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마법사들 - 사라진 그림자의 비밀
정채연 지음 / 문학수첩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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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여 명의 그림자가 사라졌다. 그렇게 그림자가 사라진 사람들은 두 달 뒤 그림자가 갑작스럽게 돌아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48명의 생존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사망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조사하던 그 누구도, 평범한 인간이든, 아니면 그림자를 다루는 '섀드(Shad)'이든 간에, 사건의 진상을 파악할 수 없어 당혹 속에 빠져있을 뿐이었다.


제론 에브런은, 정확히는 그의 '가정 관리 지능'이라는 '젠'에게 자신의 이름이 제론 에브런이라고 들은 사내는, 자신에 대한 어떠한 기억도 없이 뉴욕의 한 펜트하우스에서 정신을 차렸다. 펜트하우스는 암막 커튼이 쳐져 있어 빛 한 줄기도 침투하지 못했고, 제론에게는 이러한 환경이 그저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그보다도 더 놀라웠던 것들은, 자신이 무려 한 달을 내리달아 의식이 없었다는 것이며, 자신이 사실은 섀드였다는 것이었다.


처음 젠에게 이런 사실을 들었을 때에는 쉬이 믿기지 않았으나, 펜트하우스를 둘러보며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게 해주는 가면을 비롯하여 여러 그림자 마법 관련 서적들, 그리고 이와 관련된 기술들을 접하면서 자신이 그런 세계의 일부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기억을 잃기 전 자신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는지, 섀드들의 통신망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만 해도 세 명의 유명 인사의 위장 신분을 가지고 있었다.


그중 하나는 유란섀드학교라는, 섀드들의 명문 학교의 교수였다. 제론은 섀드 사회에 대해, 그림자 마법에 대해 더 알아가던 중 정말 우연에 우연이 겹쳤다고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기묘하게 유란섀드학교의 보충반 학생으로 위장 입학을 하게 된다. 제론은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과 과거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내고, 그림자 마법에 대해서도 더 알아내기 위해 입학한 것이었지만, 그런 그에게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은 적지 않았다.


당장 유란섀드학교 내부에만 해도 보충반의 담당 교수이자, 한 달 동안 아무런 연락 없이 잠수를 타 해고된, 제론의 위장 신분 중 하나인 브룩스 교수의 자리를 맡아 취임한 채 교수라는 인물이 제론과 브룩스 교수 사이의 관계에 흥미를 보였다. 그는 제론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며 알 수 없는 이들과 연락했다. 또한 동급생 중 세린 카일이라는 인물은 제론에게 의심 어린 시선을 보내왔다.

학교 외부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접근해 제론에게 아는 체를 하며 뒤로는 제론의 그림자를 조금 훔쳐 갔다.

이처럼 제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수많은 이들의 주시를 받게 되는데….



그림자를 다루는 것은 상당히 많은 매체에서 소재로 다루어져와 자칫하면 식상한 설정이 이야기의 재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런 것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그림자 마법사들』은 그림자라는 흔한 소재를 다룸에도 불구하고 세련되고 참신한 설정에 너무 복잡하지도 혹은 너무 단순하지도 않은, 적절히 독자의 몰입을 유도할 수 있을 정도의 스토리 장치들을 이용해 독자들이 단순히 판타지라는 장르 자체에만 몰입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그려내는 이야기의 흐름이며 사건의 전개에 온전히 빠져들 수 있도록 한다.


첫 페이지부터 미스터리한 사건으로 관심을 집중시켜 궁금증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몰입하게 했고, 몰입이 된 후에는 물 흐르는 듯 매끄러운 문장들의 연결과 사건의 추이에 대한 궁금증과 긴장감으로 페이지 넘기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그림자 마법사들』은 저자의 첫 작품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스토리가 깔끔하고 재미있었다. 마음껏 상상력을 펼치며 읽다 보니 금세 마지막 페이지를 도달해 책을 덮기가 너무 아쉬웠다.

분명 빠른 시일 내에 다음 편이 나올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림자 마법사들』은 판타지 장르임에도 판타지가 주된 축으로 작용한다기보다는 판타지가 이야기 전개의 매끄러움과 역동성을 더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된 듯해 평소의 독서 취향이 어떠했는지에 관계없이 누구든 쉽게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이야기 속 판타지는 현실과의 괴리감보다는 현실과 자연스럽게 융합하고 잘 조화되어, 평소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쉬이 벗어날 수 없는 촘촘하고도 흡인력이 있는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을 것이고, 판타지 장르보다는 현실 기반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판타지의 색다르면서도 세련된 매력에 빠지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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