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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현지 아이스크림 대백과
아이스맨 후쿠토메 지음, 김정원 옮김 / 클 / 2023년 11월
평점 :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아이스크림이 전국적으로 판매하는 양산형 식품이다. 슈퍼나 편의점에서 포장되어 판매되는 제품이냐, 해외 수입 브랜드 아이스크림 전문점 제품이냐 하는 차이 정도만 있을 뿐이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일본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하며 그저 일본의 슈퍼에서 사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아이스크림을 기대하며 책을 펼쳤다. 그러나 책을 펼치는 순간, 난 무언가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본에서는 우리처럼 전국 곳곳에서 파는 양산형 아이스크림은 물론, 지역 고유의 전통 식문화와 연결되어 그 지역에서만 판매하는 수많은 수제 아이스크림과 그것을 파는 고유의 방법이 존재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제조방법이나 판매방식에 대한 비판이 거세져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어 유니크함을 잃어간다고 하니 조금 안타까웠다.
하지만 내 입장에선 어차피 전부 가서 먹어보지는 못할 테니 이렇게라도 책을 통해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것에 만족한다고나 할까. 😅
이 책은 각 지역의 슈퍼나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현지 업체의 스테디셀러 아이스크림은 기본이고, 그 지역의 아이스크림 가게, 식당, 매점, 커피숍 등에서 판매하는 유니크한 아이스크림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4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에서 <지역에 뿌리를 둔 오리지널 아이스크림>을 소개하고 있다.
가고시마의 '시로쿠마'를 비롯하여 오사카에 전문점이 많은 '아이스 모나카', 아오모리의 '점보 아이스', 오키나와의 '아이스 젠자이' 등 지역에 뿌리를 둔 오리지널 아이스크림을 모두 소개하고 있다. 이 중에는 전국적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스크림이 있는가 하면, 현지에서는 유명하지만 전국적으로는 알려지지 않은 아이스크림도 있는 등 인지도 면에서도 다양하다.
책을 보던 중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본 적 없는 형태의 아이스크림이 있었다. 바로 '봉지빙수'이다.
봉지빙수는 규슈의 명물로 여름을 대표하며 일명 '후쿠로고리'라고 한다. 여름 축제의 포장마차나 노점에서 바로 갈아 파는 빙수를 비닐봉지에 담은 것으로 '간편하게 빙수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콘셉트라고 한다.
먹는 방법은 단순하게 봉지 모서리를 뜯어서 그대로 먹거나, 그릇에 담아 취향의 과일을 토핑 하거나 우유나 연유 등을 추가해서 먹으면 된다.
봉지빙수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보 아이스' 또한 생소한 것이었다.
이는 아오모리에만 있는 명물로 아이스크림을 그대로 봉지에 담은 것이라 한다. 가게마다 종류가 다양하고, 큰 사이즈임에도 전체적으로 담백한 맛이 많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먹는 방법은 자연해동하거나 전자레인지로 살짝 데워 원하는 식감에 맞춰 녹여 먹으면 된다. 그릇에 담아 먹거나 우유를 부어 먹거나 음료에 넣는 등 먹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고 한다.
2부 <방방곡곡 아이스크림 순례>에서는 맛있는 아이스크림과 알려지지 않은 아이스크림을 찾아 일본 곳곳을 찾아 아이스크림을 소개하고 있다. 그 양이 너무 많아 그중에서도 매력적이고 개성 넘치는 몇몇을 엄선해 소개하고 있다.
동일본과 서일본의 아이스크림들을 본편에서 소개하면서 미처 다 소개하지 못한 아이스크림들은 위 사진처럼 사진만으로라도 한꺼번에 소개하고 있다.
3부에서는 <현지 업체 & 체인점 아이스크림>을 소개하고 있다. 체인점 아이스크림이야 어느 나라든 비슷들 하지만 우리나라 아이스크림과 똑같은 제품이 눈에 띄어 반가웠다. 심지어 롯데 제품.
우리나라 롯데의 '찰옥수수' 아이스크림이 일본 롯데의 '옥수수 모나카'는 완전 똑같다. 아니 우리나라 제품에서는 옥수수알이 쫀쫀하게 씹히고 초콜릿이 들어 있는 반면 일본 제품 단면에는 그냥 아이스크림만 보이는 걸로 봐서 다르다고 해야 하나? 일본 제품을 먹어봐야 비교 가능할 것 같다.
마지막 4부에서는 <현지 특산물과 콜라보레이션한 아이스크림>을 소개하고 있는데 소개된 아이스크림들 전부 특이했지만 옛날식 보리된장을 사용한 '미소 소프트아이스크림'과 쇼유를 사용한 '쇼유 소프트', 흑마늘이 들어간 '흑마늘 아이스'가 있어 놀라웠다.
또한 자판기 우동 국물 맛인 '우동소바 자판기 쓰유맛 소프트'와 우동처럼 보이는 소프트아이스크림에 다진 파와 쇼유까지 뿌려주는 '가마타마 소프트' 또한 충격적이었다.
무슨 맛일지 정말 궁금하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것은 식용 철가루가 들어 있는 '쓰바메산조 철 아이스'였다. 중금속 중독이 걱정되는데…. 뭐, 금가루도 먹으니 쇳가루도 괜찮으려나?
이 밖에도 이 책의 저자는 홋카이도부터 오키나와까지 일본 전역을 직접 돌아보고 체험한 아이스크림 중에서도 정수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엄선하고 간추려 소개하고 있다. 그렇기에 어쩌면 저자의 취향에서는 조금 벗어나서 이 책에는 안 실려 있지만 나에게는 더 매력적일 수 있는 아이스크림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은가?
이 책에 소개된 아이스크림 중에는 모양은 다르지만 이미 먹어본 적 있는 맛과 식감의 아이스크림과, 전혀 생소해서 무슨 맛과 식감일지 기대되는 아이스크림들이 있다. 먹어봤든 먹어보지 못했든 눈으로 보고 그 맛과 식감을 기억해 내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끼다면 이 책의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먹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테고.
모든 감각을 기분 좋게 달뜨고 흥분되게 만드는 아이스크림의 세계로 빠져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