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알아주지 않는다 : 상
다지마 렛토 지음, 박여원 옮김 / 크래커 / 202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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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표지를 봤을 때 동글동글한 그림체와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판다를 타고 병아리와 함께 물 위를 노니는 주인공일 것 같은 아이들의 모습에서 예전에 배꼽 잡고 재미있게 봤었던 《정글은 언제나 맑음 뒤 흐림》이라는 애니가 떠올랐다.

'이 만화도 그런 종류일까? 그런 것치곤 그림체가 너무 얌전한데….' 뭐 이런 생각들을 하며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책장을 펼쳤다.


그러고는 눈앞에 펼쳐진 편안하면서도 서정적인 그림체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다소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와 중간중간 치고 나오는 위트 있는 대사에 금세 푹 빠져들고 말았다.



이와 고등학교 2학년 사쿠타 미나미는 수영부 연습을 하던 중 잠겨있는 학교 옥상에 누군가의 모습이 얼핏 비치는 것을 보고 연습이 끝난 후 확인하러 옥상으로 올라가 본다. 그곳에서 마주한 것은 사쿠타가 가장 좋아하지만 대중적으로는 인기가 없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그리고 있는 서예부 모지 쇼헤이였다. 그렇게 취향이 같다는 점을 발견한 두 사람은 급속도로 친해진다.



그런데 다음날 불량 학생들이 옥상으로 올라가 모지가 그린 그림을 찢고는 모지가 가진 옥상 열쇠를 빼앗는 일이 발생한다. 다행히 모지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는 '이와고의 미친개' 지다의 도움으로 열쇠를 되찾기는 하지만 모지는 이미 구타당해 상처를 입은 뒤였다.

이에 치료하러 양호실에 들른 모지는 상처가 생긴 정확한 이유를 양호 교사에게 설명하기 곤란해 '동전을 쥔 사쿠타의 주먹에 맞았다'는 얼토당토않은 변명을 댄다. 그렇게 맞은 이유는 모지가 양다리를 걸쳐서라나~.

풉, 이렇게 갑자기 커플 선언?? 😆



다음날 지다에게 맞은 불량 학생들은 전부 등교를 했지만 정작 불량 학생들에게 맞은 모지가 등교하지 않자 걱정이 된 사쿠타는 다른 학생에게 모지의 집을 물어 찾아간다. 그렇게 찾아간 모지의 집에서 낯익은 부적을 발견하고는 모지에게 무엇인지 물어본다. 신흥 종교 부적이라고만 알려주고 자세히는 말 못 한다는 모지에게 사쿠타는 자신도 그 부적을 가지고 있으며, 아마 발신인은 자신의 친아빠일 것이라고 말한다.

친아빠의 존재를 궁금해하며 아빠를 찾아보고 싶어 하는 사쿠타에게 모지는 탐정인 자신의 형을 소개시켜 준다.



모지와 함께 찾아간 모지의 형은 '형이 형 같지 않다'는 모지의 말 그대로 형이 아닌 여자로 성전환 수술을 한 트랜스젠더였다. 사쿠타는 모지의 형 아키히로에게 친아빠가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부적을 쓴 신흥 종교 교단을 찾아가 친아빠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한다.


그렇게 사쿠타가 의뢰를 하고 돌아간 후 '빛의 상자'라는 종교 단체에서도 사람이 찾아와 교단의 돈을 가지고 사라진 교주 미쓰우미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한다. 교주의 본명은 와라가이 도모미쓰, 바로 사쿠타의 아버지였다. 😲

과연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이 만화는 2020년 『물은 바다를 향해 흐른다』로 일본 만화계에서 권위 있는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신생상을 수상한 다지마 렛토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표지만 보고 마냥 맑고 순수한 어린아이들이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저래 봬도 고등학생들이라는 사실! 😅

평범한 사춘기 고등학생들의 일상에 의외로 깊고 복잡한 이야기가 더해지며 흥미진진한 재미를 주고 있다. 특히 엄마는 말하기 꺼려 하는 친아빠 찾기나 신흥 종교, 사건 해결의 주축을 담당하는 모지의 트랜스젠더 형, 허무맹랑한듯한 초능력 이야기 등 어찌 보면 무겁고도 진중하면서도 특이한 소재와는 달리 만화 전반적인 분위기는 결코 심각하거나 음울하지 않고 밝고 따뜻하게 흘러가는 것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주인공인 사쿠타는 사춘기 소녀 나름의 감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덜렁대고 털털하고 약간 4차원적인 성격을 가진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반면 모지는 평범하면서도 책임감과 배려심 있는 섬세한 캐릭터이다.

이 둘은 아직까지는 그저 인기 없는 어떤 애니메이션을 같이 좋아한다는 공통점만을 가지고 있지만, 중간중간 서로에 대한 매력을 발견하는 장면에서 풋풋한 첫사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보여 (하)권이 기대된다.

그러한 로맨스에 대한 기대뿐만이 아니라 사쿠타 친아빠가 엮인 신흥 종교 교단의 비리와 초능력의 진위, 모지의 형 아키와 집안과의 갈등, 아키가 거주하는 헌책방 주인의 비밀 등 궁금한 부분이 너무 많다.

그렇기에 이 모든 궁금증을 해소하려면 (하)권은 필수! 😉


이 책을 읽는 내내 사람의 체온이 느껴지는 투박하지만 정감 있는 그림체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지며 힐링 되는 기분이었다. 3D와 컴퓨터 그래픽이 판치는 요즘 시대에 너무나도 선물 같은 소중한 책이 아닐까.

또한 곳곳에서 예고 없이 툭툭 튀어나오는 작가의 센스가 엿보이는 유머러스한 대화로 인한 웃음은 하루의 피곤함을 건강하게 씻어내 주었다.


두 번을 읽었는데 두 번째 읽을 때는 앞서 읽을 때 발견하지 못했던 디테일을 발견해서 웃음이 더해졌다. 아마 세 번째 읽을 때는 또 다른 웃음이나 따뜻함을 발견하겠지?

세상의 묵직하고 심각한 이야기를 건강한 웃음과 함께 무겁지 않게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이나 따뜻한 힐링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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