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의 유괴 붉은 박물관 시리즈 2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한수진 옮김 / 리드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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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의 유괴』는 다섯 편의 추리 소설 단편의 모음이다. 이 소설은 경시청 관내에서 일어난 모든 형사사건의 증거품과 유류품과 수사 서류를 보관하는 범죄 자료관(붉은 박물관)에서 근무하는 데라다 사토시와 관장 히이로 사에코가 미제 사건이나 피의자 사망으로 처리된 사건을 해결하는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다.


<황혼의 옥상에서>

23년 전인 1991년 2월 졸업식 전날 저녁, 기타구의 한 고등학교 옥상에서 2학년 여학생이 화단 모서리에 후두부를 세게 부딪쳐 피를 흘린 채 시체로 발견됐다. 경찰은 누군가가 피해자를 밀었거나, 피해자의 머리를 잡고 화단에 내리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하던 중, 사건 발생 당시 피해 여학생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증언을 얻고는 피해자의 목소리 속의 범인으로 추정되는 '선배'를 찾고자 했지만 끝내 찾지 못하고 공소시효가 만료된다.

과연 '선배'는 누구일까?


<연화>

24년 전 1990년 8월에서 11월 사이, 도쿄도 서부 일정 지역에서 연쇄 방화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현관 부근을 제외한 2층 목조 주택 주위에 등유를 뿌려 불을 붙인 뒤, 그 집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대피시키는 수법을 사용했다. 경찰이 연쇄 방화 사건 수사본부까지 설치했지만 방화범의 윤곽조차 잡지 못하던 중 자신의 친구가 범인인 것 같다는 신고전화가 걸려 왔다. 신고자인 젊은 여성은 자신의 친구가 방화 사건 뉴스를 보면서 '이번에도 그 사람을 만나지 못했네.'라는 말을 중얼거렸다고 말했다. 그런데 신고 중 그 여성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연쇄 방화 사건은 미궁에 빠진 채 갑자기 중단되는데….


<죽음을 10으로 나눈다>

15년 전 1999년 3월, 한 남성의 토막 난 시체가 하천 부지에서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력한 용의자로 살해된 남자의 아내가 지목됐지만, 그녀는 남편의 사망 추정 시각에 투신자살을 시도했었다. 그리고 그의 시체가 발견되었을 때는 이미 숨을 거둔 후였다.

대체 이 가정의 비극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그리고 남편은 왜, 누구에 의해 잔인하게 목숨을 잃은 걸까?


<고독한 용의자>

24년 전 1990년 3월, 전문 상사에서 근무하는 한 회사원이 자신의 집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피해자의 집에서는 같은 회사 직원들에게 돈을 빌려준 것을 증명하는 노트와 차용증 다발이 발견되었고, 경찰은 돈을 빌려 간 사람들 중에 범인이 있을 거라 생각해 이들을 철저히 조사했다. 하지만 범인을 지목하는 결정적 증거는 발견하지 못한 채 수사는 장기화되었고, 이후 사건은 시효가 만료되었다.

그를 죽인 범인은 누구일까?


<기억 속의 유괴>

26년 전 1988년 8월, 다섯 살의 나이로 친모에게 유괴를 당했던 도다 나오토는 양부모님의 기일에 맞춰 공원묘지에 갔다 오던 중, 고등학교 시절의 친구 데라다 사토시를 만난다. 안부를 주고받던 중 자신의 유괴 사건에 친모가 바랐다던 돈 이외의 다른 이유가 더 있을 거라 여겨왔던 의혹을 해소하고자, 사토시에게 시효가 만료된 자신의 유괴 사건 재수사를 부탁하는데….



"이 사건의 재수사를 실시한다."

관장 히이로 사에코가 이 말을 반복할 때마다 엔돌핀이 솟구쳐 올랐다.


이 소설의 이야기들은 호흡이 빠르게 전개되어 독자들이 떡밥을 회수해 생각을 뻗쳐 추리를 펼치기도 전에 이미 허를 찌르는 반전을 펼쳐 충격을 주면서 사건이 해결된다. 그 중심에는 사고의 유연성과 틀에 박히지 않은 접근법으로 미해결 사건을 척척 해결해나가는 관장 히이로 사에코가 있다.


미스터리 추리 소설임에도 심리 스릴러를 다루어 섬뜩하게 하기도 하고, 어긋난 선택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인물이 등장하는가 하면, 진정한 사랑의 실천을 보여주어 심금을 울리는 인물도 나오고, 사토시와 미화원의 웃음 포인트 가득한 대화 등 판타지만 빼고 전부를 경험할 수 있는 종합 쇼핑몰 같은 소설이었다.

전편 『붉은 박물관』을 읽지 않았지만 소설을 읽어 나가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고, 후속작이 이렇게 재미있는데 본편은 얼마나 더 재미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히이로 사에코의 군더더기 없는 추리로 사건 해결의 속 시원함을 느끼는 동시에, 수사 1과 형사 출신임에도 활약은커녕 일반인 정도의 능력만 보여주는 사토시에게 실망도 느꼈다.

다음 편에서는 사토시도 발군의 추리 능력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단편들 모두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재미와 긴장을 선사해 근래 읽은 미스터리 추리 소설 중 단연코 최고의 미스터리 추리 단편 소설집이라고 확언할 수 있다. 옛말과 달리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너무나 많았다.

이 소설을 읽지 않는다면 자신이 어떤 재미를 놓치고 지나가는지 모르고 지나게 될 것이다.

제대로 된 허를 찌르는 반전과 깔끔한 뒷마무리의 미스터리 추리 소설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 소설을 망설임 없이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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