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미트 패러독스
강착원반 지음, 사토 그림 / 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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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놀>에서 출간된 그래픽 노블 『데드미트 패러독스』는 우리에게 다소 친숙한 '좀비'가 소재이지만, 그것이 다루는 주제는 여타 좀비물과는 다르게 생명의 존엄뿐만이 아닌 죽음에 대한 정의 등 윤리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심오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올랜드 제국에서는 사망 후 최대 30일 이내에 부활하게 되는 원인 불명의 환자인 좀비가 존재하는데, 제국은 그들이 살았는지 죽었는지에 대한 규명을 꺼리며, 그들을 그저 잠도 안 자고 밥도 안 먹는 값싼 노동력으로만 취급할 뿐이었다. 그렇기에 좀비는 여전히 인간적이지만 한번 죽었다 살아난 이후로는 더 이상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며 온갖 차별에 놓였다.

이런 상황에서 변호사 골드 앤더슨은 좀비인 동생 실버와 함께 좀비를 위한 변호사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물론 본인이 그렇게 말한 적은 없지만 좀비 사건도 맡다 보니 인간들이나 좀비들 대부분은 골드를 '좀비 전담 변호사'로 인식하고 있었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뵈러 공동묘지에 간 어느 날, 형제는 한 묘지 아래에서 살려달라는 목소리를 듣게 된다. 이에 묘지를 파내려가 좀비가 된 채 관속에서 썩어 가고 있던 한 여인을 발견해 구출하게 된다.

앤더슨 형제는 그녀를 변호사 사무소로 데리고 가 정성스레 치료해 준 뒤 좀비로 살아가는 팁을 알려준다.



여자는 자신을 좀비와 인간의 동등한 권리를 주장했던 친좀비파 귀족, 아르테미아 가문의 마지막 자손인 릴리 아르테미아라고 소개했다. 그러고는 자신은 자연사가 아니라 부모님의 사망보험금을 지불하기 싫어한 보험사에 의해 살해당했음을 밝히며 골드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반좀비 테러리스트에 의한 부모님의 억울한 죽음을 인정받고 싶어한 릴리는 골드에게 부모님 사망보험금 수령을 위한 소송을 부탁하지만, 골드는 부모님이 아닌 릴리 본인을 위한 재판을 하자며 '본인 사망보험금 직접 수령'을 위한 소송을 제안하는데….



죽음이란 무엇일까?

심장과 폐가 멈추고 생물학적 반응이 없는 것이 죽음일까? 아니면 뇌 기능이 멈추는 것이 죽음일까?

죽음의 의미를 단순히 생물학적인 의미로만 정의 내리기는 힘든 것 같다.

그렇다면 인간이란 무엇일까?

인간은 장수라는 꿈을 위해 오랜 기간 끊임없이 노력해 왔고, 과학이 초고도로 발달된 현대에 이르러서는 멈춘 심장과 폐를 다시 뛰게 하거나 인공 장비나 신체를 이식하는 등의 행위로 인간의 생명을 비약적으로 늘릴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손상된 신체뿐만 아니라 노화한 뇌까지 치료할 수 있는 단계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렇기에 이제는 단순한 생명 연장이 아닌, 생명과 존재의 존엄성에 초점을 맞추어 인간과 삶과 죽음을 정의해야 할 것이다.


『데드미트 패러독스』는 이러한 사고를 바탕으로 나와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배척하는 것에 대한 경고와 권력 보존을 위한 기득권 세력의 병폐 등 고질적인 사회 문제를 완벽한 스토리 안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녹여내고 있다. 이 모든 이야기가 섬세하면서도 사실적이고 예쁜 그림을 매개로 매력적으로 전달되고 있다.

마지막에 수록된 또 다른 단편 「시간 죽이기」 또한 죽음을 덤덤히 마주하는 속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독특한 작품이었다.

두 작품 모두, 특히 『데드미트 패러독스』는 너무 완벽하기에 짧은 것이 오히려 너무나 서운한 작품이었다. 자꾸만 책을 다시 펼쳐보며 내심 후속편을 기대하고 있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지 않을까?


가볍게 읽고 깊고 진중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근래 보기 드문 수작을 만나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림과 스토리가 너무 완벽하고 매력적인 작품 『데드미트 패러독스』를 꼭 읽어보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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