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이는 소녀들
스테이시 윌링햄 지음, 허진 옮김 / 세계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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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 데이비스는 고액의 수입을 벌어들이고 멋진 집과 완벽한 약혼자를 가진 성공한 심리 상담사이다. 그러나 그런 외형적인 모습과는 다르게 그녀는 자신의 책상 서랍에 신경 안정제를 포함한 다양한 약을 넣어 두어 심리적 위안으로 삼을 뿐만 아니라 약혼자의 이름으로 또 다른 신경 안정제를 처방해 자신이 복용하고, 캄캄한 것을 포함한 모든 것에 불안과 무서움을 느끼는 등 어둡고 불안정한 내면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그것은 순전히 그녀의 어린 시절 그녀의 아버지로부터 기인한 트라우마 때문이었다.


1999년 7월, 클로이가 나고 자란 루이지애나의 작은 마을 브로브리지에서 리나 로즈라는 열다섯 살의 소녀를 시작으로 여자애들이 실종되기 시작했다. 처음 실종 사건이 보도되었을 때 뉴스를 보던 클로이의 아빠는 클로이를 꼭 안아 안심시켜 주었고, 클로이에게 그런 아빠와 집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무사함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런 클로이의 세상은 무너지고 굳건했던 믿음은 깨져버렸다. 집에서 놀던 클로이가 아빠의 벽장 깊숙이 숨겨진 작은 나무 상자를 발견했고 그 안에서 아빠가 여자애들의 연쇄 실종의 범인임을 입증할 증거품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클로이는 엄마에게 그것을 보여 주었고 엄마는 클로이를 데리고 경찰서로 향했다. 클로이는 경찰에게 증거품을 넘김과 동시에 아빠의 죄를 뒷받침할 만한 증언을 함으로써 아빠의 범죄 사실에 쐐기를 박았다.


그해 9월 말 어느 밤, 아빠는 집 거실의 레이지보이에 앉아 TV를 보며 간식을 먹던 중 가족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연쇄살인범으로 경찰에 체포되었다. 체포될 때 아빠는 그저 클로이와 오빠 쿠퍼를 바라보며 "착하게 지내라"라는 말만 남긴 채 아무런 저항 없이 경찰들에게 무자비하게 끌려나갔다. 경찰은 그런 아빠를 순찰차에 내리치고 처박아 피를 흘리게 했다.

그때 클로이가 열두 살, 쿠퍼가 열다섯 살이었다.


그 후 아빠는 형량을 협상하여 사형을 면하고 무기징역으로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그런데 아빠가 저지른 첫 번째 사건의 20주년 기념일을 며칠 앞두고 클로이 주변에서 또다시 어린 소녀들의 실종과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그것도 아빠가 저지른 수법 그대로.

모든 증거가 대중에게 공개되지는 않았었기에 클로이는 당시 사건에 관련된 관계자에 의한 모방 범죄를 의심하고는 범인이 흘린 증거의 퍼즐을 맞추며 범인을 추적하는데….



『깜빡이는 소녀들』은 시작부터 책을 덮을 때까지 끈적한 긴장감과 의심과 경계심을 늦추지 못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현재와 과거의 시간을 심리적으로 넘나들며 전개되는 이야기는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와 주인공조차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죄책감을 극대화시켜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무엇에 대한 죄책감일까?

심리 스릴러 소설답게 약혼자 대니얼을 포함한 주인공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모종의 음모를 가지고 주인공에게 접근하고 주위를 맴돌고 머무는 것처럼 의심되었고, 심지어는 주인공에게조차 '현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있는가' 혹은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게 만들었다.

읽는 내내 찐득찐득 온몸을 휘감아오는 회색빛 우울함과 답답한 긴장감에 가슴이 옭매이는 듯한 기분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야기가 중간을 넘어서면서 암울하기만 했던 심리 묘사와 긴장감이 상황의 급전개와 반전의 연속, 서서히 드러나는 불안과 긴장감의 실체로 대체되면서 초반과는 또 다른 긴장감과 쾌감과 충격으로 읽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또한 주인공의 심리와 진실을 파헤쳐 가는 행적을 따라가며 하나씩 맞춰지는 퍼즐 조각으로 인한 일련의 진실을 깨달으며 그야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전율을 느낄 수 있었다.


주변의 모든 것을 교묘하게 자신의 의도대로 통제하고 영향을 끼치며 누구에게도 본모습을 들키지 않고 살아가는 범인의 모습은 작가의 의도대로 쉽사리 드러나지 않았고, 종국에 이르러서야 밝혀지는 범인의 정체와 범행 동기에는 소름과 함께 뒷목 잡고 쓰러질 만한 분노를 일으켰다.

이보다 더 '끝날 때까지 긴장과 의심을 멈추지 말라'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소설은 없을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작가 또한 이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독자들을 통제하며 실로 짜릿한 쾌감을 맛보지 않았을까?


이 해의 마지막에 찾아온 심리 스릴러계의 깜짝 선물 같은 『깜빡이는 소녀들』을 꼭 읽어 보길 바란다.

안 읽으면 100% 후회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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