,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후세페 데 리베라,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 등 수많은 바로크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들이 선생님이 시간 여행을 떠난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형식으로 소개되고 있다. 작품들 또한 실제 작품 사진이 아닌 작가의 그림체로 재탄생한 그림들이기에 익살스럽게 보여 무척 인상적이고 신선했다.
마지막으로 맨 뒷부분에는 책에 나오는 바로크 예술가들의 작품들의 이름과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작품을 정리해 보는데 유용했다.
책을 덮고 난 후에도 예술 작품에 대한 장면과 그 옆에 적혀있던 일목요연한 설명이 굳이 외우려고 하지 않았는데도 한 컷의 그림으로 머릿속에 떠올랐다.
각 잡고 시작해야 되는 예술사 공부가 아닌, 즐기면서 은근슬쩍 스며드는 예술사 공부 시간이었다. 특히 분명 똑같이 그렸는데 아방가르드해 보이기까지 하는 명화들의 만화 컷이 압권이었다는….😆
웃으면서 즐기는 사이에 예술사 개요와 작품이 정리되니 교양을 위해서라고 다른 것은 제쳐 두고라고 『만화 예술의 역사』 시리즈들은 꼭 챙겨 봐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