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고코로 : 상 - S코믹스 S코믹스
아즈키 료 지음, 손종근 옮김, 누마타 마호카루 원작 / ㈜소미미디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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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제14회 오야부 하루히코 대상을 수상한 소설이 원작인 작품인데요, 참고로 오야부 하루히코상은 1997년에 창설된 상으로 한 해의 우수한 미스터리·하드보일드·모험소설에 수여되는 상이라고 합니다.


이 작품처럼 일본 소설 중에는 만화화된 작품들이 많아요. 마치 요즘의 우리나라 웹소설들이 거의 전부 웹툰화 되고 있는 것처럼요.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만화화될 때 원작에 비해 인물 묘사 부분이나 스토리 연결 등이 아쉽다고 느껴지는 작품들이 많아서 웬만하면 원작을 고집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여름휴가 때 편하게 읽으려고 미스터리 추리 소설임에도 만화책으로 구매해 봤는데 이제야 읽었네요.



평범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료스케는 작은 회원제 개 산책 카페를 운영하며 그곳의 종업원이자 애인인 지에와 결혼을 앞두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분명 연말 가족 모임에서 지에를 가족들에게 소개할 때까지만 해도 그 행복을 믿어 의심치 않았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간의 행복을 비웃기라도 하듯 감히 상상치도 못할 엄청난 불행이 료스케의 인생에 한꺼번에 들이닥칩니다.



우선 송년회 이후 두 달도 안 돼 애인인 지에가 갑자기 종적을 감추어 버립니다. 료스케로부터 200만 엔이라는 돈을 빌려 간 상태였구요.

지에를 믿고 사랑했던 료스케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순전히 지에가 걱정이 되어 짚이는 장소를 샅샅이 뒤져봤지만 실오라기 같은 단서 하나 찾을 수 없었어요. 행방을 찾기 시작하고 나서야 비로소 료스케는 자신이 지에에 대해서는 1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그녀의 본가 주소는 물론이고 그녀의 친구, 심지어는 료스케의 가게로 오기 전까지 무슨 일을 했는지조차도요.


그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기다렸다는 듯 료스케 아버지의 췌장암 말기 소식이 전해집니다. 가족들은 머지않아 아버지가 가족을 떠날 거라는 충격적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했죠.

하지만 모로스의 장난일까요? 건강하셨던 어머니가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아버지보다 먼저 목숨을 잃고 맙니다.


이 가족 뭔가 이상한데요?

이 모든 것이 작년 송년회로부터 6개월 안에 일어난 일들이라니 가족 전체에 무슨 저주라도 내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예요. 😳



어느 날 료스케는 혼자 계시는 아버지의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 집을 찾았지만 집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혹시 상태가 안 좋아져서 홀로 누워계실까 봐 집안 곳곳을 살펴보던 료스케는 서재의 벽장 문이 살짝 열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 열어봤다가 잡동사니 같은 것이 잔뜩 들어있는 상자를 떨어뜨립니다.


그리고 그 상자에서 나온 여자 핸드백을 보는 순간 어렸을 때 어머니가 그 핸드백을 들고 있던 모습이 문득 떠오릅니다. 신경이 쓰여 열어본 핸드백 안에서 어머니 이름이 쓰여진 봉투가 나오고, 그 봉투에서는 검은 머리카락 한 묶음이 나옵니다. 분명 어머니의 이름이 쓰여진 봉투에서 나온 머리카락이니 어머니 것이 맞겠지만, 돌아가시기 훨씬 전 무언가를 위해 준비되었던 듯했던 것이 이상했던 료스케는 문득 자신이 어릴 때 자신의 어머니를 보고 "이 사람 엄마가 아냐!"라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거부했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리하여 료스케는 그 핸드백과 같이 상자에 들어있던 4권의 노트 중 1권을 펼쳐듭니다.

그 속의 '유리고코로'라는 제목 아래 적어 내려간 글은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인물이 주인공인 이야기로, 너무나 기이하고 섬뜩하여 도저히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일이라 소설이라 봐야겠지만 그런 것치고는 너무나 생생해서 마치 실제 같은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어릴 때부터 '유리고코로'의 부재로 자신만의 '유리고코로'를 찾아다니며 작은 곤충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살인을 저질러온 것을 고백하는데요….



이 이야기는 여태껏 읽었던 미스터리 추리 소설과는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그냥 사이코 스릴러 같아요.

아니 개인적으로 스릴러적인 요소도 많이 없고 진실을 알아나가는 과정이 추리라고 할 것도 없는 것 같아요.

'유리고코로' 즉 '유리도코로(안식처)'를 찾아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 누구인지 중간중간 던져지는 떡밥만으로 충분히 눈치챌 수 있구요, 어머니에 대한 진실도 '혹시?'가 '역시!'가 되더군요. 인물 관계도는 막장드라마고 이야기는 사이코패스의 살인 고백입니다.😥


모든 일이 해결되고 결론은 나름 해피엔딩인데 저는 이 해피엔딩 반대입니다. 너무 찝찝하고 불쾌하고 불편해요. 죄를 지어도 죗값을 치르지 않고 죄인이 마음의 안식처를 찾고는 소소하게나마 진짜로 행복하게 자신의 삶을 찾아 살다가 마지막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또다시 살인을 저지르는 모습에 희생과 무조건적인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이기가 껄끄러워요. 그렇다고 안식처를 찾았다고 기뻐해 줘야 하나요? 역시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 이건가요. 희생자들은 무슨 죄인가요?


여기에 나오는 인물들 중 평범하게 사고하는 인물들이 없어요. 료스케도 중간에 살짝 도른자처럼 변해 이상한 생각하고…, 그나마 동생 요헤이가 맑고 착한 아이라고 할까요.

그래도 여태껏 나름 일본 소설을 많이 읽어 왔는데 이렇게나 공감이 가지 않는 이야기는 거의 처음이라 다 읽고 난 지금 상당히 많이 당혹스럽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인간의 내면 이해가지도 않고 알고 싶지도 않고, 이딴 마음의 안식처 찾고 싶지도 않습니다.





*내돈 내산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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