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거짓말의 세계에서 잊을 수 없는 사랑을
이치조 미사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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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병약한 체질이어서 툭하면 열이 나고 자주 쓰러지곤 했던 쓰키시마 마코토는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신기하게도 체질이 바뀌었는지 다른 학생들과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로 건강해졌다. 그렇게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가 싶더니 고등학교 1학년이 끝날 무렵 갑작스런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의사로부터 마코토의 병에 대해 들은 부모님은 필사적으로 현실을 외면하고 다른 병원을 찾아다니며 희망적인 결과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하나같이 마코토가 살날이 1년 밖에 남지 않은 시한부 인생이라는 거였다.

결국 마코토의 가족은 마코토의 병을 받아들이고 처음 진단받았던 병원으로 다시 찾아가 의사와 주기적으로 상담하며 병세를 조금이라도 완화시키는 치료를 받기로 했다.

자신의 병을 받아들인 마코토는 아직 피워보지 못한 삶과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적어 하나씩 실행에 옮겼고, 자신의 죽음으로 슬퍼하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알던 친구들과는 적당히 거리를 두고 새로운 친구는 사귀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그런 마코토에게도 실행하지 못한 일이 있었으니, 바로 좋아하던 미나미 쓰바사에게 마음을 전하는 것이었다. 사귀고자 하는 것이 아닌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마코토는 우연한 기회에 미나미에게 날것의 마음을 전할 수 있었고, 그 후 미나미와는 마주칠 때 가볍게 인사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렇게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 모두를 해내며 그저 죽는 날까지 조용히 살아가고자 했던 마코토의 삶에 뜻하지 않은 작은 변화가 찾아왔다. 바로 영화 제작 동아리를 맡고 있던 미나미가 독립영화제에 출품할 작품에 출연할 남자 주인공으로 마코토를 끌이 들이면서부터이다.

공교롭게도 마코토가 맡은 역할은 시한부 판정을 받은 여주인공을 짝사랑하는 역할이었다. 영화를 찍으며 마코토는 자신의 현재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며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열심히 즐겁게 살아가는 것과 동시에 미나미와 서로에 대한 진심을 나누는데….



이야기는 주인공인 쓰키시마 마코토의 입장에서, 그리고 마코토를 좋아하게 된 미나미 쓰바사의 입장과 그러한 그들을 옆에서 바라보는 미나미의 절친 하야미 아오이의 입장에서 서술된 다음, 바꿀 수 없는 슬픔의 대단원을 향해 달려간다. 슬픈 결말이 정해져 있기에 오히려 더 마음 놓고 눈물을 흘리며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무렇지 않은 척 마지막까지 일상을 살아가려 애쓰며 남겨진 사람들을 슬프지 않게 하려는 마코토의 상황과 마음이 헤아려져 가슴을 짓누르며 밀려오는 슬픔을 참을 수가, 아니 참고 싶지가 않았다.

고등학생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죽음에 처연하고도 담담하게 임하여 자신의 주변을 정리해 나가며 홀로 고요와 고독을 숙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상상하니 차오르는 눈물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작가님이 이번 작품에서는 이야기의 처음부터 대놓고 독자들의 눈물샘을 마르게 하려고 칼을 갈고 나온 것 같다.


또한 그렇게 조용히 신변을 정리하고 한발 뒤에 물러서서 자신의 남은 인생을 관망하는가 싶던 마코토가 실제로는 살기를 강렬히 소망한다는 것이 이야기 중 영화를 찍는 장면 속에서 극중 인물의 입을 빌려 은연중 비쳤을 때 너무나 슬프고도 안타까웠고, 그렇게 어리고 순수한 마코토와 그의 주변인들을 슬픔으로 밀어붙이는 작가님이 한없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마코토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의 사랑은 마코토의 죽음을 더 이상 슬프고 절망적인 운명으로 두지 않는데….


차갑고 시린 겨울의 문턱에서 따뜻하면서도 가슴 뭉클하고 애잔한 사랑과 그 감동의 여운을 오래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나 행복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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