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 서울 거리를 걷고 싶어 특서 청소년문학 35
김영리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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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인간과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의 지능과 외형을 지닌 인공지능 로봇들이 보편화된 시대에, 주인공인 '인류'의 학년 중 유전자 조합을 거치지 않고 태어난 사람은 인류가 유일했다. 유전자 조합을 한 아이들은 한 학년 월반은 기본이고, 자신의 '나이대로' 살아가는 것이 패배자로 여겨지는 세상이었다.

인류의 아버지는 인류를 낳을 때 유전자 조합 시술을 하려 했지만 어머니가 반대했고, 어머니는 친정으로 돌아가 홀로 인류를 낳다가 과다 출혈로 사망했다. 그 후 인류의 아버지는 재혼해 유전자 조합 시술을 거친 동생을 낳았다. 성장 과정에서 자신보다 우월한 동생에게 열등감을 느낀 인류는 지방 소도시에서 고철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할아버지에게로 도망쳐 같이 살게 된다.


열등감에 유전자 조합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인류는 로봇, 정확히는 인간의 업무를 대체해 가는 로봇에 대해 반감을 가졌고, 이에 자신이 고철 공장에 가끔씩 들어오는 로봇들을 '처리'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 처리라고 해 봐야 신고 없이 불법적으로 고철들 사이에 섞여 들어오는 로봇들을 센터에 신고해 수거해 가도록 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러던 어느 날 신고한 로봇의 불법 잔해가 센터에서 수거하러 오기 전에 사라지는 사태가 발생한다. 인류는 범인을 잡기 위해 CCTV를 설치했고, 그 후 공장에 누군가가 다시 침입했을 때 부리나케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그곳에서 마주친 것은 놀랍게도 아이 체격의 구형 로봇이었다.

로봇에 대한 반감이 있었던 인류는 그 로봇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며 전에 없어진 로봇 잔해의 행방을 따져 물었다. 결과, 공장에 침입한 '미래'라는 이름을 가진 구형 로봇은 로봇 잔해를 훔친 게 아닌, 고생스러운 시간을 보냈을 로봇에 대한 연민으로 로봇의 잔해를 땅에 묻어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와 더불어 '구형 로봇'이라는 틀로 묶여 있는 로봇들이 인공지능이 존재해 사람들과 유사한 감정을 가지고 판단을 내릴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도구로서만 이용되면서 참혹하게 혹사당하는 화려한 도시 이면에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된다.


로봇에 대한 반감에서 우러나온 적개심과 불신으로 미래를 대하던 인류는, 미래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미래를 이해해 나가고, 미래를 향해 마음을 열며, 외면해 왔던 관계들을 조금 더 성숙한 태도로 대하고, 나아가 새롭게 알게 된 부조리에 맞서게 되는데….



인공지능의 발전을 비롯한 여러 방면에 있어서의 진보는 사람들에게 편리함과 동시에 잠재적 위협으로 다가오고는 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 놓인 문제들을 다루고 걱정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렇기에 『로고』에서 보여주는 발전의 이면에 놓여진 모습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현시대를 비롯한 미래를 조금 다르면서도 더 넓은 시야로 볼 수 있게 한다. 작가는 날카로운 질문들을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필력을 보여주며 독자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인류가 미래를 대하는 태도와 심정의 변화에서 얻을 수 있는 것 또한 가볍게 여길 수 없다. 인류의 의식의 흐름을 따르다 보면 단순히 소설 속의 로봇에 대한 인식을 넘어, 현대 사회에서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 자유와 권리를 억압받는 이들의 모습이 투영돼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또한 '구형'이라는, 사람에게는 쓰이기 어려운 단어가 사람에게 적용되는 상황을 가정함으로써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는 것이 모든 것을 판단하는 잣대가 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한다.


존재의 가치에 대해 우리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로고』를 읽고 한 번쯤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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