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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네가 있어준다면 - 시간을 건너는 집 2 ㅣ 특서 청소년문학 34
김하연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10월
평점 :
민아, 아영, 지우는 같은 아파트에 살지만 사는 환경이 같지 않다. 아영과 지우와는 다르게 민아가 사는 동은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 아파트였기 때문에, 같은 아파트이면서도 모든 면에서 차별을 받았다.
그럼에도 단짝 친구로 함께 어울려 다녔던 세 사람 사이는, 아영이 다니는 수학 학원에 지우가 다니면서부터 삐거덕대기 시작했다. 민아의 형편으로는 안산 내에서도 알아주는 비싼 수학 학원에는 다닐 수 없었기에, 셋이 만났을 때 굳이 학원에 관련된 이야기만을 조잘거리는 아영과 지우 사이에서 민아는 점점 소외감을 느껴갔다.
그런 민아 앞에 원래부터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기억엔 없는 파란 대문의 이층집이 눈에 들어왔다. 그 집 앞에 서 있던 할머니는 민아를 반기며 민아가 그 집의 첫 번째 멤버라고 했다.
청담동에 사는 아린은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전교 순위권이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공황장애로 학교도 그만두고 온종일 자기 방에 처박혀 생활하는 히키코모리가 됐다. 정신과 상담과 약물치료를 받았지만 약물 부작용만 얻었고, 지금은 효과도 없는 한약을 먹으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그렇기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음에도 아린은 장례식에 가지도 못하고 그저 외할머니를 생각하며 외할머니가 생전에 선물한 하얀 운동화를 신어볼 뿐이었다. 아린은 운동화를 신은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 보기 위해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고, 그 순간 전혀 낯선 공간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그 새로운 공간에 있던 할머니는 아린에게 기다리고 있었다며 인사를 건넸다.
지적장애를 가진 형을 놀린 아이들을 때려 폭행죄로 대전에 있는 소년보호시설에 들어간 무견은 시설을 탈주하는 아이들을 따라 얼떨결에 같이 도망쳐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사람들의 이목을 피하기 위해 의류 수거함을 뒤져 보호시설에서 입고 나온 주황색 실내복을 갈아입고, 수거함 옆에 놓인 검은 비닐봉지 안의 하얀 운동화를 꺼내 신었다. 그러고는 어디로 도망을 칠지 고민하며 걷던 중, 파란 대문 집을 발견하고는 열려있는 대문 안으로 들어서는데….
소설에서 시간의 집은 가족과 학교, 친구에게서 상처받은 아이들을 초대해 그 해의 마지막 날에 본인이 원하는 과거, 현재 혹은 미래의 어느 시간에서 삶을 새롭게 시작할 기회를 준다. 멤버로 발탁된 아이들은 선택의 시간이 되기까지 시간의 집에서 일정 시간을 함께 보내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며 따스함을 선사했다.
그런데 소설을 읽으면서 이해 가지 않았던 점은 시간의 집 멤버들이 결정되는 기준이었다. 현재가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이 선정되었다고 하지만,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첫 번째 멤버인 민아보다 원래 멤버로 선택받지 못했던 무견이 훨씬 더 불행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민아 같은 경우는 2대에 걸쳐 시간의 집의 혜택을 받은 걸 보면 시간의 집은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민아가 불꽃놀이를 보며 세상의 공평·불공평을 말하는 것을 보니 아이러니가 아닐까 싶었다.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 가지 않았던 인물은 아린이었다. 내가 어른이라 현실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게 한다며 부모를 원망하는 아린이 너무 철없게 느껴졌다. 더군다나 이야기 중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고집해 주위 사람들을 힘들고 불행에 빠뜨렸던 할아버지와 삼촌이 나오는데, 그것을 알고도 현실적인 길을 제시하는 부모님을 원망하고 이해하려 하지 않는 아린을 보니 화가 나기도 했다.
소설이어서 결과가 좋게 끝나서 그렇지 현실에서는 아린이의 선택은, 글쎄….
꿈을 꾸고 좇는 것도 좋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의 삶은 예측할 수 없고, 항상 크거나 작은, 혹은 중요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문제에 직면하여 선택을 강요당한다. 그 선택이 옳든 그르든 소설처럼 과거나 미래로 시간을 거스를 수는 없기에, 그 책임을 오롯이 질 수 있도록 현명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으로 인해 자신과 사랑하는 이들이 결코 불행해지는 일은 없기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